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부녀 나들이
미루고 미루다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
개학을 하기 전에는 맞아야겠단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살에 독립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던 아이였는데, 요사이는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자기로서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고 했다.
28살이 될 때까지 같이 살아도 되냐고 묻는다.
‘으음, 하는 거보면서 생각해볼께’라며 거드름을 좀 피워주었다.
‘아빠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34살까지 안 나갈 수도 있다’며 맞받아친다.
만만한 녀석이 아니다.
카페에서 가벼운 레게 스타일의 노래가 흘러나오니 어깨가 움찔거린다. 아이에게 무슨 노래냐고 물어보니 Girls on TV 란다. (어째서 모르는 게 없는 거니? 공부 관련 이야기만 빼면...ㅠㅠㅠ)
나는 얼마 전부터 에피쿠로스 할배의 추종자가 되기로 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래? 그게 뭔데?”
‘텅 빈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곰곰이 듣더니 자기 합리화를 시작한다.
첫 번째 욕망은 ‘건강하게 자라는 거’
두 번째 욕망은 ‘사고 안치고 학교 다니는 거’
마지막 텅 빈 욕망은 ‘공부 잘하는 거’ 란다.
큰일 났다. 이제 아내에게 혼난 일만 남았다. 아이에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철학적 이유까지 제공한 셈이 되어버렸다. 아니 이렇게 건전한 대화를 왜 그렇게 해석하냐구?
장모님이 편찮으셔서 아내는 처가댁에 며칠 가있기로 했다. 잔소리 대마왕이 잠깐 자리를 비운 우리 집에는 드디어 평화가 깃들었다며 좋아한다.
나는 마냥 좋아하기에는 미묘한 위치라서...
노 코멘트!
주사 맞은 팔이 아파오기 전에 카페에서 한 컷.
아기 때는 열심히 찍어주던 사진이 이제 거의 연중행사처럼 되어버렸다. 얼굴의 70프로를 가리고 나니 좀 봐줄 만한 사진이 나왔다고 하니 ‘절대 동감’이란다.
어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다가 머리 깎은 기념(?)으로 친구가 한 컷 찍어주었다.
쭈글거리는 내 얼굴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나두 마스크 쓰고 찍을걸 그랬다.
2022-02-12
https://brunch.co.kr/@jinho8426/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