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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Jun 10.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네팔 중국편 12

오늘 하루 네팔인이 되다

2013년 4월 29일( 월 ) 맑음  


  네팔 전통 혼례식에 초대받아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8시간 트레킹으로 다리 근육이 강철로 변신했다. ABC 한 번 갔다오면 터미네이터 되는건 시간문제인 것 같다.

오늘 하루 완전 네팔인이 되부렸다. 이런게 사실 내가 배낭여행 가고픈 이유중 하나고 트레킹보다도 새로운 풍물보는게 즐거운 이유다.  사연인즉,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조카 결혼식이 오늘인데 네팔 전통 혼례식이니 관심있으면 가자고 하길래 얼른 따라 나섰다. 조카집은 사랑곶에 있는 옆 마을인데 걸어서 한 10분걸리는 곳이다. 결혼식 사진하면 내가 몇번 찍어 본 경험이 있으니 별 문제없다. 카매라 3대에 삼발이까지 완전 무장하고 따라 나섰다.




    전통의식으로 시작해서


신랑집에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신랑

신랑집에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로 떠들석하다. 신랑이 잘 차려입고 앉아서 하객들 축하와 부조를 받고 있다. 하객들이 빨간 물감을 신랑 이마 중앙에 하나씩 붙여주고 봉투나 선물을 전달한다. 빨간 물감같은 것을 여기서는 <띠까>라고 한다. 그걸 조금씩 신랑이마 중앙에 붙여준다. 축복의 의미이겠지만 이 사람 저 사람들이 전부 다 붙여주니 그 무게로 덜렁덜렁거린다.


띠까를 신랑 이마에 붙여주며 축하를 해주는 하객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물놀이패

윗채에서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사물놀이패들이 네팔 전통 악기로 흥을 돋우고 있다. 활처럼 둥글게 휘어진 악기가 고음을 신나게 깔아 주고나면 우리식으로 보면 태평소나 장구 북등 타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약 2분정도 연주하다 좀 쉬다가 또 다른 곡을 연주하곤한다.


신랑집에서 결혼식 잔치가 한창이다

네팔 전통 혼례식은 5일간 한단다. 잔치를 5일간 한다는 소리다. 오늘이 혼례식만 올리는 날이지 신랑 신부 각각의 집에서는 이미 사나흘전부터 축제분위기로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시고 춤추고 즐겼다는 소리다. 소위 말하는 중매결혼으로 신부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포카라에 사는데 혼례식은 신부집 근처에서 한단다. 포카라에서 하는 오늘 잔치 비용은 몽땅 신부 아부지가 쏜다.


신부 손목과 손가락에서 번쩍이는 패물

아직 네팔은 연예결혼보다 이런 중매결혼이 많은데 신랑은 신부 패물에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모양이다. 보니까 신부 목걸이부터 팔찌 및 반지가 전부 금이다. 다행히 다이아몬드 문화는 아직 네팔에 정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여긴 아직 < Gold is forever > 인 모양이다.


전통 혼례 모습

친척이나 동네 사람들이 일일이 찾아와서 조그마한 정성을 보태주는 모양이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 신랑집에서 하는 예식은 다 치른 모양이다. 마당 한 가운데 차려논 화덕에는 다 타버린 나무 몇 토막만 꺼져 가고 있다.  여러가지 곡식도 준비되어 있는걸로 보아 풍성한 수확을 누리게 축원하는 것도 잊지 않는 모양이다.


모닥불 주위로 곡식이랑 띠까랑 여러가지 의식에 필요한 재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결혼식장으로 버스로 이동


신랑 하객들과 친척들을 싣고 갈 버스

신랑집에서 하는 의식이 끝나고 나니 서둘러 신부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나보고 준비된 버스를 타고 오란다.


신랑은 신부데리고 올 차를 예쁘게 치장해 놓고 차에 붙여논 H + N은 신랑 신부의 이름 이니셜이란다.


버스 지붕위에 앉아가는 하객들

사물놀이패는 버스 지붕에 둘러 앉아 가면서 연신 불어댄다. 삐리~비리 ~삐삐~~. 나도 악단패처럼 한번 버스지붕에 타고 싶어 카매라매고 올라 갔는데 바람은 마주 맞아 매우 시원한데 엉덩이가 압박을 받아 엄청 고생했다. 위험하기도 하더라. 쪼그려 앉지 않으면 거리의 늘어진 전기줄이 머리위를 스치고 지나 가기도 한다.


신부집에서 준비한 포카라에 있는 결혼식장

버스로 얼마 달리지 않아 신부가 사는 포카라에 도착해보니 집이 아니고 연회장 비슷한 곳에 의자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들어 가는 입구에 예쁘게 장식된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뭔지 물어보니 "축, 결혼, 어서오십시오.” 라는 말이란다.


하객들을 맞이할 연회장 내부

사진사는 별도로 없고 친구들이 Nikon coolfix 정도 카매라로 찍어 주고 있고 비데오 기사는 불러 왔는지 구닥다리 모델가지고 돌리고 있길래 갑자기 머리 속에 비지니스 생각이 나더라. 여기와서 wedding photo & video shop이나 한번 개업 해 볼까나. 그런 부질없는 생각도 한번 해 보면서 버스 지붕에 앉아서 포카라까지 갔다.


뷔페로 하는 점심식사

음식은 푸짐하게 차려 놓았고 뷔페식으로 각자 접시로 덜어 먹는데 주로 치킨과 염소고기, 카레로 비빈 감자, 살라드, 카래로 비빈 야채,  흰밥이다. 가자 마자 시간이 남는지 밥부터 먹으라고 한다. 배고픈 김에 두 접시 훌딱 먹어치우고 서둘러 결혼식 촬영 준비를 하였다.


부조를 받고 일일이 기재하고 있다

여기 결혼식은 희안하게 진행되었다. 우리처럼 양가 식구들이 전부 다 같이 모여서 하는게 아니고 연회장 한 쪽 구석에 의자 4개만 놓고 가운데 신랑 신부가 앉고 그 옆에 신랑 신부 부조 거두어 들이는 친구가 각각 앉는다. 그전에 일반 부조는 들어 가는 입구에 받는 사람이 위 사진처럼 공책 펴 놓고 일일이 적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입구에서 하는 부조는 친구들이 하는거고 가까운 친척들이 하는 부조는 희안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다르게 한다.




   네팔 전통의 축하 세족식


전통 세족식을 하고 있는 신랑 신부

신랑 신부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누런 양철통 위에 발을 올리면 옆에서 도우미가 신부 신랑 발가락 사이로 물을 부어 주면 맨 먼저 신부 아버지가 꿇어 앉아 그걸 두손으로 공손히 받아 자기 머리에 세번 뿌리고 세번 입에 댄다. 그리고 나서 축의금 봉투를 각각 딸과 사위에게 주고나면 또 다음 친척이 똑같이 신랑신부 발을 적신 물로 머리에 세번 뿌리고 세번 입에 대고 봉투를 준다. 희안하게 신랑 부모님도 왔다는데 코뱃기도 안보이고 신부 엄마도 있다는데 역시 안 보였다. 이걸 꽤 오랫동안 하는데 그동안 악단은 계속 연주를 불어대고 나머지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이런 예식에는 관심없듯이 저들끼리 한담하기에 열중한다. 이런 세족식을 보는 나도 너무 지리해서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전통 혼례를 주관하는 주례사

앞에서 주례사(우리식으로 말하면) 역을 하는 양반은 조그마한 책자를 보면서 계속 무언인가를 하라고 알려준다.  그 책 속에 전통 혼례하는 절차와 방법이 다 들어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식을 진행하는 사람을 여기 말로 "바운"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의식에 정통한 지식이 있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맡는 모양이다.


오늘의 쥔공이지만 엄청 피곤해 보인다

세족식을 끝내고 나면 긴 흰천을 양쪽 매듭을 묶어 신랑 신부가 사진처럼 같이 목에 감는데 이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겠더라. 유대인 결혼식에도 이런 풍습이 있어 영어로 결혼한다는 것을 tie the knot (매듭을 묶다)이라고 한다. 즉, 서로 매듭을 묶어 구속한다는 의미인지 끈을 풀지 말고 헤어지지 말라는 뜻인지는 몰라도  정서상 그렇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서로에게 구속을 요구하는 합법적인 계약인 셈이다. 그런 구속이 싫어 돌싱 예찬론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결혼은 원칙적으로는 이렇게 매듭을 꽉 매어 놓은 구속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여야 한다.


이게 끝나면 1부 의식이 종료되는데 그동안 신랑 신부는 밥도 못먹고 해서 배도 채우고 휴식을 갖고 2부 의식을 준비한다.


2부 의식이 진행되는 결혼식장의 정자

2부 의식은 바깥 정자에서 시작한다. 주례사, 신랑신부, 도우미 한사람 하고 신부 아버지가 삥 둘러 앉아서 의식이 끝날 때 까지 무엇인가를 태우고 뿌리고 바르고 한다. 2부는 이런 정자가 입구에 준비되어 있는걸로 보아 여기가 네팔 전통 결혼식장인것 같다.


메부리코의 신부 부친

결혼식 끝까지 전통 혼례를 지켜보며 시원섭섭한 표정을 짓는 신부 아부지. 인도인 계통 특유의 메부리코가 인상적이다.


결혼식 내내 등장하는 곡물

여기서 엄청 오랫동안 의식을 진행한다. 주례사가 책자를 펴놓고 중얼중얼하면 옆에 있는 도우미가 곡식이나 우유같은 걸 뿌리고 또는 무언가를 만들어 신랑신부에게 시키고 ...... 엄청 지겹게 하니까 첨에는 현지인들도 구경을 하더니 나중에는 친한 친구 몇명만 남고 나와 독일서 관광 온 처자 Lina만 남아서 구경하게 되었다. 한가지 의식은 나도 이해할 수 있겠더라. 우리 전통 의식도 양가 부모님이 신부 보자기 앞에 밤을 던지면서 자손의 번영을 비는데 이와 비슷한 의식을 세번하여 그것을 긴천에 묶어 신랑 신부가 같이 둘러 매고 있다.


춤으로 뒷풀이라는 현지인

이런 지리멸렬한 의식을 하고 있는 동안 앞쪽 마당에서는 악단들이 흥겨운 곡을 연주하면 하객들중 춤좀 춘다는 댄싱 킹이나 퀸들이 네팔 전통 춤을 추는데 전부다 수줍는지 극소수만 나와서 춤 솜씨를 뽑낸다. 그런건 한국이나 여기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춤 삼매경에 빠진 한 네팔 아가씨가 멋지게 악단 연주에 맞추어 솜씨를 뽐낸다.


오늘의 쥔공들

마지막 의식은 신랑이 일어서면 신부가 신랑에게 절을 올리면서 신랑 발에 입을 맟춘다. 그냥 그대로 해석해도 "앞으로 당신의 종이 되어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이정도 될 것 같은데....... 종이 될련지 공주가 될련지 아님 한손에 휘어 잡을지는 앞으로 살아 봐야 알겠제. 또 나는 그걸 알아 보려면 몇년 뒤 다시 여기로 배낭여행와서 수소문 해보면 알게 되겠지. 신부의 절을 받자 옆에서 친구들이 뭐라고 하니까 신랑이 뒤에서 신부를 껴안아 한번 들어 주니까 모두들 박수를 치면서 환호를 지르는데 요게 결혼식 끝이다.




  전용 사진사의 결혼기념 사진 찍기


신부 친구들을 모아 기념촬영

지금까지는 주례사 "바운"이 식을 관장했지만 이제부터는 사진사 "지노"가 마음대로 신랑신부와 하객들을 다룬다.


우리식 폐백도 없고 식하는 동안 신랑신부 부모님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이 뒤부터는  미국식으로 내가 만들어 주었다. 보니까 신부는 저그 친구들하고 앉아서 사진찍고 놀고 신랑은 밖에서 또 저그 친구들 하고 이바구하고 놀고 해서 일단 신부친구들 모아서 앉혀서 위와같이 단체사진 을 찍어 주고


신랑 신부와 신부 친구들과 기념촬영

신랑신부하고 친구들 사진찍을 때 신랑친구 데리고 오라 하니 다 가고 없다 하였다. 그래서 천상 신부 친구들 하고 신랑신부 같이 찍고 신랑 신부같이 둘이만 찍어 주는데 둘이 무지무지하게 서먹거려서(하기사 중매결혼이니 오죽 그럴까) 그냥 내가 가서 두손을 포개 잡아라 하면서 신랑신부 손을 잡게하고 사진을 찍어 주었더니 옆에서  보던 사람들이 박장대소했다. 이게 오늘 결혼식의 제일 하일라이트였다. 뭐 이 정도야  미국서는 결혼식 사진의 기본인데 여기서는 그런게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식으로 하객들 앞에서 신랑신부 둘이서 뽀뽀라도 하게 했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모른다. 다행히 내가 그건 시키지 않았다.


어색하게 손잡고 웃음을 참지못하는 신부

신랑신부보고 둘이 손잡아라고 했더니 서먹서먹하길래 내가 가서 두손을 포개 주고 왔다. 이를 보고 사람들이 박장대소하니 사진찍는 신부도 지금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표정이다. 하기사 중매로 맺어지는 인연인데 금방 손이라도 잡을 수 있을지 그게 의문이다. 나중에 살다보면 그렇지 않겠지만 처음에는 쉽게 서로 다가 서는게 어렵게 느껴지는게 당연할 것이다.


신랑가족들과 기념촬영

신랑신부 손잡아 사진찍게 해주고 나서 신부 부모님 모셔오라 하니까 옆에 있던 신부 친척이 여기 전통은 그게 아니란다. 여기 전통은 따로 국밥처럼 서로 따로 뒷풀이한단다. 신랑 가족은 전혀 움직이지 않아 재촉하니 밖에 몇명 있으니 밖에서 찍어 달란다. 사진처럼 여기 전통이 신랑집따로 신부집 따로 기념사진찍고 뒷풀이하는 모양이다.


오늘 네팔 전통 결혼식의 전문 사진사 지노

다 끝내고 나니 나보고 잠깐 안으로 들어오라기에 가 봤더니 신랑 아버지하고 신랑측 남자들만 몇명 앉아있는데 내이마에도 빨간 물감(띠까) 발라주면서 네팔 전통 모자를 얹어주면서 신랑 아버지가 조그만 봉투를 주길래 가만있었더니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그냥 주머니에 넣어 가라고 하였다. 돌아와서 봉투 펴보니 네팔돈으로 120루피 들어 있었다. 아마 결혼식 준비하는데 힘좀 쓴 가족들에게 신랑 아버지가 치례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물론 사진찍는데 하루 종일 수고했으니 받을만 한데 그걸 미국돈으로 환산해보니 1불 40전이었다. 돈 액수가 중요한게 아니고 네팔식대로 치례받았다는 것이 내가 오늘 하루 네팔인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받은 네팔모자쓰고 나도 기념 촬영도 해봤다. 어때 네팔사람같이 보이나요?


이 미국친구는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친구인데 미국 시카고에서 학교선생하다 이혼하고 네팔에 들어와서 혼자 지내고 있다고 한다. 들어온지 이제 한 일년정도 되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이것 저것 허드렛일하면서 지내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쥔공 신랑

그리고 그 주인공의 평생 배필(배필을 딱 맞는 영어로 옮기면 better half로 "쪼매 나은 반쪽"이란 의미다)


네팔 여자들의 전통적인 머리 장신구


네팔 전통 악기


네팔 전통 악기 연주단


오늘의 쥔공들로 곤피해 보인다


신부 이름을 잊어 버렸다


2부 의례중에 돈도 받아보고


야외에서 진행하는 2부 순서로 둘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오늘 신부 그녀의 심정은 어떠할까?


예식 시작전에 친척들의 축하를 받는 신랑

오늘 여행기는 트레킹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별 잼없는 애기가 되겠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전통에 관심있는 사람이나 이렇게 이쁜 네팔 배우자를 맞이하고 싶은 싱글 혹은 돌싱 남정네에게는 무척 재밌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바구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네팔서 이런 어여쁜 반쪽과 결혼하고픈 그런 남정네는 내게 일창으로 조심스레 문의해도 된다. 신부에게 패물을 얼마나 해줘야 하는지 알아봐 줄 수 있으니까. -JH-



네팔 중국편 13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jinhokim/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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