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하지만 결국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
사랑이 결여된 이 세상에서 각각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혼자서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은 알게 모르게 사랑을 향하며 살아가고 있고, 그 사랑의 방향에 한계란 없는 듯 보인다. 동물을 향한 사랑, 음식을 향한 사랑, 명품가방을 향한 사랑 등 사랑의 범주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포함이 된다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나는 또 다른 사랑의 방향을 발견하게 된다. 내겐 전혀 없는, 있어본 적이 없었던 종교를 향한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오랜 기간 친구로 지내온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사역'이라고 불리는 내게는 낯선 봉사활동을 위해 한 주에도 교회를 여러 번씩 들락날락할 뿐만 아니라, 두 군데의 교회를 다니면서 그녀의 시간을 할애하곤 한다. 최근 그 친구를 가까이서 봐 오다가 궁금증에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일주일에 몇 시간을 교회에서 보내?"
"응.??"
친구는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주 3일 이상 적어도 10시간 이상은 교회에서 보내고 있는 듯하다.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교회에서 보내는 것이 아깝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시간을 이용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녕 그들의 삶과 생활을 이해하지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특수한 사랑의 방식을 말이다.
종교를 향한 사랑의 특수성은 바로 매주 일요일마다 자석에 이끌리듯 교회라는 곳으로 사람들이 움직임에 있다. 같은 방향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곳에 매주 모여 서로 의지하고 격려해가며 나의 사랑이 유별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들의 움직임과 그들의 마음의 근원이 궁금해 몇 번 친구를 따라 그곳엘 가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았고 또 놀랐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뭐랄까, 나에게는 새로운 느낌의 어떤 것이었다.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하고 찬양을 하고.. 어린 시절 친구 따라갔었던 교회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기도를 하고 찬양을 하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았더니 그들의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가 제각각 살아있는 듯 움직이고 있어 나에겐 무엇인가 색다른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나 자신을 숨긴 채 절제하며 살아가야 하는 일상 속에서는 드러낼 수 없던 사랑이 허락되는 그곳에서 마음 편히 꾹꾹 눌러왔던 마음을 표출하는 것이겠지. 제삼자의 눈엔 다소 지나쳐 보이는 감정 표현 같기도 했고, 의아하고 낯선 행동 같기도 했다. 그들이 나와 같은 제삼자를 의식할 필요는 없으니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나를 제외한 수백의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그들은 편안함을 느끼는 듯했고, 그렇게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사랑과 믿음을 키워 나가는 듯했다.
그 군중 속에 포함되지 못하는 극소수의 호기심에 이끌린 영혼들은 때론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그 두려움을 느꼈을 때의 당혹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물론 모든 상황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 나는 군중 속에 있는 빛(광기 인지도 모르는)을 보았고, 마치 광장 공포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낯선 곳에 홀로 버려진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호기심이 두려움으로 바뀐 순간이다.
그저 나와는 다른, 다른 방식의 사랑의 종류 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알 수 없는 그리고 내가 속할 수 없는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잠시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신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은 비교적 행복하다고 봐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방법이야 어쨌든 간에 그들은 사랑을 품고 있고, 사랑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도 아니까.
자신을 희생할 줄 알고 이웃의 사랑을 인정하고 함께 나눌 줄도 안다. 그러한 그들의 사랑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웃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냉정하고 잔혹하다. 그들의 세상 속에서는 믿음과 불신, 옳고 그름의 선이 너무도 굵고 진했다.
어쩌면 맹목적이기만 한 사랑이라 생각했다. 나누는 사랑이 아닌, 아래에서 위를 향한 일방적인,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끝없이 매달리는 그런 맹목적인 사랑.
과연 이런 사랑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다른 사랑을 위한 여유 공간도 존재하는 것일까?
타인을 사랑하려 애를 쓰지만, 그 큰 사랑의 흐름에 맞춰주지 못하는 타인의 마음을 품을 수 있을 것인가?
동시에 서로 다른 곳을 향해 그리고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는 그 사랑이 과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얘기하는 그 사랑이 과연 같은 것이기나 한 것인가?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듯 서로 다른 나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곳에서 나의 나라는 이 땅에 속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들의 나라가 내가 사는 세상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야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그들의 사랑이 궁금해서 찾아가 본 그들의 세상에서 나는 그저 이방인일 뿐이었고 조금이라도 그들을 알게 될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성급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아주 조금밖에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아마 나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조금 더 해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듯하다.)
그들의 사랑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원하는 사랑과는 조금 다른 방향임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좇기만 할 수 있는 그들의 삶이, 어쩌면 나의 삶보다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에는 의심이 필요 없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