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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Oct 14. 2024

비가 떠난 자리

애처롭고 가난한 목마름

밤새 맺힌 이슬 모았다나

골목길 허름한 문 앞 피워진 향기의 눅눅함

오늘처럼 낯설기만

첫 비 삼키고 나서 아침을 잉태하려나

다가가 입김 부니 떨리는 몸

은밀한 곳 향기가 흘러나와

걷는 이의 어깨에 손을 얹네


머릿결에 입맞추며 기다리던 비였던가

밀어내며 성긴 걸음

자박자박 밟고 가는 무심함이라니


따라 걷다 멈춰야 했던

시간의 교차로 앞 신호등 눈 흘기며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 탓만


사랑은 잃은 듯 하고 나는 또 노래하고

그 마음 동티나기를

종짓굽 미움이 스며들어 그 자리 주저앉기를

차가운 바람에 소원했다


비가 떨어진 하늘 빈 곳에

걸음마다 별이 빛난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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