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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Sep 02. 2024

상실

감정의 백야는 끝이 없고
이유가 발 밑까지 늘어진다
전환이 어색한 장면을 잘못 이은 탓에
밤은 하얀 먼지를 털어냈고
눈물은 그 위에서 색이 깊다

어제가 죽은 듯 시간에 뒤덮혔고
걸음마다 비명이 무안한
차가운 침묵의 고집이 쌓였다
눈, 체온 없는 육체
나는 그것이 깨끗하다 착각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만으로
흔적을 밀어내기가 버겁다

어감이 날카로운 시어에
하얗게 질린 세상이 버티고 섰다
떨구지 못한 이야기가 매달려
눈꺼풀을 짓누르다
깜박이는 순간 편집되었다
눈의 입김에 모든 장면이 하얗고
안녕이 그렇게 느닷없이 왔다 그리고 간다

멀어지는 네가
멀어지는지 다가오는지
동공을 잃은 공간이 조이는 시야
그 경계를 삼켜버린 백시白視에
말을 잃었다 그렇게 눈이 내렸다

*백시白視 - 쌓인 눈의 표면에 안개가 덮여 시야가 흐리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시야 상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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