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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서

시간여행자

by 이윤인경

벗겨진 어둠 분홍빛 알몸

벗어놓은 옷더미 벗고 나오는 굳은 몸

떨리고 벌레가 기는 듯

할머니의 새벽은 등허리가 휘어요


뜨겁던 하늘은 식어

선선한 바람이 불어

파랗게 질린 몸

그 한기에 옷깃을 세우고는

기구하네요 나의 출근길은

너무나도 평범해서

할말 없네요


쓴 커피는 목이 메도 마시지 않아요

당분 빠진 인생 같아서

할머니가 길가에 앉아요

시들해진 고사리 빛 삶 같은

믹스커피의 부드럽고 달콤함에

비로소 미소 짓네요


나는 할말이 없네요

내가 앉은 이 자리마저도

너무나도 평범해서

민망하네요 내 삶이

미안하네요 나의 아침이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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