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나
토스에서 3개월정도 근무 후 퇴사했는데 내 삶의 방향성과 목적을 잃었다.
기존에 토스에 취업을 하기전까지는 금융권(증권사) 취업을 목표로 달려왔다. 하지만 운좋게도 증권사 인턴을 하는 과정에서 토스에 합격을 하게되었고, 그렇게 토스페이먼츠에서 B2B 영업을 담당하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토스에서의 경험은 정말 좋았다. 동료들의 인력풀 자체가 지금까지 내가 일해본 사람들을 통틀어서 가장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같이 들어온 기수분들과 팀 동료분들과는 찐친이 되어서 아직도 연락하면서 종종 만나곤한다. 커피사일로와 사내 편의점도 행복하게 이용했던 기억이 있다.
작년 4월에 입사했으니까 입사 기준으로 벌써 1년 가까이 되어간다.
일을 하면서도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대표님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일에 꽤 잘하는 사람이라고 느꼈고 나름의 성취감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었고 사실 내가 이 일에대해서 그렇게 즐겁게? 의미를 느끼며?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일이 그렇겠지만.. 내가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면서 내 삶을 개척해 나갔다. 이후에는 인터넷방송을 하면서 프로게이머로 몰입했던 경험을 확장해 나갔다. 그렇게 내 인생의 나만의 색깔을 입혀왔다.
군대에서는 기존의 열심히 살았던 삶에 휴식을 주면서 그냥 쉬었다. 그렇게 헬창(?)이 되었다.
전역이후 커리어적으로 다시 열심히 달리려고 했다. 금융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증권사 자산운용사와 관련된 취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증권사에서 인턴을 했었고 토스 면접을 보고 합격하게 되었다.
사실 토스는 금융권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내가 목표로 했었던 방향과는 결이 달랐다.
토스의 기업문화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토스에 들어가서는 일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지속가능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던 것 같다. 일을 할때 억지로 하는 느낌이 강했고 나의 주체성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맞고 재밌게 할 수있는 일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들었고 그게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 하게 되는 과정인 것 같다
퇴사를 하는 과정에서 생각했던 것들은 나는 그렇게 성장을 엄청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장만을 목표로 살아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성장만을 진정으로(?) 추구하는 토스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역설적으로 어느정도의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 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토스에서의 경험은 재테크로 예를 들었을 때 자산을 우상향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락장에서 지키는것도 중요하듯이 지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체감했던 경험이라는 생각이든다.
그렇게 토스에서 쌩퇴사를 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한달간은 그냥 무기력하고 번아웃이 와서 누워서 쉬었던 것 같다. 그냥 뭔가를 할 의지나 힘이 나지 않았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을때의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 이후 내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그래도 토스를 퇴사하고 나서 조금 더 나에 대해서 알게되었다. 그동안 일에 치여서 살아왔다면 퇴사하면서 나의 본연의 모습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객관화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서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직업의 유무라는 측면에서 내가 남의 눈치를 안보고 살아왔다고 생각 한다. 타인이 현재 일을 안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혹은 어떠한 직업을 갖고있든 그냥 그렇구나라고 선입견 없이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관없었다 나에겐 어짜피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중요했다'
하지만 내가 취준생으로서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 신경을 은근히 쓰는 사람이구나. 타인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나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감춰왔지만 그런 면모를 이제 느끼는구나 싶다.
예전에는 이런 내 모습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꿔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이런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동행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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