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공존하는 삶

by 새로나무

주말에 지방을 다녀오는 동안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지 허리 통증이 내게 문득 다가왔다. 허리 통증이 오면 일단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을 그냥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1987년 척추 디스크 판정을 받자마자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권하셨다. 나는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지금은 알 길이 없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6년간 허리 통증은 나의 일상을 완전히 지배했다. 통증을 버티며 단전호흡도 집중해보고 대전과 부산과 제천을 떠돌며 용하다는 사람들을 만나 치료도 해봤다. 그러나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통증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통증으로 지속된 불면의 밤 속에서 나는 저 멀리 아득히 먼 곳에 있을 것 같은 통증 없는 나라를 꿈꾸었다. 그즈음 조하문의 <고통 없는 나라>라는 노래는 잠시 나의 통증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1990년 통증으로 지친 내게 용기를 준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지금은 아주 유명한 <우리들의 병원>을 창업한 이상호 박사의 <당신의 허리는 튼튼합니까>라는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주로 수술을 하는 의사였지만 비수술적 치료도 있음을 책을 통해 나와 같은 디스크 환자에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일단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고 위로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운동방법을 조금씩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내 몸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이고 허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매년 3-4차례 방문하는 허리 통증은 짧게는 2-3일, 길게는 2-3주 가까이 지속된다. 가장 힘든 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난 후, 뒤처리할 때 손이 잘 닿지 않는 고통과 양말을 신기가 버거울 때다. 2016년 정선근 교수의 <백 년 허리>는 허리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키워드를 내게 선물로 줬다. '맥켄지 신전 운동은 허리를 요추 전만 상태로 신전시켜 수핵을 앞으로 밀고 후방 섬유륜을 두껍게 한다.'는 대목이다. 그동안 상체를 위로 젖히는 동작은 허리에 오히려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주로 허리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 다리 들어 올리기를 했었다. 물론 이 운동도 거의 3년 가까이했고 매일 평균 400회 이상을 시행했다. 그런데 하체는 단단해졌지만 허리가 점점 더 아파왔다. 그 원인을 찾은 것이다. 통증이 찾아올 때면 엎드려 상체를 젖히는 동작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허리 통증은 내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대상이지 쳐서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 건 10년 정도 되었다. 34년 중 24년은 아플 때마다 어쩔 줄을 몰라하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치료방법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었었다. 수술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1987년 부산에서 허리 디스크를 치료하는 분을 찾았을 때다. 같이 치료받던 분은 중국집 주방장이셨는데 허리 수술 이후 재발해서 거동이 불편해 가족들이 수발을 들 정도로 심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절대 수술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통증 앞에서는 무력했다. 이 허리 디스크와 같이 살기로 마음먹은 이후로는 통증이 오면 '아 쉬라는 신호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주로 누워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도 없고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허리 디스크 혹은 허리 통증과 같이 살겠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무리가 안 가는 범위에서 허리 근육을 강화시킬 요량으로 하는 계단 오르기를 지속할 수 있다면 허리 통증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상황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상황은 수시로 변한다.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마음가짐을 다듬고 그에 대비하는 몸을 만드는 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지금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데는 여러 사람들이 정보를 주고 가르침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가르침의 상당 부분은 책에서 얻었다. 그렇게 책으로 만나게 된 사람 중 존 사노 박사는 <통증 혁명>과 <통증 유발자 마음>이라는 책에서 통증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무의식은 TMS(Tension Myositis Syndrome, 긴장으로 인한 근육 염증 증후군) 와 관련된 질병이 발원하는 곳이다. 일상생활에서 억압된 정서는 무의식에 남게 되고 TMS는 무의식 속에서 진행되는 과정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억압된 정서에는 열등감, 불안, 나르시시즘, 분노, 억압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그리고 TMS에 잘 걸리는 사람은 타인에게 사랑받고 존경받고자 하는 욕구, 성취 욕구, 경쟁 욕구가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TMS는 그런 불쾌한 가정에 대한 회피책으로 내 주의를 몸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대목은 나 스스로가 그런 억압된 감정에서 풀려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통증에 얽매이지 않고 더 이상 통증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늘 그 원인이 되는 감정과 정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20세기 중반 이후 의학계에서는 뇌가 신체에 물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개념, 곧 심신 장애가 존재한다는 개념을 갈수록 멀리했다고 한다.


그의 메시지를 나는 나름대로 해석하고 생활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내 허리의 통증의 원인은 나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물론 잘못된 자세를 오래 유지하다가 발생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 하거나, 지나치게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미워하거나 하는 감정과잉의 상태 등이 통증을 유발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서 서서히 통증의 강도는 약해졌다. 그리고 허리 통증이 찾아오면 정신적 휴식과 신체적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증과 적대적 관계로 대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통증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빈도는 적어졌다. 특히 계단 오르기는 그 빈도를 현격하게 낮췄다. 계단을 오르면서 신체적으로 얻게 되는 운동효과도 좋지만 무엇보다 계단을 오르면서 감정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된 점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147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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