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NP(GSM NP)
2020년 7월 19일(일) 맑음
아침에 RV안에서 눈을 떴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창문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보니 벌써 솟아오른 7월의 태양에 녹음으로 물든 나뭇잎은 짙은 채도를 더해 가고, 엷은 초록색 나뭇잎을 통과한 자연색은 마치 녹색 셀로판지를 통과한 그것이었으며, 누렇게 변해버린 억새풀은 뙤약볕에 잘 익은 황금빛 벼이삭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RV 차창을 바라다보고 있노라니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았고, 마치 깊은 외딴 숲 속에 지은 작은 통나무집 창문을 통하여 그런 것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무척
새로운 느낌이었다,
만일 이런 아침이 RV가 아니고 일반 호텔이었으면 어떻게전개될까? 일반 호텔의 check out 시간이 보통 오전 10 - 11 경이다. 방을 비워줘야 하는 날에는 일단 시간상 느긋하게 죽칠 여유가 없다. 왜냐하면 방을 치울 maid가 제일 먼저 노크와 함께 쳐들어 온다. 그러면 챙기고 나갈 짐을 정리해야 한다. 무슨 호텔방에서 쓸데 있은 짐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가방에 싸들고 온 아이템들이 여기저기 널브려져있어 때로는 다시 짐 싸기도 귀찮다. 혹시 하나라도 빠뜨리고 갈 수도 있어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신경을 써야 할 때도 있다. 보통은 호텔 check out 시간에 쫓겨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번잡함에 비해 RV에서의 check-out은 식은 죽먹기다. 모든 것들이 RV 안에 들어 있으니 호텔에서처럼 빠진 것들이 없는지 챙겨 볼 필요도 없다. 그냥 달리면 흔들리거나 엎질러질 물건들만 제자리에 잘 놓고 빠져나오면 된다.
나처럼 공원의 아래쪽 NC(노스 캘로라이나)에서 접근하는 경우에는 Oconaluftee VC로 들어가게 되고, 공원 위쪽인 테네시주에서 내려가게 되면 본부 VC격인 Sugarlands VC로 들어가게 된다. Sugarlands VC에는 공원의 역사를 소개하는 20분짜리 영상이 준비되어 있어 매시간마다 상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Sugarlands VC의 전시 내역이 아래쪽 Sclanftree VC에 비해 조금 다양한 편이다.
NC의 체로키마을에서 시작하여 Oconaluftee VC를 지나 꼬불꼬불한 산길을 up & down 하면서 33마일을 달리면 Sugarlands VC가 있는 테네시주 Gatlinburg로 이어지는 이 산길을 Newfound Gap Road라고 한다. 시간 없이 이 공원을 찾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제일 선호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이 안에 전망대, 역사 유적지, 짧은 트레일들이 있어 각자의 취향에 맞게 반나절을 즐길 수 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산등성으로 내놓은 산길이 평범하지 않다. 운전에 바짝 신경을 쓰고 달려야 하는 산길로 각도가 큰 커브길과 가파른 내리막길이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끝까지 긴장의 끝을 놓을 수 없고, 차 속력도 평지처럼 빨리 달릴 수는 없고 해서 안전 운전에 유의해야 한다.
GSM NP는 미국 전역에 있는 63개 국립공원 중에서 연간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으로 그 뛰어난 자연환경 조건으로
1983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미국 국립공원 중 GSM NP 말고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국립공원은 옐로스톤, 알래스카,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밖에 없다.
이 길 중간쯤에서 이 공원 안에서 제일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 Clingmans Dome 전망대로 빠지는 길이 있다. 겨울에는 눈 때문에 길이 어려워 Close 된다. Clingmans
Dome 전망대는 높이가 6,643 피트(2,025 미터)로 제주도 한라산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이 공원에서 제일 높은 곳이고 미동부에서도 3번째로 높음을 자랑한다.
전망대에 서서 내려다보면 사방이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 푸른 산과 숲말고는 보이는 게 없다. 산능선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끝없이 연이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과 숨통이 확 열리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공원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도로는 거의 18km에 이르는 카데스 코브 루프 로드(Cades Cove Loop Road)로 카데스 코브 계곡(Cades Cove Valley)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집니다. 여러 산에 둘러싸인 이 푸른 계곡은 야생동물을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로 계곡 곳곳에는 헛간, 교회, 제분소 등 19세기 및 20세기 초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버지니아주에 있는 쉐난도 국립공원에서 출발하여 산등성(Ridge)으로 난 도로를 타고 노스 캘로라이나(NC) 산속을 지나 장장 469 마일(750 킬로)의 꾸불꾸불한 산길을
- 이름 그대로 청정한 산길(Blue Ridge)을 달리면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NP로 연결되는데 이 길 위에는 숙박시설이나 주유소, 식당등 편리 시설은 전혀 없고 중간중간에 전망이 좋은 산중턱이나 산 정상에는 전망대만 있을 뿐이다. 산길을 가다가 주유가 필요할 때에는 가까운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파크웨이 중간에는 그런 편의점 시설은 없고 청정한 산길만 산을 휘돌아 간다. 몇 해전에 추수감사절(보통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연휴)에 RV가 없을 때에 도요타 4 runner로 혼자서 3박 4일간 Blue Ridge Parkway를 일주한 적이 있었다. 산속 전망대에서 혼자서 그 큰 산을 품고 3일 밤을 새우고 나니 이제는 겁 없이 산속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원 들어가기 직전에 Cherokee라는 마을이 있는데 미국 인디언의 한 부족인 체로키 마을이다. 그 마을 근처에
별도로 지정된 체로키 보로구역이 있다.
인디언 보호구역 (Indian reservation) 혹은 원주민 보호구역은 미국 연방정부가 인정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이 인디언 보호국(BIA)의 허가 아래 주의 통치를 받지 않고 일정한 자치를 누리는 공간으로 326개의 인디언보호구역이 존재한다. 현재 미국 내에는 567개의 부족들이 모두 원주민 보호구역을 할당받는 것이다.
체로키 부족은 오늘날 미국에 남아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 민족 중 가장 큰 민족이다. 인구수 총 32만 명으로 미국 중남부 지역(특히 오클라호마주)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1838년 미국 육군의 군사력에 굴복을 강요당했던 체로키족을 비롯한 6만 명의 "5대 부족"은 미시시피강 서쪽의 원주민 영토(현 오클라호마주)로 이주를 강요당했다. 이 강제 원주민 이주는 도보로 진행되어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이라고 불렸다. 당시의 기록은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의 노파도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걷고 있었다"라고 되어 있으며, 이 가혹한 강제 이주는 체로키 족뿐만 8천 명 가까운 희생자를 내게 되었다. 헐벗고 굶주린 체로키 원주민들은 무려 4천 명이나 저체온증이나, 영양실조로 죽음 당했다. 보호구역에 갇힌 체로키원주민들은 약간의 보조금을 받으며 기념품 장사를 하여 겨우 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비롯해 동부에서, 남동쪽 체로키 족의 일부는 백인의 도움으로 그레이트 스모키 산 같은 산 깊은 곳에서 숨어 강제 이주를 피해 현재 “동부 체로키 족”(인구 약 1만 명)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시조가 되었다. 체로키 족이 사라진 조지아 등 남부의 광대한 토지는 나중에 면화 산지로 변신하게 된다.
1. 서부의 Pacific Crest Trail(PCT)
PCT(Pacific Crest Trail)은 멕시코 국경과 인접한 샌디에이고 근처에서 시작하여 태평양 연안에 솟아오른 산마루를 통과하여 캐나다 국경과 인접한 미국 와싱톤주까지 이어지는 장장 2663 마일(4286 킬로)의 트레일이다. 영어로 crest가 산마루 또는 산정상에 해당하는 영어 ridge에 해당하기에 Pacific Crest Trail은 태평양 연안을 따라 솟아오른 산마루를 연결하는 미국 서부의 최대의 트레일이다. 이 트레일 안에 25개의 국유림과 7개의 국립공원, 9개의 산맥, 모하비 사막과 같은 지형을 통과해야 한다.
PCT를 배경으로 2014년 개봉된 영화가 WILD이다.
남편과 이혼한 젊은 여자 주인공은 사랑하는 모친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인생의 밑바닥으로 내팽개친 듯한 좌절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슬픔과 절망에 젖어있던 주인공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 보려고 자기 키만 한 배낭을 메고 PCT에 도전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인생이 매우 힘들고 어려울 때는 배낭을 메고 열심히 걸어보면 치유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어나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걷는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영화제목 WILD 의미가 아름답고 거친 PCT 자연환경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한데 쥔공이 내뱉는 다음 한마디를 보면 다른 것을 내포한다.
How wild it was, to let it be.
(될 대로 되라고) 내버려 둔 인생은 얼마나 야만적이었던가
2. 동부의 애팔래치안 트레일(AT)
애팔래치안 트레일 Appalachian Trail(이하 AT)은 미국 동부에 솟아오른 애팔래치아 산맥을 종단하는 트레일로 약 3,502km(2,200 마일)의 산길이다. AT는 조지아주 Springer 산에서 시작해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버지니아, 메릴랜드, 웨스트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버몬트, 뉴햄프셔를 지나 메인주에 이르기까지 미국 14개 주를 관통한다. Trecking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걸어보고자 하는 트레일이 장장 2,200마일인 애팔래치안 트레일로 약 6개월 걸린다고 한다. 이것도 혼저서는 불가능하고 스폰서나 협조팀이 6개월 동안 식량이나 필수품을 수시로 약속된 트레일 중간중간 지점에 공급을 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 뉴스에 이 긴 트레일을 80세 먹은 할매가 완주했다고 하는데 그 할매 진짜 대단한 여자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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