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킴 Feb 02. 2020

지노 배낭여행기 -지중해를 찾아서 9

북아프리카 모로코로

2009년 11월 2일(일) 맑음


리스본 시내 구경으로 모로코 사하라 사막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일단 남부로 내려가 다시 스페인으로 들어가서 배 타는 항구도시 알제시라스에서 모로코 가는 페리 보트를 탈 예정이다.



리스본 - 빠로 - 알제시라스 이동거리 450km

지도를 보니 그냥 내려가는 길 남쪽에 포르투갈 휴양도시 빠로(Faro)가 괜찮다는 정보가 있어 빠로로 가서 시간 보고 그곳에서 오늘 밤 묵고 가던지 해야겠다.


빠로는 포르투갈의 남부 해안도시의 휴양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그냥 내려가는 길이기에 들렀는데 해가 진 뒤늦게 도착해서 빠로의 해안 풍경을 충분히 구경하지 못했다.



이런 멋진 비치가 있다고 여행 책자에는 소개되어 있다.


해안가에 세워 논 빠로 관광 안내판

관광 안내판에는 빠로 근처의 구경거리를 보러 가는 배 시간표와 요금이 나와 있다.


빠로 바닷가에 가서 어둠 속에 감춰진 백사장만 구경하고 어서 빨리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가고 싶어 빠로에서 하룻밤 자고 가려고 했던 계획을 바꿔 야간에 운전해서 내려가기로 하였다. 거리를 찍어보니 리스본에서 빠로를 거쳐 배 타는 곳 알제시라스 항구까지 약 450km로 서울-부산 거리와 비슷하였다.

   



   고속도로에서 얼치기 카레이서로


일단 유럽 4개(영불스포)국 고속도로를 운전해보니 독일 아우토반이 따로 없었다. 일단 고속도로에는  교통순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혹 사고 많은 구간에는 감시카메라로 찍는다고 하는데 현지인들도 말하기를 감시 카메라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고속도로에서는 평균 120마일(192km)로 달렸다. 어제 낮에는 155마일(248km)까지 올려봤다. 물론 커브길이 아닌 직선도로에서 달렸지 커브길에서는 그런 엄두는 못 낸다. 하나 좋은 것은 일단 추월선에 자기보다 빠른 차가 뒤따라 오면 바로 비켜준다. 혹 가다 비켜주기 싫으면 서로 스피드 경쟁하는데 지금까지 다 물려 쳤다.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 영화 포스트

155마일(248km)로 달려보니 한순간에 갈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절친한테 나한테서

3-4일간 여행일지가 뜨지 않으면 교통사고를 머릿속에 떠올려 <지상에서 영원으로> 간 것으로 간주해도 좋다고 여행기에 한 자 추가해서 보내기도 하였다. 그런 굉장한 속도로 한 30분 밟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여기 아니면 어디서 그렇게 해 보겠나 싶어서 해보았는데, 155마일 이상은 도저히 밟기 힘든 속도였다. 겁이 난 건지 아니면 아직 바라나시 가기는 싫은 모양인지 최고속도가 155마일(248km)였다.




   페리보트타고 모로코로


알제시라스에서 세우타(Ceuta)로

빠로를 뒤로 하고 밤을 새워 포르투갈 국경을 넘어 다시 스페인 남부로 들어왔다. 이번 여행에 큰 기대를 하고 온 북아프리카의 진주 모로코로 들어가기 위해서 밤새워 운전하는 것쯤이야  감수해야지. 정보도 민박집에서 알려주기로 3시간짜리 배를 타지 말고 50분짜리가 있으니 그걸 타라고 하였다.

지불알타 옆에 알제시라스(ALGECIRAS)항이 있는데 여기서 모로코 가는 배가 많이 있었다. 모로코 탕게(TANGER)까지  3시간 반 걸리고,  세우타(CEUTA) 가는 배가 50분 걸리다고 했는데 타보니 실제로는 1시간 정도 걸렸다.


차 안에서 새우잠을 한두 시간 자다가 깨보니 새벽 5시였다. 밤에 운전하면서도 간간이 잠 오면 눈을 부쳤기 때문에 잠도 더 오지 않을 것 같아 알제시라스항으로 차를 몰고 나가보니 여기가 모로코 들어가는 관광도시라 그런지 시내가 잘 정돈되고 호텔 등 높은 빌딩 등이 꽤 있어 멋진 도시라고 생각했다. 지불알타보다도 배편이 훨씬 많은 것 같았다. 배표 파는 데가  문을 열어 놓았기에 가서 문의해보니 첫배가 아침 6시에 있고 한 시간 간격으로 저녁 10시까지 있다기에 역시 밤을 새워 오기를 잘했구나 하고 배표를 끊었는데 차까지 해서 135유로 들었다. 좀 비싼 것 같은데 그것도 대수야. 잘하면 사하라 사막의 모래바람도  맞을 수 있는데 하면서 6시 표를 사고, 매표원의 서투른 영어에 귀를 집중하니 출발 10분 전까지 탑승해야 한다고 하였다.

CEUTA행이라고 쓰인 곳으로 가서 타면 된다 하길래 차를 몰고 들어가는 입구에 가서 미리 보니 CEUTA행이라고 푯말이 붙어있고 아직 이른 지 아무도 없어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독자의 시각효과를 위해 인터넷에서 건진 건달

혼자 제일 먼저 차를 대고 있는데 젊은 본토 건달 하나가 와서 본토반 영어반으로 수작을 시작하였다. 그 녀석 왈 여기가 아니고 저 뒤로 돌아가야 한데. 그러면서 지가 갈케줄테니 차를 빼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도 놈상 한 명쯤은 별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가보자고 옆좌석에 타라고 했다. 차를 돌려 두 블락 정도 올라가는데 불이 없고 컴컴한 데로 가고 있어서 직감으로 이상해서 순간적으로 차를 바로 유턴해서 원래 장소로 다시 돌아갔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길래 너 안 꺼지면 경찰 부른다고 소리치니까 사라지면서 손을 벌리면서 팁을 달라고 하였다. 다시 고함 질렸지. 사라지라고.


조금 있으니까 하얀 밴 한대가 내 뒤에 파킹하길래 배 손님들이 이제 오는구나 생각하면서 엄청 반가웠다. 왜냐하면 내가 줄 선 곳이 맞기는 맞고, 고함질러 그 놈상을 쫒아 버린 게 매우 잘한 일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운전수가 내리더니 문 앞에 붙어있는 기계를 몇 번 만지더니 안되니까 옆으로 좌회전해서 가버렸다. 난들 알 수가 없었다. 그 차가 왜 나랑 같이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버렸는지. 조금 있으니 대형 버스가 뒤에 파킹 하길래 역시 여기가 맞는 곳이구나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경비원이 나와서 게이트 문을 열어 주었다. 나랑 버스랑 두 대가 항만 안으로 들어가니까 또 다른 게이트가 있어 차를 대고 또 기다렸다. 시간은 5시 30분으로 배탈 시간이 이제 2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아 갑자기 불안 초조하기 시작하였다. 좀 있다 버스 운전수가 게이트 옆에 붙어있는 전화기에다 본토 말로 뭐라 하니까 게이트가 올라가서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 나아가 보니까



Ceuta행 페리 보트

큰 배가 ceuta향 표시가 붙어있어 이 배가 가는구나 하면서 맴이 조금 진정되었다. 내 차를 배 앞에 대고 옆에 버스도 같이 파킹해 있길래 느긋하게 차에 내려서 스트레칭하고 위의 배 사진도 한 장 박았다. 시간이 이제 5분 정도 남았는데도 배 탈 기색이 없어 버스 기사한테 가서 물었다. 본토 말이 안 되어 그냥 Ceuta라고 외쳤다. 기사 아저씨가 손으로 네모 표시하면서 티겟 하길래 차에 가서 산 티켓을 보여주니 저 안쪽으로 가라고 길을 가르쳐 주었다. 이제 4분 전. 졸나게 차를 몰아 돌아가니까 정박한 큰 배 뒤쪽에 검사원이 있었다. 이 녀석이 컨트롤러한테 가서 표에 도장을 받아 오라고 하였다. 야 임마, 여기 표 있는데 무슨 도장을 받아(이건 조선말로 내가 혼자 한 말이다). 잠시 생각하니 내가 기다리는 동안 옆에 사람들이 몇 명 왔다 갔다 하던 곳이 보였다. 이 녀석 왈 2분 남았데 2 분 동안 안 오면 배가 출발한다고 어름 짱을 놓았다. 그래서 잽싸게 차를 몰아 그리고 가니까 본토 아줌마가 있었다. 물었지. 너 컨트롤러?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하길래 표를 보여 주니까 혼자서 본토 말로 비 맞은 중뇬(넘)처럼 중얼거리면서 새로 두 장을 프린터해 주길래 받아 가지고 다시 아까 그곳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니 이 녀석이 씩 웃어면서 한 장 받아 챙기면서 오케이 하였다. 배에다 차를 실러 갑판 밑으로 가보니 이미 차가 약 30여 대 들어차 있었다. 아니 도대체 이 차들은 어디로 해서 들어왔을까? 가만 생각하니 아까 그 놈상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따로 승용차가 들어가는 길이 있었고 내가 줄 선 곳은 항만 안에 관계되거나 혹은 관광버스 같은 스페셜 한 차량들이 들어가는 곳인 것 같았다. 아! 갑자기 그 놈상한테 되기 미안해졌다. 그래 내가 나쁜 놈이었어. 니는 착한 놈이었고. 용서해줘 너를 의심한 내 문디 콧구멍만 한 좁은 맴을. 다음에 만나면 니 말 잘 듣고 팁도 듬뿍 주꾸마.


  

Ceuta행 페리보트 선실

선실에 들어 가보니 모로코 관광 책에서 본  아저씨들의 얼굴 표정이 다정하게 가슴에 들어왔다. 얼굴들이 삶에 찌들어도 우리 시골 할무이 할배같이 정다워 보였다. 대부분이 한 번씩 스페인에 들어와서 생필품을 사다가 파는 장사꾼들이 많은 것 같았다. 갑판 밑에 정차한 차 안에 또는 차 위에 짐들을 빽빽하게 실어 놓았다. 모두들 아침 먹고 커피 마시면서 저그들끼리 수다 떠는데, 나는 빵도 싫고 커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갑판 위로 나왔다.


페리보트 선실

DECK에 나가보니 모로코 젊은애가 영어로 말을 걸어오길래  매우 반가웠다. 모로코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더니 카사블랑크에 산다고 하였다. 그래 나도 고산지대(THE RIF) 구경하고 나서 카사브랑코, 페스, 탕기에르, 수도 라바트등 몇 군데 갈 행선지를 말해 주었다. 이 녀석이 잘 구경하고 오라고 덕담 한마디 하고 나서 한마디 더 붙였다.


 

호신용으로 구매한 과도

특히 큰 도시에서 강도들이 칼을 잘 쓴다고 하면서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래, 칼은 나도 하나 준비했어. 과도용으로 조금 긴 것 하나 샀지. 비상시에는 호신용으로 사용하려고 말이야.


곧 배가 Ceuta에 도착한다고 스페인어, 모로코어, 영어로 방송이 나왔다. 아래 위로 털나고 첨으로 밟아보는 북아프리카에 도착한다는 설렘이 가슴에 뭉클하게 와 닿았다. 과연 어떨까? 북아프리카의 진주 모로코는?-jh-

 


작가의 이전글 지노 배낭여행기 - 지중해를 찾아서 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