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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May 08. 2024

초월적 가상과 초험적 인식

예술이야기


Transparent Study

   가끔은 선험적 인식이라고 하는 것이 직접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선험적 인식이라고 하는 것도 감각의 영역 내에서만 참이고, 그 외에서는 아무런 대상도 규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초월적 가상을 통해서 이성이 마치 무언가를 경험한 것처럼 인식하는 초험적 인식이 진리나 대상을 형상화 할 수 있다고 궤변을 늘어놓곤 한다.

   단순한 궤변인 것일까? 어쨌든 그러한 궤변을 과학적이고, 역사적이고, 문학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어 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미디어 아트 큐레이터나 미학적 전문가가 아니라 팬으로서 작품에 대한 견해임을 알아주기 바란다.


   설치와 뉴미디어 아트의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Bang & Lee의 작품들을 본다. 기술과 진보, 그리고 인간, 일상과 예술, 역사와 예술, 이것들을 총망라하는 네트워킹을 보여주며 다양한 메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방식은 상당히 흥미롭다.


   사실  Bang & Lee의 작품을 배경지식 없이 단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몇 번의 그들의 전시를 경험한 나이기에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메세지만이 참이 아닌 것은 공간에 따라 전시되는 그들의 작품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작품에 대한 오해가 두 작가를 불쾌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Friendship is Universal> Nonzerosum Society, 2014

   Bang & Lee가 지금까지 전시한 작품에서 Friendship(우정), Revolution(혁명), Thought(사색), Time(시간), Transparent(투명한), Translation(해석), Promise(약속)이란 단어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전의 작품을 다른 공간에 설치하는 경우도 있어 중복된다고 보이기도 하지만, 이전의 작품이 이후의 작품과 시간적으로나 거리적으로 연결되어 남기는 메세지에서 저 단어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를 하게 되었다. 이 단어들은 모두가 상대적인 것으로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대상이 있다. 관계하고 있는 의미나 구체적인 사실이 있는 것이다.

<CUL-DE-SAC>, Escape(Space), 2014
<Trensparent Study>, Escape(space), 2014
Escaspe(space), 2014

   <Friendship is Universal>, <Transparent study>, <Lost in Translation> 등을 떠올려보면 어쩌면 그들의 아티스트로서의 목적이 관계와 소통에 있는 것 같다. 그 관계와 소통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우리의 일상이 예술과 동떨어져서는 안되는지를 역설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Bang & Lee가 주로 사용했던 전시 공간의 설정 역시 Living room(거실), Studio(협업공간), Library(서재)였던 것으로 보아 확실히 소외되거나 고립되거나 분리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일상과 예술, 사람과 사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그 어떤 것과도 별개이지 않은 것으로 관계시키고 있다.


    위의 Escape(space) 전시에서 예를 들면 CUL-DE-SAC 막다른 골목이라는 작품을 통해 더이상 가두어놓고 있을 수 없어 비명일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을 표현하였고, 이 막다른 곳을 벗어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서재 또는 거실 형태의 소통의 공간을 제시하였는지도 모르겠다. <Friendship is Universal>을 펼쳐두었던 Nonzerosum Society에서도 거실이라는 공간은 인간의 삶의 공통적 공간으로서 한정되기는 하지만 여러 관념들을 한데 어우러지게 하고 흡사 무대처럼 전시하여 소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하였고, Bang & Lee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그 공간을 여러 카메라들이 관찰자처럼 바라보며 또다른 공간에 그 모습을 투영함으로써 단순한 참여자나 관찰자가 아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관계와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Bang & Lee의 작품은 그 속에 담겨진 역사적 사실이나 거장의 작품의 이미지나 이해하기 어려운 은유적 메세지가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메세지를 우리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비슷한 개념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제시함으로써 그 연관관계를 관찰자가 혼자 이해하지 않고 스스로 참여하며 동화될 수 있도록 오픈북 시험처럼 친절하게 제시해 둔 것은 아닐까 한다.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는 재미처럼 말이다.

Friendship in the living room

    Bang & Lee의 작품에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의 개념을 재해석한 것이 종종 보인다. <Friendƨ in the living room>도 그렇고 <Elaphant in the living room>도 그렇다. 책의 내용이 동물들의 삶에 인간세상의 관계를 투영하여 우리들의 삶과 죽음, 관계의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그들의 작품도 거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실시간으로 미디어와 소통을 하면서 새로운 개념들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개념들을 최첨단 테크놀로지인 조명기술과 연계하여 표현해냄으로써 우리가 지켜내야하는 가치를 등한시하고 현대기술에만 몰입해 있어 인간성을 잃어가는 우리네 삶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함께 소통의 공간으로 나와 모든 억압에서 탈출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박제된 염소(이름이 해리)도 그러한 상징으로 보인다.

    Bang & Lee의 작품들을 통해서 소모적인 관계를 거실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그리고 서재라는 투명하고도 지혜로운 방법을 통해서 탈출해나가기를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서두에 올려둔 보라빛 Promise(약속) 조명처럼 그 결과가 우리의 장미빛 미래를 약속하지만은 않는다. Nonzerosum Society가 '0'이 아닌 'Add'로 간다는 것이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더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가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미래가 언제 다가올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불확실하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다면, 몸조차 돌아누울 수 없는 답답한 공간에 갇히게 된다. 어쩌면 Bang & Lee는 그렇게 주저 앉아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더욱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이 시대의 Pathfinder(길잡이)가 아닌가 싶다.

<Hanging On Your Every Word>,  2014

    마지막으로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당부의 말처럼 느껴져 이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Hanging On Your Every Word,2014>라는 작품으로 3개의 거울에 각기 다른 문장이 다른 색으로 프린팅 되어있다.

    왼쪽 검은색 문장부터 "The Great Achievement, Collaboration Confidential. The moon was done before I was born."

    중간 주황색 문장은 "The reason why I like you so much is you like me whether I would be well or not."

    마지막 검은색 문장은"In the End, we will remeber not the words of our enemies, but the slience of our friends." "Everyone is a moon, and has a dark side which he never shows to anybody."


"위대한 성취, 협업 기밀사항. 달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끝났다."

"내가 널 좋아한 이유는 내가 잘 살 때나 못 살 때나 변함없이 나를 좋아해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적들의 말이 아니라 친구들의 침묵이다."

"모든 사람은 달과 같기에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면이 있다."                                              

          

   위의 거울에 새겨져 있는 글을 읽으며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이 작품 속에서 이야기해왔던 시간(기억), 약속, 관계, 소통, 이해 등이 느껴진다. 문장 속에서 이해하지 못한 의미들이 많지만 그것은 따로 공부해보도록 하고, 그냥 느껴지는 것만 생각하기로 해본다. 그러다 보면 조금은 떨어져 있으나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들과 나 사이에 어떤 우정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Bang & Lee Profile


방자영

- 프랑스 파리1대학-팡테옹-소르본, 미학 전공

- 독일 칼스루에 국립조형예술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


이윤준

-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 독일 칼스루에 국립조형예술대학 미디어아트 전공


국내외 주요 전시 및 개인전

- <Translation of Enlightning Period> 가나아트 언타이틀드, 서울, 한국(2016)

- <Animamix Biennale> 상해당대예술관, 상해, 중국(2016)

- <Peace Minus one> 서울시립미술관(YG Ent.)서울, 한국(2015)

- <Escape(space)> 필룩스 조명박물관, 한국(2014)

- <미래는 지금이다>, MAXXI 국립현대미술관, 로마, 이탈리아(2014)

- <Friendship is Universal> 대안공간 루프, 서울, 한국(2014)

- <서울 미디어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Spell on you>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2012)

- <Nonzerosum Society>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2012)

- <Farm> ZKM/HfG Kalsruhe, 칼스루에, 독일(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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