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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Nov 20. 2021

헛헛한 마음 위로하는 물메기탕

헛헛하다는 배 속이 빈 듯한 느낌과 채워지지 아니한 허전한 느낌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허기는 내 몸을 좀 더 무디게 만든다. 가을 찬바람이 불고 쌀쌀한 날씨와 더불어 쓸쓸한 마음이 한편에 자리 잡는다. 헛헛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델타 변이로 한 차례 기대가 무너지고 나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지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했지만, 정상으로 돌아가기에는 그 거리가 여전히 멀다. 가을바람은 더 차갑게 느껴지고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차창에 날아온 은행잎과 찬 빗방울이 그런 마음을 더해준다. 


밤 11시 청량리역을 출발해 동해역을 향한다. 야간열차에 침대칸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삶에 대한 큰 기대나 희망을 생각하기보다는 하루하루 지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1997년 어느 겨울날 소주를 친구 삼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창밖을 보면서 자다가 깨기를 반복한다. 새벽 5시 동해역에 내려 삼척으로 향한다. 

촉석루 근처에서 일출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곧장 삼척시장에서 파는 곰치국을 먹으러 간다. 처음 먹었다. 그 물컹하고 징그러운 모습에 그만 곰치국의 맛을 놓치고 말았다. 국물은 시원했으며 일부 살점들은 부드럽게 느꼈으나, 그 물컹한 살점들은 모두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웬 가시가 그리 많던지. 




나이가 들면 식성은 변한다. 음식의 겉모습이 주는 인상보다는 음식 안에 담긴 매력 속으로 조금씩 전진한다. 곰치탕은 점점 매력적인 음식이 되어갔다. 살에 와닿는 찬바람의 느낌이 싫어진다고 생각할 즈음, 요즘 물메기탕이 제철이라고 날아온 문자. 부드럽고 고소한 살의 질감과 말갛게 시원한 맛은 헛헛한 나의 마음과 움츠러든 몸을 위로한다. 

아 그런데 물메기와 곰치가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곰치가 아니고 꼼치란다. 때로 언어는 우리의 느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음식과 관련해서 잘못 알고 있는 이름들이 그대로 통용된다. 통용되는 언어가 그 음식의 지금을 반영한다. 표준 명칭과 통용되는 명칭의 긴장관계는 일상의 삶이 단순하지 않음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깊어가는 가을, 꼼치든 곰치든 물메기든 장이 편안하고 몸이 아늑해져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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