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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Mar 18. 2024

밀애

소리가 먼저 다가오는 계절
흐느껴 눈물없이 운다
갈대의 마른 울음
그 사이를 걷고 있으면
온몸으로 느껴지는 비가
여름의 청초함을 잃었으니
기쁨의 노래는 기대하지 못하리라


너를 들으며 걷고 있다
너를 만지며 걷고
메말라 슬픔조차 없고
답답한 마음만 온몸으로 울고
잔뜩 말라버린 갈대의 서걱거림에
모르는 이는 연신 추억을 각인하고
울어도 울어도 날이 선 바람소리가
마른 목 손 끝으로 긁어 나오는 아픔인지

계절의 노래소리인지
아는 이 아무도 없다

갈대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
말라버려 소리만 남은 눈물의 흔적들
그 가운데 섬은
은밀함이 스며드는 울음을 듣는 것
예언처럼 차가운 계절의 잔혹함에 대해
면역하게 하는 것


슬픔도 울음도 그 눈물도
젖은 것 하나 없는데
너를 들으며 만지며 걷다
밀애에 젖은 나만
이 계절에 주저 앉아 있다
너와 갈대와 그 눈물은
마른 바람처럼 무심하게
나를 지나간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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