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어 무거운 몸 이 길 위에
우리 사이 지나가는 바람이 있었고
바다와 하늘이 푸름을 시기하던
스무 살의 봄이 있었지
부산, 그 곳에 가면
그 때의 내가 그 때의 그대를 만날 수 있을까
어린 부산 속 어린 나의 걸음
흔적을 남기기엔 무척 가벼웠던 젊음
나를 채운 어느 날엔 다시 이 길을 걸으리라던
오늘 광안리에 들렀다가
약속처럼 돌아와 이 길을 걸으면
그대와 나 사이 지나는 바람은 있지만
여전히 푸른 바다와 하늘은 있지만
그대 잃어 빈 껍데기로는
아무 것도 남길 수 없단 사실에 통곡하네
1,975번을 세어 파도가 들이치던
5월의 해운대 바다 그 곳에 다다라서
지나는 바람의 꽁무니를 돌아보면
그 날의 부산은
희미해진 마흔의 길 위에는
짠내 머금은 머리카락만 날리겠네
봄꽃 같은 여기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