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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Aug 15. 2024

오랜만에 맨발 걷기

개운함 그 자체

시원한 녹찻물 한잔을 들고 맞바람 치는 현관문 앞에 앉았다. 좀 전엔 문 앞에 대자로 누워있었다. 많이 더울 땐 맨바닥에 누워버리면 시원하고 편하다.


저녁을 먹고 치우고 정리하고 나니 8시가 되었다. 간단하게 했는데도 뭐가 정리할게 많다. 빨리빨리 못 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여하튼 정리를 끝내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길에 동네 인근 맨발 걷기를 할 수 있는 장소로 향했다. 요즘은 유달시리 어깨가 결리고 뻐근한 것이 잠을 잘 못 자서 그런 건지 브런치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 건지(작가님들 글 보고 시간을 많이 보냄) 자세가 불량해서 그런가.. 여기서 핑계 대지 못하는 건 운동부족!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덥다는 이유로 밖엘 너무 나가지 않았다. 나가면 어째도 걷기 마련인데..

서론이 또 길어졌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맨발 걷기 장소로 가면 딱 좋을 것 같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8시라 그래도 몇 분은 걷고 있겠지 하며 갔는데 세 분이 열심히 걷기를 하고 계셨다. 두 분은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고 젊은 분 한 분 이렇게 계셨다. 나도 맨발 걷기에 동참해 본다. 산 흙 길이라 돌멩이들이 중간중간 있어 발에 콕콕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맨발 걷기에 초보인지라 발이 좀 아팠다. 아직 요령이 붙질 않아서겠지? 세 분 걷는 속도가 빨랐다. 저분들은 아마도 맨발 걷기 하신 지 좀 되셨을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우리 만치 잘 걸으셨다. 나도 그 속에서 속도를 내 본다. 몇 바퀴를 돌았을까.. 제 페이스가 맞혀진다. 속도에 안정감이 생겼다. 처음 걸었을 땐 발이 좀 아팠는데 계속 반복하다 보니 발이 아프지 않았다. 몸도 처음보다 가벼워진 게 느껴졌다. 몇 바퀴를 돈 후 벤치에 앉아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그리고 난 후 두세 바퀴를 더 돌았다. 몸에 열이 나고 땀이 스며져 나온다. 그리 더운 공기는 아닌데 맨발 걷기로 인해 혈액순환으로 인함 같았다. 뭔가 거창하고 힘든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몸이 가벼워지고 찌뿌듯 함이 좀 가셨다. 매일 한 것도 아닌데 단 몇 분만에 이런 효과가 나다니 신기했다.


두 분은 먼저 가시고 나도 가려고 수돗가에서 발을 씻고 있는데 마지막 남은 한 분도 수돗가로 오셨다. 젊은 그분이셨다. 그런데 가까이서 뵈니 나이가 있으신 분이셨다. 자연스럽게 “맨발 걷기 하신 지 좀 되셨나 봐요? 대게 잘 걸으시던데요. 속도도 빠르시고” “아, 네 좀 됐지요. 1시간 반은 걸어요. 매일” “예? 한 시간 반이 나요?” “적어도 한 시간은 매일 걸어요” 하신다. “멀리서 뵈니 젊은 분인지 알았어요. 너무 잘 걸으셔서...” 특히나 꼿꼿한 자세로 잘 걸으셔서 저분 참 잘 걸으시네.. 하고 생각했는데 자녀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손주, 손녀도 보셨다고. ”맨발 걷기 매일 하면 잠이 잘 와요. 그리고 뱃살도 빠져요 “ 하신다. 뱃살이 빠진다는 말에 혹 했다.


맨발 걷기가 좋다는 것을 두어 달 전에 알았는데 그동안 세 번 정도 해 보고 그 뒤로 꾸준히 하지는 않았다.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활력이 생기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게 맞나 보다. 30분 정도 걷기를 하고 왔을 뿐인데 몸이 훨씬 가볍고 기분도 개운하다. 14층 집까지 올 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했다. 둘러보면 운동할 수 있는 코스도 장소도 많은데 그동안 덥다는 핑계로 일이 많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너무 소홀히 했던 것 같다.


내일부터 맨발 걷기 매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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