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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May 06.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호주편 47

다시 북쪽으로 길을 달리다


    다시 북쪽으로 길을  잡고 달리다


오후에 배를 타고 다시 뭍으로 나와서 오후 내내 북쪽으로 달렸다. 우선 대산호초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가기위해 물어물어 북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오후 내내 열심히 차만 몰아 고속도로를 질주하였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고속도로 군데군데에 차에 치여 죽은 캥거루 사체들이 자주 보이는 것이었다. 어떤 구간에서는 캥거루 사체가 즐비한 곳도 있었다. 많은 ROAD KILL이 북쪽으로 올라오니 눈에 자주 띄인다. 북부에 있는 OUTBACK이 가까워지니 대평원에 사는 캥거루들이 근처 고속도로를 횡단하다 이렇게 변을 당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캥거루 ROAD KILL이 우리에게도 찾아왔다.


Road Kill이란 동물들이 길을 건너다 차량등에 받혀 죽는 것을 말한다

아래 지도에 표시된 녹색선은 오늘 정오때 섬에서 배를 타고 나와서 차를 몰고 대산호초를 보러 나가는 에어리(AIRLIEBEACH) 비치까지 차로 달린 여정을 표시한 것이다. 중간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표시한 MACKAY라는 도시 근처에서 우리차가 ROAD KILL을 당한 지점이다. 이번 호주여행에서 가장 큰 사고를 당한 곳이다. 자칫했으면 여기서 호주 여행을 중단했을뻔 하였다. 그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해보면....



섬에서 나와 북쪽으로 달린 길


사고가 난 Mackay는 시드니에서 1800km 떨어져 있다




   Roadkill로 만신창이가 된 차


저녁을 간단하게 마치고 계속 북으로 올라갔다. 해는 이미 서산으로 떨어졌고 이번에는 내가 핸들을 잡았다. 땅거미가 짙게 깔리면 헤드라이트가 밝혀주는 앞 부분만 눈이 뚫어지게 바라보고 운전하면 된다. 낮에는 그래도 좌우로 펼쳐지는 새로운 풍광에 눈길도 주어가며 무료함을 달래기도 하겠지만 야간 운전에는 그런 양념은 없다. 전조등이 밝혀주는 도로만 열심히 바라보며 달려가면 그만이다. 저녁 9시가 조금 넘었을 것이다. 지리하고 무료하게 핸들을 잡고 앞을 보고 운전하는데 왼쪽에서 뭔가 빠르게 튀어나와 내 차를 가로지르는 것 같았는데 차 오른쪽에서 심하게 부닥치는 소리가 났다. 캥거루가 횡단하다가 내차에 걸린 것 같았다. 차를 세우지 않고 그대로 계속 몰았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BMW Z4는 스포츠카라 차체가 낮아 앞 범퍼가 도로면과 별로 여분이 없다. 한번은 Z4를 몰고 고속도로에서 EXIT으로 빠져나가는 길에서 길을 횡단하는 조그마한 두더지가 앞 범퍼를 쳤는데 별 소리도 나지않고 속도도 빠르지 않아 괜찮겠지하고 집에 가서 내려보니 놀랍게도 앞 범퍼 밑부분이 푹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속도도 70마일 정도로 빠르게 차가 진행하였고 부닥치는 소리도 엄청 크게 났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여기서 여행이 중단되는구나” 라는 것이었다. 세우지 않고 약 5분쯤 계속 몰았다. 비정상적으로 무엇인가 차량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는지도 확인도 해보았다. 얼마가다보니 그로서리 가게 앞에 넓은 파킹장이 있어 그 곳에 차를 대고 내려가 보니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캥거루와 부닥쳐서 오른쪽 범퍼가 사라졌다

위 지상낙원  Great Keppel Island 에서 사진처럼 오른쪽 헤드라이트 밑 부분의 커버가 완전히 박살이 난 상태로 레디에이터로 들어가는 구리관과 플라스틱 에어관이 속살을 훤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그냥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차 사고시 보험은 들었지만 이런 상태의 차로 어덯게 운전을 해서 시드니로 돌아 갈 수 있을지 근처 어디에서 다른 차로 바꿀 수 있으련지…….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서진 왼쪽 범퍼만 앉아서 쳐다보고 있는데 마침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나온 현지인 백인이 와서 묻는다. 무슨 일이냐고. 캥거루 ROAD KILL이라고 하자 자기 셀폰을 꺼내 화면 불빛으로 파손된 부분 안 쪽으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자기가 차 메케닉이라고 소개한다.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 본 후 메케닉상으로는 문제가 없단다. 제일 주요한 부분이 레디에이터관인데 다친 부분이 없고 플라스틱 에어관이 조금 찌그러졌고 그 외는 다행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나니 마음은 조금 진정되는데 사고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내 방식대로 밀어붙이고


사람마다 긴박한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나의 방식은 가급적 “자기합리화” 방법으로 난관을 타개하려고 한다. "자기합리화”란 내가 처한 곤궁을 앞뒤로 논리적으로 맞추어 보고 그런 후 나의 영감(?)을 기초로 해서 결론을 얻는 방법이다. 좀 쉽게 말하면 용한 점쟁이나 무당처럼 신끼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자 앞뒤를 끼워 맞추어 보자. 10일간의 뉴질랜드 여행도 문제없이 잘 마쳤고 호주 여행도 출발부터 잘 되었고 어제는 지상낙원같은 섬에서 1박2일을 돈 한푼 안들이고 멋지게 추억을 쌓았다. 그런데 오늘 이런 사고가 나에게 생기는 이유는 뭘까?


이것을 호사다마(好事多魔)의 진리로 보면된다. 그래서 사고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게 된다. 그려면 가게 파킹장에서 우연히 만난 호주 메케닉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차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전문가가 확인해주는 것으로 이를 믿는다면 계속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일까?  만약 시드니 렌트카 회사로 전화를 하면 어떤조치를 해 줄까?

Local 렌트카 회사이기에 시드니말고는 다른 곳에 Office가 없다고 했다. 이런 여러가지 대안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점술가처럼 결론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가거라, 길을 계속 가거라. 그대들 앞길에 아무 문제나 걱정거리도 없을 것이다. 오늘의 사고는 액땜으로 받아 들이면 된다."




   다시 북쪽으로 차를 몰다


북쪽으로 다시 차를 몰았다. 엔진에서 이상한 소음이나 게이지에서 엔진 온도가 이상적으로 높이 올라 가는지 주의깊게 귀를 귀울이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갔다. 운좋게도 헤드라이트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니까 야간 운전도 별 문제가 없었다. 북으로 더 올라 가면 갈수록  굳건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오늘 저녁 사고는 이번 호주 여행을 확실하게 마칠 수 있음을 보장해주는 하나의 작은 이벤트로 옛날 옛적에 원시인들이 안전과 번영을 바라며 태양신에 바치는 제물의 그것과 비슷한 것이라고까지 간주하게 되었다. 자기 합리화에 자신 최면술까지 걸어본다. 그러한 나의 신끼가 용한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앞으로 10일 후면 판가름나게 되어 있다.


캥거루 ROAD KILL을 당한 곳이 MACKAY 근방이었다. MACKAY 위쪽이 대산호초 구역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퀸즈랜드주 동쪽 바다에 자리잡고있는 대산호초는 그 길이가 무려 2400Km가 넘는다. 책에서 본 이야기로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2개의 구조물을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하나는 중국의 만리장성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GREAT BARRIER REEF(대산호초)이다.  


2400Km에 걸친 대산호초 구역에 섬들이 약 600개 이상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데 그 중에서 관광객들이 가볼 수 있는 섬은 약 2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20개 섬을 훝어보니 우리가 어제 자고 나온 GREAT KEPPEL ISLAND도 포함되어 있다. 아마 이른 철이라 산호초보러 나가는 프로그램이 없었는 것 같았다.



Mackay를 중심으로 한 Whitsunday 제도

대산호초 구역을 위치에 따라 맨 위쪽을 트로피칼 제도, 중간을 윗선데이(WHITSUNDAY) 제도, 그 아래 쪽을 서던(SOUTHERN) 제도로 나뉘어진다.  여기가 세계 최대의 산호초지대로 약 350 종류의 각양각색의 산호가 서생한다고 한다. 그외에도 물고기 종류가 약 2천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산호초와 자연 생태계때문에 전세계에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산호초를 보려면 배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데 당일치기로 다녀 오는 곳도 있지만 1박2일 코스로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우리는 당일치기로 WHITSUNDAY 제도에 있는 섬을 왕복하는 크루즈배를 이용하여 대산호초를 다녀 오기로 하였다. 물어물어 크루즈배가 출발하는 Airlie Beach를 찾아갔다.-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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