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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놀란 찜요리

내가 이렇게 요리를 잘했나?

by 지니


며칠 전 철마에 가서 데리고 온 한돈 등뼈로 찜 요리를 했다. 시큼해져 그냥 먹기에는 무리인 신김치를 사용해 찜 요리를 하면 딱이겠다 싶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자 처리하려 했던 압력밥솥을 놔두길 잘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런 찜요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압력밥솥에 김치 두쪽을 먼저 깔고 한돈 등뼈 5토막을 얹었다. 풍미와 고소함을 더해주기 위해 올리브유 두 바퀴를 둘러주었다. 들기름을 넣어주었다면 또 다른 풍미가 더해졌을 텐데 아쉽게도 들기름이 떨어지고 없다. 통마늘을 20알 정도 넣고 대파 파란 부분도 넉넉히 넣어 주었다.


생각 난대로 진간장, 액젓, 국간장을 조금씩 넣고 압력밥솥 뚜껑을 잘 잠근 뒤 인덕션 찜 메뉴를 눌러주었다.


한 시간 뒤 찜이 완성되고 열어보니 비주얼이 꽤 좋다. 냄새도 그럴싸하다. 찜 요리는 자주 해 본 게 아니라서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있는 재료들을 넣고 익혔을 뿐인데 성공적이게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김치를 먼저 깔았더니 등뼈 고기 색이 좀 연했다. 다시 위치를 바꿔주고 30분 더 익혀주기로 했다. 30분 뒤 어떤 맛과 모습을 짠 하고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나의 요리법은 눈대중, 손대중, 눈 맛, 손맛이다. 넷플릭스 주관식당에 나오는 최강록 셰프는 음식을 잘하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미각을 잃어서 눈대중 손대중으로만 하던 요리법을 계속 고수할 수 없다고 한다. 후세에 물려주고 싶다면 자기만의 레시피를 기록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브런치스토리 유미래 작가님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여러 레시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골라 자기만의 고유의 색을 더해 음식을 만드시는데 아주 안성맞춤인 음식이 탄생한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레시피는 요리노트에 꼭 기록을 해 놓으시는데 다음에도 이대로 하면 되기 때문에 실패할 일이 없다고 하셨다. 나도 요리를 좋아하니 나만의 레시피북을 꼭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30분을 더 찌고 나니 고기의 색도 적당히

입혀졌고 더 맛있는 냄새가 난다. 점심 메뉴 한 개가 완성이다. 이제 맛보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 맛이 참으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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