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다한 잠자리 날개가 수북하게
바스락거리는 숲길을 걸으면
아 파란 하늘에 피었다 진
유려한 그 꽃길 맨발로 걸으면
사창가 밝히던 홍등의 스러져가는 추억 더듬으면
벌거벗고 선
이름 모를 나무의 신음이
고약하게도 향기로워요
지는 것들의 무거움을 비웃는 바람
파도처럼 발목에 매달리는 기억에 한없이 가혹하게
나는 그럴 수 없었죠
가슴을 파고들어 외로움을 자위해주던
황홀한 너였기에
주뼛거리는 너의 손을 꼭 쥘 수 밖에
떠밀리 듯 바쁜 이별에
부리나케 오른 아쉬움
떠나는 마음 뒤
기차 역방향 자리의 행운이
붉어 아름다웠던 너와의 기억을
더 오래 담게 하였으니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