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생각하는 길

by 새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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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의 신경치료가 끝나고 오늘 그 마지막 뿌리가 겨우 붙어있는 치아를 메탈로 씌웠다. 언제 빠질지 알 수 없기에 가장 싼 재료로 씌웠다. 진료받는 동안 치과에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이 비로소 귀에 들어왔다. 통증과 두려움으로 인해 온몸에 힘을 줬던 그 대가를 이제야 비로소 받는다. 겨우 뿌리가 살짝 붙어있는 치아의 소중함을 깨닫는 동시에 건강을 유지하는 힘은 일상생활 속에 있음을 생각해본다. 하루하루의 게으름이 축적되어 불러온 위기이므로 그 치아를 잘 지키려면 역시 일상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임플란트 치료가 완벽한 치료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치아를 살렸다는 안도감과 작은 행복감을 느낀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문을 나선다. 어제는 날씨가 쌀쌀했다. 그래서 계단 창문을 열지 않고 운동을 했는데 답답한 공기 때문인지 많이 힘들었다. 오늘은 첫 세트부터 창문을 연다. 계단을 오르며 산의 풍경이 조금씩 눈에 와 닿는다. 흐린 날이지만 맑은 공기 덕분에 시야가 탁 트인다. 흐린 날이지만 흐린 날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맑고 명확하고 명쾌하다.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미세먼지로 가득했다. 봄에서 겨울까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수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아무리 맑은 날도 한두 시간만 지나면 뿌연 먼지가 태양과 파란 하늘 사이를 채우고 있어 우울했다. 처음에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석탄화력발전, 그리고 공장에서 뿜어내는 연기가 주범이라고 하다가 점차 중국으로 건너가 그들이 이 미세먼지의 70%가량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한 개인으로서는 그런 사실들이 너무 허망했다. 나의 의지와 바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그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답답함은 일상을 지배했다. 아침에 눈을 떠도 상쾌한 공기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금년 초부터 상황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사람들 관심에서 조금 멀어졌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긴 장마가 지나가고 여름에서 가을로 가면서 마침내 어마어마한 구름과 파란 하늘을 매일 볼 수 있게 되었다. 운동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갑자기 내게 주어졌다. 나의 일상 속에서 일부 사고방식은 미국을 비롯한 소위 말하는 선진국 중심의 사고가 스며들어 있었다. 그들의 제도와 환경을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코로나와 함께 살고 있는 지금 전 세계의 코로나 확진자 상황과 보건의료 상황을 보면서 그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시스템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이들이 저 코로나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지금 저 나라들에 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코로나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퇴치될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 근본적으로 공존이 가능한지를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비대면 시간이 늘어나고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난 만큼 나의 삶 속에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시간이 늘어났다. 내가 발견한 가치가 다른 거대 담론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주변 사람과 공유하는 것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조금씩 뉴스와 거리를 두게 된다. 내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선정적인 기사가 갑자기 나의 일상으로 침범하는 것을 이제는 자주 경험하고 싶지 않다.


계단 오르기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곳이다. 아내와 계단을 오르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자각을 매일 새롭게 하게 된다. 각자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있는 가치들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공유한다. 그동안 물레작업을 하며 도자기를 만들어왔던 아내가 코울링이라는 손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고 손작업이 주는 자연적인 흐름에 관해 얘기를 한다. 나는 최근에 알게 된 네덜란드의 혼성 그룹 Suzan&Freek의 음악이 글을 쓰는데 영감을 준다고 말한다. 이미 나의 일상 속을 깊이 들어온 거대 담론에 대한 관심을 버리는 것이 아니고 점점 줄이는 것이 내면을 더 깊이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데 같이 의견 일치를 본다. 코로나가 만든 상황 안에서 적응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본다.


아내는 오랜 시간 9세트에 머물렀었는데 오늘은 같이 11세트를 같이 완주했다. 운동량에 집착하지 않고 수행능력과 그날그날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더 갈지 멈출지를 결정한다. 어떤 정해진 틀 안에서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운동한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서로에게 "수고했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성취감을 서로 나누는 순간이다.

(23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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