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차가운 커피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
맨들한 하얀 시폰 커튼이 맥없이 가을바람에
출렁거린다 금방이라 커튼 봉에서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소스라치게 늦은 오전을 맞이 했다
아, 산들한 가을바람이 저 맥 없는 커튼에게는
태풍인지 어깨 살갗이 차가운 냉기에 이불을 쓸어 올렸다 가을이 이렇게 빨리 다가왔나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쓸쓸하게 쓸어 담는 기분이다
풀잎 사이로 에에엥 풀벌레와 함께 했던 내 여름날이 어때였는지 한 순간 지나가버린 내 여름날이여
기억하는 거라곤 차가운 커피를 벌꺽벌꺽 마셨던 날들 밖에 없었던 건가 한숨만 남는다
저기요, 한숨 돌리고 따뜻한 커피 한잔 어떨까요
쨍쨍한 햇빛에 찡그렸던 날은 잊고
살갗에 조용하게 내려앉은 가을바람의 냉기를 차분하고 고요하게 맞이해봐요
우리, 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