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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May 16. 2021

중국 문화의 날로 명명합니다

손재주가 없어도 할 수 있어요

2019년 5월 15일, 왠지 모르게 중국 문화로 잔뜩 둘러싸여버린 하루였다. 심지어 일기에 '중국 문화의 날?ㅋㅋ'이라고 적었을 만큼. 그 시작은 태극권. 아침 학교 등굣길부터 특이한 수련(?)을 하시는 할아버지를 목격했는데, 사진을 찍을 땐 그냥 옷까지 갖춰 입고 태극권을 연마하신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머리 위에 뭔가가 놓여있다. 균형을 잡으면서 내공을 기르는 훈련을 하고 계신 걸까? 캠퍼스에 이렇게 동네 주민이 와서 아침 수련을 한다니, 그것부터 신선하다.




두 번째 중국문화 체험은 오후에 예정되어 있던 어학당 학급 활동, 전지(剪纸). '종이를 오린다'는 뜻의 이 활동은 중국의 전통 종이 공예 중 하나로, 가위나 칼로 종이를 잘라 원하는 형상이나 그림을 만들어내는 공예 활동이다. 아무래도 학교에 중국 문화를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학급별로 이런 활동을 계획하여 진행했는데, 특별히 별도의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가를 신청하게 되었다.


일과를 마치고 정해진 시간에 활동 장소에 도착하자, 우선 선생님께서 간단하게 종이의 발명 및 전지라는 공예의 역사, 방법 등을 소개해주시고 나서 아래와 같이 조금은 특별한 무늬와 색깔의 종이를 나눠주셨다. 빨간 바탕의 종이에 금색으로 용과 봉황 등이 그려진 무늬였는데, 황제의 옷에 수 놓인 무늬와 비슷했다. 종이가 좀 특이한 재질인 것이 마치 스크래치용 종이를 빨간색으로 온통 칠하기 전 금색으로 칠해둔 상태와 비슷했다. 긁으면 금색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



종이를 받고 신기해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화면에 도안 하나를 띄워주셨다. 종이를 아이스크림 콘 만들듯이 접은 뒤 저 도안대로 잘라내면 멋진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 우선 첫 번째로 제시된 도안을 종이에 그리고 잘라 보았다. 손재주가 없어서 도안을 그리는 것도, 접힌 종이를 잘라내는 것도 영 쉽지 않았다. 게다가 접힌 종이는 또 왜 그리 두껍던지.



그리고 잘라낸 종이를 폈을 때 보인 그림이 오른쪽 사진! 별과 달과 산이 어우러진 생각보다 꽤나 귀여운 그림이었다. 신기한 것은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들과 분명 똑같은 도안을 보고 그려서 완성했는데 완성된 작품의 모양이 다 묘하게 서로 달랐다. 그림 속 선의 모양이나 각도, 잘라낼 때의 각도 등에 따라서 완성되는 작품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첫 작품을 완성하고 나니 왠지 자신감이 붙었다. 조금 다른 모양의 문양과 중국의 상징 팬더를 완성했다. 팬더가 어째 팬더보다는 뿌까 같이 보이지만, 기분 탓이다.



그림을 완성한 뒤에는 문자 전지도 해볼 수 있었다. 보통 많이들 하는 것이 결혼 등의 좋은 일이 있을 때 붙이는 쌍희(双喜) 문자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결혼을 상징하는 글자다 보니 입 구(口) 자를 하트 모양으로 표현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의 손재주는 정확히 여기까지였는지 문자 전지는 생각보다 잘 나오질 않았다. 뭔가 묘하게 퍼져 보이는 저 글자. 하트는 잘 나오긴 했는데.. 그렇게 만든 작품들을 한 곳에 모은 것이 이 사진!



수업이 끝날 무렵엔 선생님께서 빨간색 틀 같은 것을 주셔서 완성된 작품을 꽂아 가져 갈 수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문화 체험을 위해 선생님들께서 꽤나 많은 것을 준비하신 듯하다. 재미있었던 전지 체험, 끝! 여분의 빨간 종이를 몇 장 더 주셔서 집에서도 해볼 수 있겠다.




마지막 중국 문화 체험 코스로 계획된 활동은 지난번 한차례 참석한 일이 있는 서법 두 번째 수업. 1차 수업 때의 멘붕을 딛고 용기를 내어 두 번째 수업을 들으러 학원에 왔다. 우선 숙제 검사부터 시작. 올챙이와 지렁이를 펼쳐 놓으니 선생님 앞에 설 용기가 나질 않는다. 숙제 검사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수업에 돌입! 지난 시간 수업에서 가로획인 헝(横)을 위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1, 2, 3을 썼다면, 이번 수업에서는 세로획인 슈(竖)를 써본 후, 이 가로획과 세로획이 어우러진 글자로 우물 정(井), 윗 상(上), 열 십(十) 자를 써 보았다.


세로획에는 종류가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쉬엔쩐슈(悬针竖)이고 둘째는 추이루슈(垂露竖)다. 그 이름의 한자를 보면 어떤 모양을 가진 획인지 알 수 있다. 쉬엔쩐슈는 그 이름에 바늘 침(针) 자가 있으니 바늘처럼 뾰쪽하게 끝이 마무리된 획을 말하며, 추이루슈는 그 이름에 이슬 로(露)가 있으니 이슬방울처럼 획 끝에 물방울이 나타나게끔 모양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 차이는 대략 이런 모양.


하지만 뜻을 안다고 손이 그렇게 움직여주느냐?! 그것은 당연히 그렇지가 않다. 분명 선생님의 획과 비슷한 모양으로 쓰고 있다고 자부하는데도 막상 완성된 글자는 꿈틀꿈틀. 게다가 이 두 세로획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손에 힘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인데, 특히 쉬엔쩐슈를 쓸 때 획 마지막까지 손 힘 조절하기가 영 쉽지가 않다. 획의 시작부터 끝까지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획을 쓰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획을 가지고 하나의 글자를 만들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물 정(井) 자를 쓸 땐 두 가로 획의 간격과 길이, 세로획과 삐침의 모양 등을 생각해야 하고, 윗 상(上) 자를 쓸 땐 글씨 전체가 삼각형을 이룰 수 있게 그 길이를 조절해야 함은 물론이고 작은 가로획의 끝처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열 십(十) 자를 쓸 때는 가로획은 얇게, 세로획은 굵게 해야 그 모양이 예쁘게 나온다고. 지난 1, 2, 3을 쓸 때도 느꼈지만 정말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한자 한 글자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왜 서법을 서예라고 칭하는지 알 만하다.


그렇게 결국 오늘도 선생님의 별표는 보지 못하고, 그래도 지난 수업보다 조금은 붓을 잡는 느낌이 익숙해진 데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근데 어째 학원에서 쓸 때보다 집에서 쓸 때 글씨가 잘 안 써지는 것 같다. 붓을 바꿔야 하나? (전형적인 초심자의 장비 탓...) 어쨌든 붓글씨를 쓰고 있으니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다녔던 요가학원이 생각났다. 완성 후 사진을 찍을 때 외에는 휴대전화를 전혀 보고 있지 않으니 불필요한 자극들에 노출될 일이 없고,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점이 요가학원에서 느꼈던 그 마음과 비슷했던 것이다. 어쩐지 잘 선택한 것 같다, 이 취미!




 [중문 일기 in 위챗 모멘트(朋友圈)]

(譯) 전지(剪纸) 활동 학교 반 활동: 전지(剪纸)! 비록 내가 손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작품들을 완성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역시 별과 달이 함께 있는 저 작품. 선생님께서 심지어 우리에게 여분의 종이를 몇 장 더 주셨다. 집에 가서 다른 도안을 좀 찾아서 다시 해봐야지~


(譯) 서법 학원 서법 두 번째 수업! 오늘은 쉬엔쩐슈(悬针竖)와 추이루슈(垂露竖)를 배웠다. 왠지 서법 수업은 요가 수업처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 어때? 지난번에 쓴 것보다 좀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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