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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Sep 09. 2024

다행이에요

생명을 다한 잠자리 날개가 수북하게

바스락거리는 숲길을 걸으면


 파란 하늘에 피었다 진


유려한 그 꽃길 맨발로 걸으면

사창가 밝히던 홍등의 스러져가는 추억 더듬으면

벌거벗고 선


이름 모를 나무의 신음이

고약하게도 향기로워요


지는 것들의 무거움을 비웃는 바람

파도처럼 발목에 매달리는 기억에 한없이 가혹하게

나는 그럴 수 없었죠

가슴을 파고들어 외로움을 자위해주던

황홀한 너였기에

주뼛거리는 너의 손을 꼭 쥘 수 밖에


떠밀리 듯 바쁜 이별에

부리나케 오른 아쉬움

떠나는 마음 뒤

기차 역방향 자리의 행운이

붉어 아름다웠던 너와의 기억을

더 오래 담게 하였으니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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