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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Mar 25. 2024

가로등은 글썽인다

또 마찬가지로
술 취한 나의 인지는
길을 잃는다

거리는 상가집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또 펜을 입에 물고 주정을 한다

감정이 남은 것은 오직 하나
길다랗게 목을 빼고 묵념하듯 서 있다
나는 안다
가로등이 저처럼 불빛을
흘리우고 있는 것을
나는 울지만 아무도 울지 않는다

오늘 가로등 아래서
흐르는 불빛에 젖어 한없이 운다
모두가 가고 난 거리에
주저앉은 내 머리 위
간혹 감정을 잃은 가로등 하나가
외면하듯 눈을 감는다

눈물을 잃어가지만
나는 안다
여전히 홀로 남아
따뜻한 불빛으로 적시울
차갑지만 따뜻한 인정을

이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또다시 눈물을 거두겠지만
한순간이나마
주저앉은 나를 위해
가로등은 글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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