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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Sep 30. 2024

안녕, 바람

창문을 조금

열고 자는 버릇이 있어요

아침이면 귓가에 속삭이며 나를 깨우죠

그렇게 눈을 뜰 때면

난 마냥 행복했


셔츠를 조금

열어 두는 습관이 있어요

그럴 때면 당신은 귓가를 스쳐

가슴에 머물렀다 손끝으로 흐르죠

그렇게 날 만질 때면

난 정말 따뜻했


그런 억이었어요

그런 억이었어요

당신이 내게 그 말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내 곁에 머물렀어요


힘들었나 봐요 지금

이기적인 인사만 남기고는

남겨진 나를 생각하진 않네요

당신이 떠나요

창문을 닫아요

셔츠 단추를 끝까지 잠그고

옷깃마저 여며요


당신의 목소리를 찾아 꿈 속을 헤매요

당신의 손길이 그리워 기억 속을 헤매요

오랜 시간을 잃은 미아가 되었어요

헤매는 길에는 당신은 없네요

깨워줄 이가 없어 잠들 수도 없어요

나의 체온이 떨어져 가고

나의 인지가 흩어져 가요


안녕, 지금


당신에게 이 이기적인 말을 전해요

파도가 물러나는 만큼

당신도 희미해 지네요

나는 바다를 선택했어요

당신의 향기를 지울 바람이 있어

당신을 떠나보내기 좋은 곳이에요


내가 없는 곳에서 이제 쉬어요

나는 다른 바람을 불러볼게요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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