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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시간여행자

by 이윤인경

바람이 태운 머리카락

하얀 재 되어 바람에 날리고

사라질까 숨어 웅크렸던 몸은 산이 되었다


나는 그 산 짊어지고 앉아

바람을 마시고 뱉아가며

구름을 산등성이에 걸었다


타는 것이 작아지는 건 줄 알았더라면

뜨겁게 살지 않았을 것을

불이 아닌 바람이 태울 줄이야

담배를 피면서도 몰랐네

버려지는 게 아쉬워

작고 구겨진 몸 품 속 나를 숨겨


아쉬움에 만지작거리는

나는 담배꽁초 같아서

덜 탄 부스러기만 손 끝에 남아

주머니 구석 박혀 있을까


결국 버려질 것

쩌든 내음 추억인 듯

되새김질 하는 구겨진 내 모양

거울 보며 후회하지 않도록

털어버리고 그냥

바람에 맡겨야겠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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