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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히스토리 Jinhistory Dec 08. 2021

한마음 한뜻으로 시댁에서 김장한 날

2021.12.07

30년 넘게 밤낮으로 니트 공장을 운영하며 살아오신 우리 시아버지. 

그런 시아버지의 일상 속 힐링은 '장보기'이다. 하지만 이미 집안에 재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엄뉘께 재료 확인도 안 하고 대량으로 사 오시는 덕에 우리 시부모님은 냉장고 공간 싸움으로 투닥투닥거리신다. 홧김에 그냥 시아버지 전용 냉장고를 사라고 하시던 울 시어머니.... 그리고 시아버지는 정말로 해내셨다. 아주아주 커다랗고 으리으리한 새로운 냉장고를 구입하심 ㅋㅋㅋ

그리고 그 냉장고는 며칠 안되어 안이 가득 찬 기적을 우리에게 보였다. 결론은 여전히 냉장고 자리싸움으로 투닥투닥거리시는 우리 시부모님 ㅋㅋㅋ


11월. 김장철의 계절은 니트 공장을 운영하는 우리에겐 바쁜 시즌이다.

해서 결혼 4년 차가 되어가지만 나는 김장을 제대로 했던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쉽게 넘어가려니 싶었다.


어느 날 전화로 시아버지 지인분이 이번에 김장을 했는데 해남 어디 배추로 했더니 너무 맛있더라 하며 추천을 해주셨고 덕분에 시아버지는 바로 배추를 주문하셨다. (물론 시어머니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음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바쁜 업무를 뒤로하고 아버지를 제외한 모두가 열심히 김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누구도 계획에 없던 김장이었다.

이미 시부모님과 우리는 지인과 친척분들로부터 은근히 김치를 많이 받은 상태였기에 오늘 우리가 김장한 김치는 정말 다 같이 나누어 먹을 김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맛있게 먹겠지만은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분들과 우리 공장에서 나오는 폐지를 갖고 가시는 아저씨 등 주위 이웃에게 드릴 것 같다.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금은 따땃해지는데.... 여하튼 김장의 노동을 한 당사자인 우리들은 매우 피곤했음ㅋ


무튼 결과적으로 김치는 맛있게 되었고 맛보신 우리 시아버지는 매우 만족하셨다.

사실 모두가 맛에 만족했던지라 나는 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장의 문화가 이 가정에 자리 잡히지 않기를, 부디 다음번에는 울 시부모님이 김장의 계절을 그냥 지나치시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ㅠㅜㅠㅜ ㅋㅋㅋㅋㅋ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김치 만드는 과정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김장의 결과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하는 내내 솔직히 힘들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장하는 모든 이의 마음이 같은 마음이었기에.....

근데 제일 힘든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사과와 배 껍질을 깎는 것....?!?!?!

김치에 사과와 배도 갈아서 넣었는데 그 과일 껍질 깎는 게 나는 너무 어려웠다. 

평소에도 자신 없어하는 분야라서 그냥 제대로 뽀드득 씻어서 껍질 채 먹곤 한다.

그래서 이번에 아주 조금 시엄뉘 눈치를 봤다 ㅋㅋㅋㅋㅋ 너무 못생기게 깎아버려서 ㅠㅜㅠㅜㅠㅜ

다행히 갈아버리는 것들이라 생긴 건 중요하지 않았으니 천만다행 ㅋㅋㅋ


모두가 뜻하지 않게 김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김치는 너무 맛있었고 나름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온 하루였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시댁에서 김장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뭔가 엄청 대단한 일을 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서 김치가 더 맛있게 된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기분이가 좋음 ㅋㅋ




[오늘의 감사일기]

-오늘 아파트 모든 단지가 교체 및 수리로 인해 정전이 되어 거의 하루 종일 물도 전기도 안 나왔는데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상관없이 계획을 잘 보내고 돌아올 수 있어 감사

-같은 단지 내에 살고 있는 친구가 생겨 감사

-김장을 즐겁게 잘하고 올 수 있어 감사

-오전부터 저녁까지 시댁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옴에 감사

-시댁에서 엄청 좋은 케이블 채널(메조 라이브 HD)을 발견해서 귀 호강했음에 감사

-김치가 맛있게 되어 감사

-김장 후 피곤할 수 있었는데 강사과정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해서 즐겁게 잘 임할 수 있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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