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행복

by 새로나무

더위가 물러가기 싫은가 보다. 산들바람이 부는가 했더니 습하고 무더운 날씨다. 바깥을 나서기 싫어진다. 계단 오르기와 걷기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작이 생각보다 쉽다는 점이다. 다른 운동을 하려면 준비하거나 장비를 챙기거나 이동을 해야 한다. 계단 오르기는 문만 나서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문을 나서는 것은 매번 쉽지 않다. 겨우 겨우 옷을 챙겨 입고 수건을 들고 문을 나선다. 다섯 세트를 하고 나니 완전히 몸이 풀린다. 언제든 집으로 들어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늘 나를 안심시킨다. 습한 더위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한다.


평상시 일곱 세트에 50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물통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 오늘도 대충 끝내고 들어가서 샤워하고 체중계로 몸무게 확인하고 물을 마셔야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점점 힘이 들었다. 겨우 겨우 아홉 세트를 마쳤다. 마칠 때는 몰랐는데 제때에 수분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생생하게 경험하게 되었다. 갈증이 가라앉지 않는다. 물을 계속 먹어도 그 갈증이 지속된다. 이런 경험이 있었나 과거를 돌아보니 오늘처럼 1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서 물을 먹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목이 마를 때 그때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게 되었다.


신장결석이 처음 발생했을 때는 97년 가을 즈음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로 계속 통증이 오더니 새벽에 급기야 구토를 하고 말았다. 병원에 가서 진단받기 전에는 무슨 큰 속병이 난 줄 알았다. 진단 결과 1.2cm 크기의 결석이 요로에 있고 요로가 수축되며 통증이 왔다는 것이다. 그걸 깨서 몸 밖으로 내보내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그 이후 4번 더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그때마다 결석으로 신음했다. 수분 섭취를 잘하지 않던 습관을 고치고 난 뒤 지금까지 결석이 다시 내게 찾아오지 않았다. 오이, 수박, 사과, 토마토 등 수분이 들어있는 과일과 채소도 먹고 틈나는 대로 차도 마시고 물도 꾸준히 마셨다. 그런 내가 오늘 수분 섭취 때문에 힘들어할 줄이야....


계단 오르기는 별도의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는 운동이다. 아주 특별한 도구라고 해봐야 반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운동화다. 그런데 운동화는 매우 중요하다. 바닥에 쿠션이 없는 신발을 신었을 경우 21층까지 한 세트도 힘겨웠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티셔츠는 면보다는 바람이 통하는 옷이 좋다. 면은 땀을 그대로 흡수해서 나중에는 무거워질 정도이다. 그리고 땀에 젖은 면티셔츠는 운동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이웃에게 냄새로 민폐를 줄 가능성이 높다.


계단 오르기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등산을 하거나, 탁구를 하거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은근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심지어는 옷차림에도 신경 쓰게 된다. 운동은 내 몸에 집중하기 위해서 하는데, 타인의 시선으로 그 집중력이 분산되면 운동효과도 떨어진다. 물론 잘 다듬은 몸을 보고 배우는 장점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몸이고 내 몸은 아니다. 내 몸에 집중하고 내 근육에 집중하고 내 몸의 균형에 집중할 수 있는 운동으로 이만한 운동이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운동의 끝은 언제나 상쾌하다. 멍했던 머리가 맑아지고 땀이 빠진 몸은 개운하다.

(18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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