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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May 10.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아프리카편 21

세렝게티 국립공원 3

  

   세렝게티 국공 3일째


공원에 들어온지 오늘이 3일째로 오전 사파리 마치고 응고롱고로 분화구로 이동한다. 분화구인 크레타 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아침 5시반에 기상해서 짐을 챙겨놓고 6시 조금 지나서 마지막 세렝게티 사파리를 나섰다. 매일 기행문 송부한다고 어제도 자정이 지나 늦게 잤는데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했다. 지노 수난의 연속이다. 이제 겨우 아침 6시인데도 아프리카의 태양은 벌써부터 따끈거리기 시작한다.


사자 무리를 찾아 가는 사파리 차량




    풀밭위의 아침 식사


가이드가 말하기로 우리팀이 꽤 재수가 좋다고 한다. 좀처럼 이런 사파리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흰수염누 1마리를 헌팅한 라이언 가족 8명이 막 풀밭 위의 식사를 시작할 즈음에 우리 팀이 그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가장(아빠) 라이온은 보이지 않고 귀여운 새끼 3 마리와 중간(성숙한 어른도 아니고 새끼도 아닌 그 중간 정도) 크기의 라이온 1마리와 암컷 라이온 4 마리해서 총 8명의 사자 가족들이 식사를 앞두고 있었다.



막 사냥한 흰수염누를 놓고 아침식사 시작하기 전이다


모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이 그림이 연상되었다


마치 자기 밥그릇에 남들이 끼어 들까봐 시위하는 것 같다

목에 전자 시그날 가죽띠를 두르고 있는 엄마 라이온과 이모나 고모 정도되는(아니면 수컷 라이온의 2,3,4 서열의 후궁일련지도) 다른 3 마리의 암컷 라이온으로 구성되어있다. 아침 식사를 앞에 놓고 모두들 즐거워서 그런지 풀밭 위에 딩굴고 새끼들도 이리저리 뛰며 엄마나 이모에게 재롱을 치고 있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식사를 주도하는 권한은 먹잇감을 잡은 라이온에게 먼저 주어지고 다른 사자들은 그 다음에 동참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목에 띠를 두른 어미 사자는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식사에 참여하지 않고 주변만 어성거렸다.



전자 시그날 가죽띠를 목에 건 암컷 라이온. 생태연구 목적으로                     전자 목걸이를 채웠다고 한다


식사를 기다리는 새끼 사자들

식사를 주도하는 다른 암컷 라이온은 누의 뱃가죽에다 혀로 연신 침을 바르더니 날카로운 양쪽 송곳니로 아랫배를 찢어 커다란 위를 꺼집어 내니 그 속에서 푸른 풀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새끼들도 끼어들어 뜯어보려고 하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주둥이 가장자리에 벌건 피만 묻혀가지고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어미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분잡을 떤다. 분해 작업에 제일 열중인 암컷은 흰수염누의 내장까지 꺼집어내고서도 별로인지 먹지않고 갈비뼈에 붙은 살에만 열심이다. 소나 돼지고기의 제일 맛있는 부분이 갈비살이듯이 사자들도 갈비살을 선호하는 것 같다. 마치 흰수염누 한마리를 푸줏간에서 능숙한 칼잡이가 부위별로 고기를 해부하는 것을 보고있는 것 같다.



곱창까지 맛있게 식사하는 사자


새끼까지 달려들어 뜯어보려고 하지만 아직 힘에 겨운 모양이다


갈비살을 선호하는 사자들

약육강식의 논리대로 약한 흰수염누는 밥(고기)이 되고 강한 사자는 그 밥으로 식사를 하는 것 같다. 이런 논리가 자본주의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것인지 요새 자주 뉴스를 달구는 갑질이니 을질이니 해서 그런 힘이 센 놈이 힘없는 놈을 누르는 그런 세렝게티의 논리가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같은 논리인데 세렝게티는 별 문제없는데 우리 사회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되는 비열한 초원의 거리

평생에 보기 힘든 이런 광경을 바로 2-3미터 앞에서 보고 카메라와 비데오로 담았다면 이걸 횡재로 봐야하는지 아니면 안보아도 될 동물의 살육 현장을 재수없이 보게 된건지 어느쪽인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외국인 여자 관광객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으악하고 비명을 지르고 바로 돌아서 갔다. 그러나, 우리팀(우리가 제일 먼저 발견했다) 을 비롯해서 뒤에 따라 온 여러 관광객들은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띄우며 사파리 투어를 제대로 하고 간다면서 오랫동안 그 살육의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첨에 본 귀여운 새끼의 이미지가 확 달아나 버렸다

나도 처음에는 열심히 사진과 비디오를 찍었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난리법석일까 하고 더 이상 찍지 않았다. 그러니까 가이드가 왜 찍기를 그만두냐고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하여간 식사하기 전에는 고양이같은 사자 새끼들이 무지하게 귀엽게 다가왔는데 난장판같은 아침 식사후에는 입가를 빨간 핏물로 물들이고 돌아다니는 모습들이 악마의 새끼들처럼 보여 두번 다시 쳐다보기도 싫었다.



짜장면 신나게 먹고나면 입가에 황칠하듯이 이 녀석들도 잘 먹은                   표띠(표시)를 내고 있었다


핏빛으로 물든 주둥이가 악마의 화신처럼 다가왔다


( 다음 두 동영상은 조금 적나라한 장면이 있어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클릭하지 마세요)





    치타와 레오파드의 차이


풀밭 위의 붉은 아침식사를 구경하고 돌아 나오는데 치타 무리가 있다고 연락이 와서 가이드가 그 쪽으로 사파리 차를 돌렸다. 가서 보니 치타 네마리가 나무 밑에서 요조숙녀처럼 앞 두 발을 앞으로 가지런히 하고 앉아 있었다. 일단 치타는 몸집이 레오파드보다 훨씬 작다. 그리고 머리통이 몸집에 비해 무지하게 작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레오파드보다 민첩성이 뛰어나 달리는데도 치타가 레오파드를 앞지른다.


여기 세렝게티 사파리룰이 사파리차가 길을 벗어나면 안되기 때문에, 동물이 운좋게 도로변에 있으면 잘 관찰할 수 있지만 도로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형태도 분간하기 어려워 사진찍기도 쉽지 않다. 운이 좋은건지 오늘 아침 풀밭위의 식사는 도로변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어쩜 더욱 더 생생한 피비린내를 보게 된 것이었다



요조숙녀같이 앉아있는 치타


또 다른 요조숙녀 사자. 식사하는 무리의 사자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찍은 사자로 일단 비쥬얼이 매끈하다




   세렝게티를 떠나면서


아침 6시에 마지막 세렝게티 사파리를 하였기에 11시경 돌아와서 아점을 먹고 짐을 꾸려 응고롱고로 분화구로 향하였다. 오늘 오후는 이동만 해서 분화구 근처 심바 캠핑장에서 마지막 캠핑을 하고 내일 오전 분화구로 내려 가서 투어하고 오후에는 처음에 출발했던 사파리 전초기지인 아루사로 돌아가서 각자 제각기 갈 길로 찢어진다. 나의 길은 Moshi 로 가서 킬리만자로 산사진이나 찍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가능할련지 모르겠다. 내일이 14일이니 오후에 Arusa 에 가서 모쉬로 이동하면 저녁이 되니 모쉬에서 하룻밤 자고, 15일에는 산사진을 찍어보고 늦어도 오후에는 케냐 나이로비로 이동하고,

16일 나이로비에서 런던행 뱅기를 타야 17일 오후 늦게 집에 가서 밥벌어 먹기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여행이 끝나고 돌아갈 때는 마치 연극이 끝나고 무대에 불이 꺼지는 그런 기분으로 돌아 가는데, 연극이 좋아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을 때는 괜찮은데 연극이 형편없어 통렬한 비평이 이어지면 다음 번 연극을 올리기가 힘든것처럼 이제 별 볼일도 없는 여행이라면 다음 여정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





    불쌍한 농아 커플이 사람을 돌게 만든다


늦게 사파리 투어에 조인한 미국 시민 젊은 커플은 알고보니 내가 사는 버지니아주와 인접한 메릴랜드주에 사는 젊은이로 핸디캡을 감수하고 6개월 장기로 아프리카를 종단하는 여정중에 세렝게티 사파리에 조인한 것이다. Scott은 26살이고 여자애는 23세인 Shayna로 지난 9월 초에 미국을 출발해서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거쳐 나미비아,보츠와나, 잠비아, 모잠비크 그리고 탄자니아에 들어와서 세렝게티 사파리에서 우리 팀과 만난 것이다. 나하고 비슷한 여정으로 탄자니아까지 왔는데 나는 케냐에서 미국으로 돌아가고 젊은이들은 우간다, 말라위, 케냐, 이디오피아를 거쳐 내년 2월말까지 이집트를 끝으로 총 6개월 장기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정상인도 소화하기 힘든 아프리카 여행을 핸디캡들이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불쌍하다는 동정심이 앞서서 우리팀 사람들이 제각기 필담으로 많이 도와 주었다. 나하고는 여정이 비슷해서 나미비아 사막 사진을 보여줬더니 자기들도 갔는데 비가 와서 사진을 못 찍었다고 하길래 내가 밴드에 올렸던 사진을 몇 장 주꾸마하고 말을 꺼냈더니 젊은애들이 당돌하게 내가 찍은 사진 전부를 달라고 하면서 그것도 아직 내가 펴보지도 못한 Raw file( 사진 정보 데이타가 들어있는 원본)을 요구하기로 그건 줄 수 없고 내가 여행 중에 작업해서 밴드에 올린 사진을 줄께 하니 여자애가 왜 Raw file을 줄 수 없냐고 따지고 든다. 못 주는 이유가 무언지를 묻는 사람에게 니가 싫어서 못 준다카면 담 질문이 왜 싫은데 일 것 같아서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영어단어를 무심코 말해 버렸다. COPYRIGHT. 그러니까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아 법적으로 내가 이긴 것 같았다.


사람좋은 흥부와 비슷한 지노가 흥부처럼 기가 막혀 열이 올라서 그냥 내가 작업한 사진줄테니 그거라도 받을래 아니면 하나도 못 준다고 Final notice를 했더니 Scott이 지가 찍은 사진을 달라고 한다. 지가 찍은 사진이란 다른게 아니고 사파리 투어중에 내가 400mm 렌즈로 사진을 다 찍고 비디오를 촬영할 때 한번 카메라를 보고 싶다고 하길래 주었더니 Scott이 몇 장 찍은 것을 말한다. 보니까 전부 떨려서 하나도 건진 것도 없는데 그걸 지 사진이라고 달라칸다. 그래서 그냥 니가 갖고 싶은 사진 골라봐라 줄테니 했더니 별로 호감도 없는 하이에나, 오늘 아침에 찍은 풀밭 위의 식사장면 몇 장, 치타와 어제 찍은 레오파드 사진( 보니 전부 내가 찍은거) 몇 장을 달라고 해서 진짜 불쌍해서 아까 저녁먹으면서 카피해 주었다. 세상 살다보면 별의 별일이 다 있겠지만 내 카메라로 연습삼아 지가 찍어 보고나서 지 사진이니 돌려 달라고 하는 Scott하고, 대동강 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하고 누가 더 뛰어난 놈일까.


오후에 이동하여 해발 2000m에 위치한 Simba라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에서 버라 본 응고롱고로 분화구로 내일 사파리 갈 예정


응고롱고로 자연보호지의 낙조로 오늘이 사파리 마지막 저녁이다.



=> 담편으로 바로가기

아프리카편 22 - 응고롱고로 분화구 속으로

https://brunch.co.kr/@jinhokim/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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