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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Apr 24. 2024

그래... 아쉬움

일상과 사랑이야기

    추억은 가끔 흔적으로 기억된다.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 볼 때면 어린 시절 옆 동네 아이들과 전쟁놀이 하다가 돌에 맞아 찢어졌던 왼쪽 눈썹 위 흉터, 달고나를 국자에 해먹다가 오른쪽 다리에 쏟아 화상을 입었던 흉터, 기억이 가물가물한 누군가와 싸우다가 오른쪽 팔꿈치 아래에 찢어진 흉터 등 오랜 흔적들이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추억을 찾아볼 수 있는 Index처럼 그 시간을 떠올릴 수 있게 말이다.


    시간을 달리던 자전거는 딸과 함께 바람보다 빨리 달리기도 했고 어느 순간에는 넘어지기도 했다. 딸아이 무릎에 났던 상처는 아물었지만 자전거에 난 상처는 흉터로 남았다.
    두 딸은 어느새 12살이 되었다. 쌍둥이여서 색만 달랐던 두 대의 추억 중 하나는 깨끗해서 그런지 누군가의 추억이 되기 위해 먼저 떠나갔고, 상처가 많은 하나만 남았다. 이게 뭐라고 남은 하나가 안쓰러워 눈물이 났다. 중고로라도 누군가의 추억이 되기를 바랐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속상했다. 아내는 그냥 버리라고 했지만 나는 그러기는 싫었다. 자전거에 난 상처는 두 딸이 성장한 증거라고 생각되었기에 의미없이 버리는 것은 그 기억을 망각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으로 자전거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는 내게 딸이 묻는다.

    "아빠, 아까워서 그래? 그럼 팔지 않아도 괜찮아. 작아져서 못타더라도 괜찮아."

    "아까운게 아니라 아쉬워서 그래. 그래 맞아. 아쉬움."


    "아쉬움? 기억에 있으니 괜찮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 첫 자전거는 언제나 저 친구니까."


    딸의 한마디 말에 갑자기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생각이 스쳐 눈물이 맺혔다. 그래, 추억은 기억되고 팔지 못하는 건데 괜한 아쉬움을 가졌었구나 생각했다. 나의 첫 자전거가 떠오르고 나의 첫 스카이콩콩이 떠올랐고 그 시간이 추억되었다. 시크하게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가버리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 어쩐지 딸아이가 나보다 더 큰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옛날 추억 속에 나와 함께 했던 많은 친구들을 기억해 봐야 겠다. 그 친구들은 옆에 없지만 기억은 추억되어 한구석에 있을 테니 천천히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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