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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Feb 13. 2017

지노 배낭여행기 - 뉴질랜드편 27

Paparoa 국립공원

2014년 11 월 27일(목)  흐림, 비 그리고 맑음
 


 Paparoa 국립공원
 

해변을 끼고있는 파파로아 국립공원

어제 저녁 늦게 Westport 근처 모텔에서 푹 쉬고 아침에 다시 길위에 오른다.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도로가 촉촉하게 젖어 있다. Westport 마을도 1860년대 Gold Rush 때 형성되었으나 그 뒤에는 금보다도 석탄산업이 발달하여 1950대까지 여기서 캐낸 석탄들이 배로 수출되었다고 한다. 한 밤중에 달려와서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도 없다. 그래서 처음 가는 곳에서는 가능한 해가 지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Paparoa 국립공원이 있는 약도

어제 저녁에는 산 위에서 밑으로 내려왔는지 오늘은 산 위로 올라 가는 길을 타고 있다. 비는 그쳤지만 태양은 일찍감치 구름 속으로 숨어 버려 오늘은 얼굴보기도 힘들 것 같다. 잔뜩 흐린 해없는 날에는 사진찍기도 별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우중충한 하늘아래로 난 길을 얼마 달리다보니 곧 내리막 길이 나오는데 주변 경치가 환하게 밝아 오는 것 같다.



산길이 내려가면서 환한 바다경치가 시작된다

왼쪽의 우거진 숲은 열대지방에서나 볼듯한 잎이 넓은 파초같은 화초가 가득하고 산 전체는 짙은 덤불로 빼곡하게 덮여 있다. 길 끝 오른쪽 절벽 밑으로 푸른 바다가 아니고 회색물로 가득 채워진 바다가 거무틱틱한 대평원같이 다가온다. 차를 오른편 갓길에 세웠다. 해가 없어 무색의 바다에 무색의 파도가 밀려 왔다가 허연 물거품만 남기고 다시 돌아간다. 빛이 없는 바다가 우울해 보인다. 우울증이 있는 바다에게 치료약은 햇님이겠지만 우울증으로 가슴않는 사람에게 좋은 치료약은 무엇일까?  회색바다에 내 맘이 심드렁해진 모양이다.



빛이 없어 회색이 되어버린 바다와 하얀 파도


국립공원 표지판

팻말이 보이는데 PAPAROA 국립공원이란다. 어감이 MAORI 원주민 언어같다. 여행서를 찾아보니 1987년에 지정된 국립공원인데 석회암지대로 빗물에 의한 침식지역이 많아 동굴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가 가는 길에는 동굴이 있다는 표지는 보이지 않는다.  
 


바닷가에는 유난히 많은 바위로 뒤덮여 있다

바다를 오른쪽 가슴에 품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저 쪽 하늘을 보니 군데군데 파랑 구멍이 있어 좋은 소식이 올 것 같다. 그녀가 환하게 강림할까? 바다 색상이 거의 흰색내지 회색이다. 바람까지 불어 풍랑도 제법 사납다. 그래도 경치가 좋아 차를 갓길에 세워두고 백사장으로 내려 갔다



해변 백사장에 남겨논 내 발자국들. 곧 파도에 씻겨 가겠지


바위로 가득찬 해변에 두 마리 갈매기가 정겹다

하얀 고운 모래가 대부분 해변을 덮고 있지만 때때로 알맹이 작은 자갈로 뒤덮인 해변도 보인다. 텅 빈 하늘에 파도소리만 채워지고 구름 뒤로 몸을 숨긴 햇님도 보이지 않는다. 오른편 물 위로 솟아오른 바위돌 2개가 서로 마주 보고 서서 무엇인가 속삭이고 있다. 구름 뒤로 숨은 햇님을 흉보는지, 한 마리도 해변을 찾지 않는 바다 갈매기를 탓하는지 둘이서 소근소근 무엇인가를 서로 주고 받는다. 해변에서 바라보니 구름이 산등성을 휘감고 해변까지 뒤덮을 태세이다. 날이 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산등성이를 감싸고 있는 먹구름


물위로 솟은 돌들이 속삭이듯 마주보고 서있다

여행가서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이런 멋진 경치를 만날 때면 꼭 무슨 복권에 당첨된 그런 기분이다.  로또에 당첨되면 돈만 들어오지만 이런 경우에는 가슴 속에서 뭉실하게 피어 올라오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그냥 좋은데 온 것 같구나. 잘 왔구나. 내가 전생에 무슨 복덕을 쌓아 이런  좋은 풍광을 보게 해주시나 하고 자찬까지 해본다.


철이른 바닷가에 흰파도만 가득하다

저 아래에 우리가 달려온 길이 해변 백사장과 같이 따라 온다. 빛이 없어 사진이 좀 칙칙하지만 그래도 가슴이 확 트이는 풍경이다. 쉴새없이 바위를 때리는 파도와 꺼떡도 하지 않는 방구돌들이 2차원 평면적인 것만 보여준다. 3차원이 될려면 저 바위를 때리는 파도 소리를 들려 주어야 하는데 그게 무척 아쉽다. 고화질 비데오로 찍어야 할까보다. 바다를 보고있노라면 머리는 시원해 지면서도 가슴은 먹먹해지는 걸 느낀다. 시원한 건 해변경치가 출중해서 그런거고 먹먹한건 바다색이 회색이라 그런거다. 비는 오지 않지만 오전 내내 해가 나오지 않아 모든 것들이 우중충하다. 덩달아 내 기분 Mood까지 물 속에 잠긴 방구돌처럼 착 깔아 앉는다.



블루펭귄을 보호하자는 캠페인 사진

해변 백사장으로 내려 가는 길이 있는데 쭉 펜스가 설치되어있고 입구에는 여닫이문에 손으로 여는 시건장치가 되어있다. 글을 읽어보니 개들이 팽귄을 쫒아 다니며 물어 죽이는 모양이다. 근데 블루 펭귄은 지금은 다 어디로 가 있는지? 아마 겨울철에 저 해변으로 몰려 오는 모양이다.



고개위에서 내려다 본 해안선

한구비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광이 우리를 맞는다. 이 쪽 해변에는 백사장 폭이 좁고 바위도 보이지 않는다. 관광객 서너 명이 차를 대고 인증샷만 찍고 휑하니 가버린다. 철지난 바닷가는 아니고 좀 이른 여름바다에 블루 펭귄도 없고 비키니 미녀는 없지만 텅 빈 해변이 정답다. 첫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은 저 쓸쓸한 해변을 걸으면서 눈물 한바가지 흘러도 좋을듯 한 그런 황량하면서도 정겨운 11월의 바닷가에 무심한 파도만 철썩인다.



노르망디해변에 상륙하는 상륙주정들같은 흰 파도

이 해변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구간은 여기인 것 같다.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가 2차대전때 노르망디해변으로 몰려드는 연합군 상륙주정같이 일사분란하게 진격하는 것 같다. 곧 저항하는 독일군의 총탄이 소나기처럼 퍼 부울 것 같다. 진짜로 소나기가 오려나 하늘이 찌부둥하다.
 


한 구비 돌 때마다 새롭게 선보이는 해변가 풍경

또 한구비를 돌면 새로운 세계가 등장한다. 그런 재미로 우리는 달려간다. 이런 저런 형상을 가진 바위들이 물 속에서 갑자기 솟아 난 것같다. 얼마나 긴 세월에 파도와 비바람에 파이고 패여 저런 모습들을 하고 있을까. 몇 만년에 걸쳐 자연이 만들어낸 불후의 명작을 우리는 단 몇 분으로 만나는구나.



모래대신 자갈로 가득한 해변가

여긴 자갈마당이다. 물 속에 아직은 서 있는 저 바위도 무수한 억겁의 시간이 흐르면 이런 자갈로 변하고 결국에는 모래알맹이로 해변을 채우고 말겠지. 그 억겁의 세월동안 나는 몇 번이나 윤회를 거듭해야할까?
 


해가 엹은 구름사이로 보이자 덩달아 해변도 밝아진다

차를 갓길에 세어 두고 한참 동안을 이 자갈마당으로 내려와서 이리저리 걸어 본다. 인증샷도 찍어보고 잘 생긴 조약돌을 찾아보고 기묘한 형상을 가진 바위들에게 눈길도 주고 하다보니 갈 길도 먼데 아랑곳 없이 떠날 생각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죽치고 있었다.



지도의 녹색선이 어제 저녁에 내려 온 길이고 푸른선이 오늘 오전에 내려 간 길이다. 위 쪽 노란선 테두리가 PAPAROA 국립공원을 보여준다. 해변 경치에 빠져버려 공원으로 들어 가는 길을 놓친것 같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해안의 절경을 즐기는 바람에 오늘 원래 가려고 했던 Arthur's Pass 국립공원가는 길이 지체되었다.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Mount Cook 국립공원으로 부랴부랴 길을 떠난다.


우중충한 잿빛 하늘아래 황량하고도 멋진 바다


회색빛 빈 하늘만 가득한 바닷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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