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어젯밤 잠을 잘 못 잤다. 명절 전이기도 하지만(괜히 마음 무거움) 새벽에 여러 장면의 꿈에 시달렸다. 좋은 꿈은 아니었다.
어제 어머님이 또 넘어지셨다. 요양보호사가 가시고 난 뒤 소파에서 화장실로 이동하려고 하는 찰나에 그러셨다고 하셨다. 넘어진 채로 혼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앉아 계셨다고 했다. 바깥 볼일을 보고 온 뒤 어머님을 붙잡아 일으키고 방으로 모셨다. 전처럼 허리나 엉덩이 쪽을 다치신 모양이다.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한 번 낙상 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은 자주 넘어지게 되어있다. 근력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고 어지럼증 때문이다. 앉아있다가 또는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려고 하면 핑 도는 그런 게 있는 모양이었다. 늘 어지럽거나 하진 않지만 때론 어지러울 때가 있는데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나 보다. 하필 아무도 없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서 안타깝다. 요즘 들어 어지러워 넘어진 적이 없으셨는데 또 이런 일을 당하니 멘붕이 왔다. 주기적으로 그러신 것 같다. 6월에 넘어지셨으니 근 석 달만이다. 그렇다고 24시간 어머니 옆에 붙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리고 넘어진다 예고하고 넘어지는 것도 아니니 참 힘들다.
그래서 이런 상태의 부모님들을 거의 요양병원으로 모시게 되나 보다. 어머님도 곧 그런 절차들을 밟으시겠지만. 지금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어쩌다 보니 우린 모시고 살고 있다. 어지러워 넘어지는 거만 없으면 혼자 화장실 이용도 살살하시고 많은 부분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신다. 그러니 요양병원 가시기가 어중간하긴 하다. 그런데 낙상이 반복되니 그게 참 문제다. 넘어지는 걸 반복하면 몸이 더 상하기 마련이고 함께 돌보는 가족도 힘든 법이니. 이번 명절 때 가족들이 다 모이면 심도 있게 상의를 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곧 내일부터 시작하는 아르바이트 일에도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다행히 요양보호사가 방문하는 시간대라 걱정은 덜하지만 이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나도 할 수 있을 만큼의 최선을 다해 어머님을 케어하지만 계속되는 똑같은 반복에 이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간다. 오늘도 나는 그냥 묵묵히 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