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1
근래 나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면, 역시 늘지 않는 글솜씨일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이러다보면 늘겠지 늘겠지 했는데 이제는 더 물러날 수가 없는 기분이 든다. 최근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실력으로는 도저히 작가가 될 수 없는 없겠다는 생각, 어쩌면 기회가 영영 내게 주어지지 않겠다 받아들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을. 그러고 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오늘의 주제다.
글을 쓰는 행동 자체를 좋아한다. 그러나 내 글에는 어떤 확장성이 없다. 글이 콘텐츠가 될만한 구성을 갖추지 못하고 단순히 쓰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남의 글을 보면서는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가 쉬운데 막상 내 글 앞에 서면 영영 달아나고 싶은 기분이 든다. 고치고 싶지 않다. 부족한 부분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고, 이 안에 오래 머무르고 싶지 않은 어떤 충동까지 느낀다. 그저 끝없이 쓰면서 나아가고 내 안에 것을 털어 놓고만 싶다.
내 글이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데는 그런 까닭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내면세계와 그를 둘러싼 삶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고 관심도 없다. 그래서 이야기가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둥둥 뜨기만 한다. 몇 번이고 이런 내 부족함을 극복해보려고 주인공의 내면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하면, 계속 내가 떠오른다. 내 이야기는 자폐성을 띄고 있으며,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면 나는 누구인지 모를 사람에 대해 쓰게 되어버린다.
초반 구성을 잘 하고 시작하라는 피드백을 주로 받았는데,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어쩌면 내 안에는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걸지도 모르는 게 진짜 문제일지도 모른다. 남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도 없고, 소개하고 싶은 인물도 없어서 굳이 시간을 내서 어떤 이야기를 짜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우울하지만 편해진다. 애초에 못하는 일을 포기하는 일은 속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원점이다. 작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글을 쓰는 데 더는 집작하지 않는 게 나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속편하게들 이야기한다. 당선이 되고 싶다면 당선작을 연구하면서 노력하면 되지 않냐고, 열심히 쓰지도 않으면서 못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니냐고. 다 맞는 말인데, 애초에 그렇게까지 하면 뭔가가 될 수 있다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내 삶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데 덮어놓고 노력만 하라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했을 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안전한데 앉아서 말하기는 쉽고, 나는 그런 도박을 할 용기가 없다.
그렇다면 노력하면 될 것 아닌가 묻는 이가 있을 것이다. 노력이란 어느정도로 해야 알맞은 걸까 알 수 없음에도. 나 역시 매일 쓰고 읽고 있으나 이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노력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아예 포기해 버린다면 노력하지 않는다면 노력이 부족하다거나 왜 노력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건지 고민하지 않을 텐데.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린다.
노력을 한다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누군가는 어느정도 성장하고 누군가는 그러다 말고 운 좋게 뜨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욱 더 많을 것이다. 노래, 글, 공예 할 것 없이 실력을 타고나거나 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쉽게들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살면서 한번도 내 글을 타고났다고 느껴본 적 없다. 쓰다보니 손에 익은 것이고, 그건 노력이 어느 단계까지 이르렀을 때 주어진 결과물일 뿐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지도 타고나지도 않았기에 이정도 수준에 그칠 뿐이다. 긴 소리로 억울하게 칭얼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웃긴 이야기다. 노력없이 성공하고 싶다. 못 쓰는 내 글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싶지 않다. 되도 않는 내 실력을 아쉬워 하고 싶지 않다. 살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가지지 못하는 것만 애원하며 살아갈까. 언젠가는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갖게 될까. 그렇다면 좋겠다. 그러나 요원한 일이다. 내 노력은 부질없고, 내 실력은 형편없으며, 내 의지는 강하지 않다. 방구석에서 다만 쓸 뿐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 어느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따위의 생각을 생각을 하면서.
살다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그다지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내가 가진 능력도 대단할 것 없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나에게 불가능한 일은 셀수 없이 많으며, 가능한 일은 능력의 문제보다도 결국 요행이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