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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도 없이 시작된 압수수색

옆집에 주거침입범이 산다 #2

by 하은


"뭐 하시는 거예요! 나가세요!"

나는 급히 따라 들어가며 소리쳤다.


"집 한 번 보여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한 번만 보자니까!"

"안 된다니까요! 안 된다는데 왜 들어오세요?"

"한 번만 보자고!"


안방에서 TV를 보던 아빠가 소란을 듣고 거실로 나왔다. 아빠는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오랜 세월 다져진 위험 감지 센서가 작동한 듯 본능적으로 외쳤다.


"당신 뭐야. 왜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와요! 나가요!"

"집 좀 보자니까요!"


아주머니는 언행일치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관과 가장 가까운 방으로 쏜살같이 들어가더니, 영장을 든 형사처럼 방 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놀란 표정으로 안방에서 나온 엄마가 다급히 말렸다. "아주머니, 잠깐만요. 아주머니."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불이며 베개, 옷가지를 마구 헤집더니 마침내 무언가를 집어 들고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이거잖아, 이거! 마사지기 맞잖아."


결정적인 증거물이라도 되는 양 흔들어 보인 건 어깨용 마사지기였다. 거꾸로 된 U자 모양으로 어깨에 걸쳐 사용하는, 쓸모를 다하지 못한 채 방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애물단지였다.


"아이고, 이거 쓰지도 않고···."

"아주머니, 잠깐만요. 일단 나가시죠."

아빠의 기가 찬 목소리와 엄마의 애써 침착한 음성이 겹쳐 들렸다.


몇 차례 거듭된 퇴거 요청 끝에 아주머니는 그제야 마사지기를 바닥에 탁 내던지고 방에서 나왔다. 그러나 발걸음은 현관이 아닌 다른 곳을 향했다. 조금 전까지 증거물을 들고 의기양양하던 모습과 달리, 두리번거리며 집 안을 훑는 얼굴에는 여전히 무언가 풀리지 않은 기색이 가득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안마의자 같은 더 큰 소음원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아주머니는 닫힌 안방 문을 똑바로 응시하며 곧장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엄마는 황급히 뒤따라가 부엌에서 안방을 등지고 서서 길을 막았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 멈춰 엄마를 노려보더니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아, 그럼 나 경찰에 신고할래."

"······."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저 당당함은 또 뭐람? 누가 봐도 신고해야 할 쪽은 우리였다. 엄마는 화가 난 얼굴로 "예, 전화하세요."라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행동파 기질이 또다시 발휘됐다. 온몸으로 돌진하듯 엄마를 밀친 것이다. 안방으로 들어가려는 시도였다. 예기치 못한 공격에 엄마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왜소한 몸집의 엄마는 건장한 체격의 아주머니 앞에서 한순간 더 작고 연약해 보였지만, 내뱉는 목소리에는 강단이 배어 있었다.


"신고하시라니까요."

"신고할 거예요! 지금 오라고."

"이거 주거 침입이에요."

"주거 침입이 아니지이~. 아니, 왜 흥분을 하세요?!" (누가 들어도 흥분한 쪽은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

"예."

"지금 흥분은 누가 했죠?" (내 말이 그 말이다. 엄마 잘한다!)

"내가 흥분한 게 아니라! 이 집만 못 봤어!"

"나가시든지 앉으셔서 얘기를 하세요."


아주머니는 식탁 의자를 드르륵 끌어내고는 털썩 앉았다.

"그래요, 앉을게요. 앉을게요. 내가 옆집 아줌마인데 나쁜 사람이겠어요?"

"이 자체가 지금 나쁜 행위예요. 지금 이 밤에 와서 무슨 행동을 하시는 겁니까?"

"문을 두들겨도 안 열어주니까."


이쯤 되자 확신이 들었다.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예고 없이 벌어진 난장판에 멈춰있던 사고 회로가 다시 돌아갔다. 우리 가족만으로는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우선 경비실에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아빠는 집에 남기로 하고, 나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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