햇살을 타고 나무들이 노래한다
주고 받는 노래 잦아들 때 즈음
길가 나뭇잎이 탐스럽게 돋은 만큼
새가 가득 열렸다
열매들의 노래가 시작되면
건너편 나무가 덩달아 열매를 맺는다
다른 떨어지는 것들과는 달리
새는 가볍다
가벼움은 이별의 은유
그래도 기다리며 바라보는 건 외로움
더 화려하게 손짓하는 나무를 찾아
옮겨 열린다
먹음직스럽게 입맞추며 노래하는
선악과의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아침의 허기가 잔인하다
게걸스러운 노래가 끝나고
바람의 시간이 오면
열매들은 홀씨 되어 메아리처럼 사라진다
소리의 원근까지 시선이 늘어진다
늘어졌다가 당겨진다
되돌아오지 않는 시선은 버렸다
떠난, 여적지 흔들리는 가지에는
비닐봉지가 걸려 노래한다
바람마저 떠날 때까지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