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처럼 유혹하지도 않고
창백한 낯으로 줄지어 섰으니
연애는 어느 별의 이야기인지
나의 뿌리를 적시는 일 따윈
조용히 피어 오르는 향초의 입김으로
간통하는 벌레들에게 흔적을 묻혀
나는 삼월, 처녀의 증거를 옮긴 탓에
첫사랑의 진한 핏빛 장미를 피우지 않았다
오월에 핀 꽃들은 향기가 저속해
달리 유혹이 필요 없으니
입술을 찔러 그 피로 물들면
비릿함에 저마다 욕망을 꾀일 것이니
대신 널 가지려 곁에 누웠다
겨드랑이를 파고 들어 품에 안기는 넌
목마름 탓인가 단내를 머금었고
향기가 아니어도 좋다 아닐 수 밖에
피지 않고 빛나는 것이니 창백할 수 밖에
허나 오월의 붉은 꽃보다 뜨겁다
눈을 감으니 잠이 오고
옅은 향기에도 고혹적인 너는 누워 보아야 예쁘다
봄도 저속한 밤인가
뒹군 흔적이 뿌리는 조심스러운 향기의 걸음을 따라
은밀한 별들이 수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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