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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May 04. 2016

지노 배낭 여행기 - 호주편 45

지상낙원 그 섬에 살고싶다  

 2014년 12 월 4일(목)  맑음


바다가 있으면 해변이 있고, 해변이 있으면 모래사장이 있고 그리고 북적대는 인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는 그런 북적댐이 없다. 이러한 자연의 고요함을 영어로

Serenity라 하는데 특히 하늘과 바다의 고요함을 말한다. 이 해변에 그런 것들이 고스라이 깃들어 있다.  


하늘과 바다의 고요함이 있는 해변

배낭과 짐을 아랫채에 있는 방에 두고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카매라와 GOPRO만 가지고 섬 오른쪽 코너에 있는 산길로 트레킹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고 언덕 수준이지만 올라 가보니 길이 이리 저리로 얽혀있다. 산길 중간 중간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길 찾는 것은 쉬웠다. 보니까 비치가 섬 주위로 삥 둘러가며 널려있다. 일단 왼쪽으로 길을 잡아 Monkey나 Long비치로 가기로 하고……



shelving 비치를 버리고


이번에는 monkey 비치를 버리고 long 비치를 택했다

간만에 산길을 열심히 걸었다. 이정표만 따라 가보니 길이 또 갈라진다. 그래서 Monkey 비치를 버리고 Long Beach로 가는 길을 잡고 호젓한 산길을 천천히 걸었다. 너무 조용한 풍경이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소리만 고요한 산길을 간간이 울릴뿐 있을 법한 새들의 지저귐도 하나없다. 길을 따라 비치가로 내려가 보았다. 드디어 Long Beach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Long Beach

밑에서 보니 우리가 넘어 온 야산이 야트막한 구릉을 이루고 있었다. 이름그대로 긴 해변가에 밀려오는 파도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일부러 맨발에 힘을 주며 걸으면서 백사장에 우리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 발자국은 곧 바람이나 파도에 날려가거나 씻겨가 지워지겠지만 ……또 다른  Serenity를 느낄 수 있었다.



Long beach에서 모델 K의 인증샷


바람과 파도로 만들어진 물결형 모양의 모래사장

다른 비치는 가지않고 Long Beach만 보고 다시 산길을 넘어 왔다. 좀 걸었더니 몸도 덥고 땀도 송골하게 등판에 맺힌다. 여기서 통신두절의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셀폰을 수영복 주머니에 넣었는데 카매라만 윗옷을 벗어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백사장에 잘 싸놓고 그대로 입수한 것이다. 금방 알아채고 나와서 배터리를 분리하고 잘 말려서 다시 시도해봤지만 DOA(=DEAD ON ARRIVAL)가 되어 버렸다. 여기서부터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글과 사진을 전송하던 실황 중계방송이 끊어졌다.  



산길을 다시 넘어 돌아왔다


산중턱에서 내려다 본 해변

마가렛 아지매는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는 여자다. 나랑 자식들 농사에 대해서 많은 이바구를 나누었다. 이야기하다보니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은 어디서나 똑같았다. 부모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자식들이 걸어갈 때 과연 그대로 가게 놓아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제동을 걸어 바른 길을 잡아 주어야 하는지, 그런 잔소리가 부모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자식들이 각자가 하고 싶은 장래의 일을 가로막는 일이 될 수도 있을텐데 무작정 그렇게 할 수도없는 일이고…… 모델 K의 길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마가렛과 기념촬영. 아지매가 둘인것 같다. 머리 긴 아지매와 짧은 아지매


마가렛과 모델 K

꿈속에서도 타고 싶었던 세일보트가 지척에 깔려있다.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그런지 이제는 하나둘 씩 리스트 아이템을 내려 놓아야 할 것 같다. 이 짧은 인생살이에서 어찌 내가 하고픈 것들을 다 하고 살 수 있을까. 이제부터 차차 바께쓰 리스트를 하나씩 비워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남겨 놓아야 할 마지막 리스트는 무엇일까?  배. 낭. 여. 행 이것만은 남겨놓자.



물가에 정박된 보트

저런 조그마한 보트를 가진 사람들은 낚시도 즐기면서 해변에 보트를 파킹해 놓고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섬에 사는 주민인지 본토에서 건너 온 사람인지…어디로 가고 없다. 중간에 정박해 놓은 하얀 세일 보트가 한 폭의 그림이다.



닻을 내린 세일보트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저녁도 잘 얻어 먹었다. 삶은 닭살을 카레에 버무려서 야채와 함께 내놓는데 마가렛 아지매의 18번인 것 같다. 점심은 거의 아사 직전에 얻어 먹어서 맛도 모르고 배를 채웠다. 오늘 하루는 말그대로 바람불어 좋은 날이었다. 하루 한 편 밖에 없는 배를 아침에 놓쳐 들어 올 수도 없었던 것을 운좋게 낚시배를 만나 섬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점심 시간을 끝낸 식당에서 밥도 못먹다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The Shell House를 만나 배고픔도 해결하게 되었고 ,게다가 하룻밤 무전 숙박까지 하게 되었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저녁식사하면서 ZED(마가렛 남편)가 말하기로 내일 뭍에서 친구들 몇몇이 온다고 만찬 준비로 내일 새벽에 낚시를 갈 계획이니 우리보고 갈 마음이 있으면 따라 가도 된단다. 난 별로인데 모델K는 가고 싶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변과 바다 풍경

뒷산에 올라 가기전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House 앞에서 인증샷을 할 때 주인장의 하룻밤 쉬어가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치 제집처럼 드나드는 뻔질함이 엿보이는 것 보다도 처음에 어째서 이 집 입구에 세워 논 Private Property(개인 사유지)란 팻말을 보지 못했을까하고 가만히 팻말을 다시 들어다보니 글씨체가 눈에 확 들어오지않고 팻말 색상도 대비가 없어 밋밋하게 보여 우리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게 어찌보면 결과적으로 다행이기도 했지만……그런걸 보면 인연은 어찌되거나 이렇게 정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Private Property 글씨체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마가렛의 정원

이 청정한 섬에서는 어디로 카매라 렌즈를 들여대어도 훌륭한 그림을 보여준다. 그리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이유없이 즐거워진다. 너무 이국적인 정취가 묻어나서 그런걸까? 청정한 바닷물에 푸른 하늘, 그리고 깨끗한 하얀 구름이 흘러 가는 곳 Great Keppel Island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이 멋진 추억이 될 것 같다. 그것도 짜배기로 말이야.



한 폭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백사장


푸른 하늘과 바다에 모래 해변이 어우러져 참으로 멋진 풍경이 된다

저녁을 마치고 해변가로 나오니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넘어가고 붉고 누른 노을이 하늘에 가득하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애당초 이 섬으로 들어 올 때는 대산호초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왔는데 그렇지않다. 대신 섬 전체를 돌아 볼 기회도 있었고 현지 주민들(12세대중 2 세대)도 만나서 현지인들의 일상 생활을 잠깐 엿볼 기회도 있었다. 사람들이 살아 가는 곳은 세계 어디를 가 보아도 사는 법은 똑 같다. 걍 일상 생활, 즉 일상을 이런저런 제각기의 다른 방식으로 살아 가고 있다. 단지 사는 환경이 조금 다를 뿐이다. 여행의 재미란 그런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다른 환경의 지구촌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일상을 잠시 훔쳐보고 느껴보고 하는 그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때론 그런 것들을 돈 안들이고 이렇게 짜배기로 하게 되는 경우는 그 재미가 서너배로 크진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지상낙원에도 해가 지고 노을이 찾아 온다


곧이어 붉은 노을이 서쪽 하늘을 물들인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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