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지다

시간여행자

by 이윤인경

갈 길이 멀어 피곤하네 네가 올 것 같은데

버스가 오네 또 비가 오네 그냥
모두 내리고 가네

글썽이네 가로등이 눈물에 젖네
눈꺼풀의 무게 떨구는 고개
기다림은 헤매다 잠이 드네

한없이 늘어져 바닥에 닿아 짓이겨지는 담배
남은 연기의 매캐한 냄새
버스의 어리는 잔상
연기를 휘는 바람의 방향으로 고갤 이끄네

낮은 가로등 하나가 젖어 우네
무언가 기다리는 곳 안에
나란히 서 서로의 슬픔을 안네

갈 길이 먼데 어지럽네 넘어질 것 같은데
버스가 오네 설 자리가 없네
모두 데리고 가네
늦은 가로등 젖은 눈이 소잔이 감기네


[사진출처 - 영화 <버스정류장>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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