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킴 Jul 18.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네팔 중국편 26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아

2013년 5월 12일(일) 맑음


우주 비행사들이 지구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딱 두군데구조물이 눈에 띄인다고 한다. 하나는 호주의 대산호초 군락이고 다른 하나는 만리장성이란다.(아마도 둘 다 그 길이가 2500km를 훨씬 넘어서 그런 것일까?) 만리장성을 찾는 오늘 아침부터 설레인다. 천안문 한블락 밑으로 내려가면 전문(前門)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만리장성과 명13릉가는 전용 관광 버스가 있다. 하기사 이건 중국 현지인용이니까 가이드 설명은 기대할 것 없고 차편만 얻어 타는거다. 요금은 명13릉을 끼워서 가면 180원이고 만리장성만 가면 120원이다. 여기에 점심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가이드비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나에겐 무용지물이다.




  단체관광은 어디서나 똑같아


점심식사전에 둘러본 옥파는 상점

일단 사람이 거의 차야 버스는 떠난다. 오늘 가는 팔달령 만리장성(八達嶺長城)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 인데 일단 부대시설이 잘 갖추고 있고 북경시내에서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버스가 북경시내를 벗어나는데 엄청 시간이 걸린다. 교통체증도 북경이라고 왜 없겠는가. 시내를 겨우 벗어 나고서도 근 1시간반을 더 달려서 버스가 많이 정차해 있는 파킹장으로 들어선다. 모두들 내려 가이드를 따라 들어 가는데 들어가서 보니 옥(JADE) 생산 및 판매지다. 엄청나게 큰 옥상점이다. 판매원이 열심히 설명하는데 손을 가리키는 것 보니까 무슨 품질 보증서같아 보인다. 품질은 확실하다는 이야기겠지. 따라 들어가서 구경은 실컨했다. 옥값이 엄청 비싸다. 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서민들이 사기에는 값이 꽤 나가는 것들이 많다.


옥으로 조각한 용상

사진처럼 옥으로 조각한 것들은 가격이 미국돈 1-2천불한다. 중국돈 6천에서 만이천원한다는 소리인데 중국 서민들한테 만원은 엄청나게 큰 돈이다.


옥으로 만든 두꺼비상

보니까 일층에서 옥제품 쇼핑시키고 바로 이층으로 올라 가니 점심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테이블 하나에 8명정도 앉는데 반찬 6가지 중앙에 놓고 밥을 조금씩 공기에 들어서 먹는다. 아침도 안 먹어서 꾸역꾸역 중국사람들보다 더 많이 먹었다. 내가 말을 안하니(사실은 몰라서 못한건데) 내가 저그들 배고픈 동포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옆에 앉은 아지매가 많이 먹으라고 반찬을 내쪽으로 밀어준다. 식탁테이블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모두들 놀랄까 싶어 참았다. 하여간 점심 한끼 거나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무슨 꿀벙어리처럼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밥만 꾸역꾸역 넘겼다.





  다시 산으로 오르다


점심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한 30분쯤 달리는데 엄청난 고개길을 서서히 올라간다. 팔달령(八達嶺)고개를 넘어 가는건지 한참을 올라가서 다시 샛길로 빠져 나가니 군데군데 관광버스가 정차해 있다. 오늘이 일요일여서 여기가 더 붐비는 모양이다. 장성(長城; 중국인들은 우리처럼 만리장성이라 하지않고 걍 長城으로 부른다) 올라가는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두시다. 2시간 뒤에 파킹장으로 다시 모이란다. 버스 안에 나하고 다른 한 사람만 중국어몰라서 가이드가 더듬더듬 영어로 차고있는 시계보여주며 시계바늘 4시까지 버스로 와야 한다해서 알아 들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감으로 돌아와야 한다. 시간이 촉박해서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힘들고 전부 다 케이블카 표사러 간다. 왕복 80원. 이걸 타면 중간까지 올려다 준다. 그곳에서 약간의 발품만 팔면 팔달령(빠다링) 장성을 볼 수 있다.


팔달령 만리장성

이 근방에 이것 말고 다른 장성도 있는데 교통편을 구하기 힘들다. 거용관 장성, 사마대 장성, 금산령 장성 그리고 모전욕 장성. 로칼버스가 간다고 되어 있는데 말이 안되니 차편 알아 보기가 힘들다. 그러니, 단체관광으로 가는 경우는 보는 시간이 기껏해야 2-3시간이기 때문에 맘대로 장성을 거닐어 보기도 힘들다. 나도 역시 올라 가서 사진만 찍다가 내려왔다.


장성이 산능선을 따라 뱀처럼 꾸불꾸불 산자락을 타고 저쪽 산으로 넘어간다. 넘어 간 장성은 다시 벌떡 일어서서 다음 산자락을 타고 뱀처럼 꼬부랑하게 기어간다. 저쪽 산등성을 넘은 꼬불랑 장성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장성쌓기는 춘추전국시대부터


장성 쌓기는 고대로 올라가서 춘추전국시대부터 각지방의 작은나라들이 방어목적으로 쌓기 시작했는데 진시황제가 나라를 통일하고 나서부터 각 지방의 것들을 허물어버리고 본격적인 장성을 쌓기 시작하여 그 후 바뀌는 왕조마다 이에 더하고 빼고해서 명대까지 지금의 모양이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하북성 산해관(山海關)부터 감숙성 가욕관(嘉峪關)까지 약 2700 km가 형성되었는데 중간에 중복되거나 다시 증축한 부분을 감안하면 전체 길이가 약 6200km나 된다고 하니 실로 거대한 건축공사라 하니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만리장성은 위지도에서처럼 산하이관(山海關)에서부터 자위관(嘉峪關)까지를 말하는데 요새들어 중국은 이를 연장하여 동으로는 흑룡강성까지, 서쪽으로는 간쑤성을 지나 중앙아시아까지 이어진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패권주의에 편승하여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서북공정(西北工程)과 맞물린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소치라고 생각된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요동반도에서 고조선, 발해 및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에 속한 소수민족의 역사로 바꾸어 우리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고 서북공정(西北工程)이란 지금의 중앙아시아 및 몽고의 역사를 그런 비슷한 논리로 중국 역사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둘 다 기를 쓰고 주변 해당국가와 연대하여 철저하게 저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장성에 올라 감격하는 인민들

케이블카타고 내려서 중간쯤 올라와서 스스로 대견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그렇다. 장성에 올랐다는 것이 꽤나 감격스러운 모양이다. 나라고 그렇지 않을리오.


촌빨스럽게 나도 인증샷 남겼다

2013년 장성 등반 인증샷. 중국 사람들은 만리장성이라 안 부르고 그냥 창칭(長城)이라고 한다. 모택동이 그런 글을 남긴것 같다. 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라고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올라봤자 전부 케이블카타고 오르는데 대장부는 무슨 대장부란 말인가.


팔달령 만리장성

장성의 시초가 흉노족같은 북방 오랑캐의 침입을 저지하기 위하여 쌓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장구한 역사를 가진 건축물로 중국을 대변하는 문화재로 인정받아 1987년에 UNESCO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사진처럼 평지를 걷는게 아니고 일반 산처럼 오르막과 내림막이 연거푸있어 쉬운 것은 아니다.


자금성이나 시안의 병마용갱이나 이런 만리장성같은 거대 PROJECT보면 중국인들이 과대 망상적인 꿈같은 일들을 척척 해내어 신기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해서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것 같다. 한 권력자의 꿈을 위하여 그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피와 땀을 바쳐야했는지 그런걸 생각하면 진짜로 미친짓 같기도 하다.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오늘은 설화풀이를 하나 하는걸로 만리장성 이바구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우리들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서 바로 잡을 필요도 있다. 우리말에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뜻을 우리가 잘못 알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진정 이말의 참뜻을 이 빠다링창칭에 올라와서 생각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가 아는 뜻풀이는 아주 짧은 시간에 맺은 남녀관계라도 오랜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그런 뜻으로 사용하는데 사실은 그런 뜻이 아니다.


<이 거대한 장성쌓기 건축공사를 하려고 하니 노동인력이 무한정으로 필요하니 죽어나는건 백성들 뿐이다. 일단 장정들은 무조건 징집대상이었다. 어느 산골 마을에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이 집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살림차린지 한 달만에 남편이 공사장으로 끌려 간지도 어느덧 많은 해가 흘러갔다.>



<이 혼자사는 생과부집에 길가는 과객이 하룻밤 묵기를 청하는데 보아하니 미모가 수려하고 행동거지가 다른집 여자와는 달라 보였다. 신세타령을 들어보니 공사판으로 끌려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속정이 보통 깊은것이 아니었다. 도와 주고 싶어도 도움을 줄 수가 없었는데 마침 여자가 하나의 제의를 건넸다.>



<여자의 제의는 이러한 것이었다. 남편 옷 한벌을 싼 보따리를 내어주며 제 남편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소식도 모르고하니 남편 이름을 가지고 북방으로 끌려간 남편 소식을 알아 보고 남편의 생사 징표를 가지고 돌아오면 평생 인연으로 모시겠다고 말한다. 물론 오늘 밤도 하루밤 인연을 허락하기로 하고. 이 과객은 듣고보니 괜찮은 제안이라 그렇게 하기로 선뜻 약조하고 부인과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고 남편찾으러 북방으로 길을 떠났다.>



<어렵게 어렵게 수소문하여 남편이 부역하고 있는 공사장을 찾아 옷보따리를 전달하려고 하니 공사감독관이 한 명이 나오면 다른 인원을 채워야 하는 규정때문에 남편대신 과객보고 잠시 대신 공사장에 남아 있으면 남편을 불려 내 줄 수 있다고 한다. 과객은 남편에게 징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남아있고 남편을 내 보내며 글 한자 써 주기를 부탁하고 옷보따리를 건네준다. 남편이 밖에 나가 옷보따리를 풀어 보니 옷속에 부인이 적어 보낸 편지 한장이 있었다.>


<이런 이런 사유로 당신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길가는 과객에게 부탁하여 이 옷보따리를 전달하게 되니 그 댓가로 나그네에게 하룻밤 몸 허락한 걸 당신이 용서할 수 있다면 바로 집으로 돌아 오시고 그걸 용서할 수 없다면 다시 공사장으로 돌아 가시기 바랍니다. 부인의 자세한 글을 보니 이 모든 것이 재치 있는 부인이 꾸민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남편은 새 옷 갈아입고 부인이 기다리는 집으로 바로 돌아 갔다. 물론 나그네는 부역장에서 종신 노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그네처럼 여인과 하룻밤만 잤더라도 만리장성을 쌓게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유때문에 나그네처럼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속담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진짜 속뜻은 조그마한 욕심때문에 평생 후회할 짓을 한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경계하라는 강한 경고성 메세지다.



빠다링창칭(장성)이 다른 장성에 비해 굴곡이 심해 더 아름답다고 한다. 그걸 알아보려면 천상 다른 장성을 가서 봐야 하는데 가 볼 수도 없고...



시간맞춰 사진만 찍고 내려가니 4시다. 늦게 내려 오는 사람들까지 챙겨서 버스가 4시반쯤 출발해서 시내로 들어 오니 6시가 넘어 해가 서산으로 기웃 거리고 있다. 오늘은 버스만 타고 시간 다 보낸 것 같다.




 북경의 명동 왕푸징(王府井)거리로


전문

버스가 출발한 전문이라는 곳인데 사람들로 붐빈다. 그냥 호텔로 돌아가서 북경 편지나 쓸까하다 이왕 나온 김에 시내나 한번 가 보자하고 그리로 발길을 돌린다.


왕푸징 밤거리

여행 책자에 보면 시간나면 왕푸징(王府井)에가서 쇼핑이나 하란다. 그래서 가 봤는데 서울의 명동 비슷한 곳으로 배낭족들이 쇼핑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마카오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고가 시계, 보석들 파는 곳으로 진열장에 전시된 비싼 다이아반지 가격을 한번 봤더니 캐논 EOS 1Ds MKIII와 70-200mm/2.8 렌즈 세트로 가격비교해 봤더니 반지 하나 가지고 카매라+렌즈 6세트를 사고도 남길래 아무 생각없이 돌아섰다.


홍콩 영화배우 곽부성(郭富城)이 시계 광고모델로 등장.


가다보니 왕푸징 뒷골목인데 일명 먹자골목이다.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벌레 꼬지 구이

몬도가네식 음식들로 즐비하다. 이 집은 이런 벌레를 꼬지에 끼워 구워 파는데 꼬지에 끼인 채로 벌레들이 아픈지 수시로 다리를 떤다. 이걸 구워 먹는데 굼뱅이도 꼬지에 끼워 판다.


불가사리 꼬지 구이

불가사리도 꼬지에 끼워 파는데 여기서는 전부 다 꼬지에 끼워 판다. 과일도, 고기류, 생선류등 모두 꼬지에 끼워 판다. 한 가게는 한국식 고추장으로 칠한 떡뽁이를 파는데 한자로 한국식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여간 배고플 때 들어가면 하나씩 챙겨먹어도 금방 배불려 나올 수 있다.


경극의 여장한 연기자

조금가다보니 경극 음악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발길을 돌려 보니 좌우로 음식점이 즐비하고 그 중간에 조그마한 야외무대를 만들어 놓고 음악에 따라 화장한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 손님들의 주의를 한번 끌어 보려고 착안한 아이디어인데 눈치좋고 빠삭한 관광객들도 나처럼 잽싸게 사진만 몇장 훔치고 돌아서 버린다.

길 가는데 중국 할배가 니콘 카매라를 들고와서 손 좀 봐 달란다. 내가 큰 카매라 두 대 매고 다니니까 할배 보기에 전문가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할배 눈이 연륜으로 쌓여 정확하게 본 것일까? 내가 보니 뻔한 것이었다. 낮에는 감도 100으로 잘 찍히다가 해지고 네온싸인 들어오니 100으로는 셔터가 릴리스 안된다. 감도 올려주고(노이즈있는게 느린속도보다 훨씬 낫다) 찍어 보라 하니 잘될 수 밖에. 할배가 쉐쉐를 연발하며 싱글벙글하며 돌아간다. 오늘은 이렇게 팔달령 만리장성을 얼치기로 구경하고 왕푸징거리에서 조금 방황하다 버스타고 호텔로 돌아 왔다.-JH-



네팔 중국편 27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jinhokim/9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