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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라리며느리 Aug 06. 2020

명절 증후군이 뭐예요?

명절 기다리는 날라리며느리 세 번째 이야기

우선 이 제목이 불편하신 우리나라 며느리 분들에게는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날라리며느리 탄생 비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명절이 빠질 수 없어서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우리나라의 명절은 며느리들에게 없어졌으면 하는 것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날라리며느리인 나에겐 감사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명절을 기다리는 며느리 중 하나이다. 맛있는 명절 음식도 먹을 수 있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척들을 만나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서울이 시댁이라 교통 체증 때문에 힘든 일도 없고 작은 집이라 음식도 많이 하지 않는다. 명절에는 원주에 있는 큰집으로 명절 당일 새벽에 출발한다. 내가 결혼하기 전부터 어머님은 명절 음식 중 전을 담당하고 계셨기에 동그랑땡, 산적, 동태전 등 각종 전을 준비하시고 그걸 가지고 가시면 됐다. 하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큰집에서 특별히 조심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명절에는 큰집에 가서 설거지만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기억으로 명절이라 하면 연휴 첫날부터 친척들이 모여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그동안 살았던 이야기도 나누며 술잔도 기울이고 고스톱도 치고 하는 그런 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댁 명절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음식도 각자 집에서 준비하고 당일 새벽에 갔다가 차례 지내고 밥만 먹고 차가 밀릴세라 후다닥 서울로 올라가기 바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명절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큰집 사촌들과 대화할 시간도 없으니 친해질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




날라리며느리 2 탄생

동서가 새 식구가 된 이후로 시댁 명절 분위기는 조금 다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오히려 날라리며느리가 한 명 더 탄생한 듯했다. 동서를 새 식구로 맞이한 후 첫 명절은 우리 며느리들의 자유 시간이 되었다. 우리 애 둘을 데리고 아버님, 어머님, 남편, 도련은 큰집으로 새벽에 가고 동서와 나는 동서 집에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어머님이 준비해 오신 명절 음식으로 늦은 아침을 먹은 후 제대로 휴식을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동서, 우리 며느리 맞아? 명절에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난 큰 집 가고 싶었는데.."

"그러게요, 형님. 저도 가고 싶었는데 어머님, 아버님이 그냥 집에 있으라니 할 말은 없지만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네요.. 큰 집에서도 며느리 둘이나 빠져서 좀 서운해하실 듯해요."

"우리 시부모님은 너무 쿨하신 거 같아. 혹시 우리 며느리들이 귀찮은 건 아니겠지?ㅋㅋㅋ"

"진짜 그런 건 아니겠지요? ㅎㅎㅎ 근데 어머니 LA갈비는 진짜 맛있어요~."

"음~ 맞아 맞아. 이제 울 엄마 음식보다 어머니 음식이 더 입맛에 맞는 건 기분 탓일까?"

"하하 호호"


명절 당일 복 받은 날라리며느리 1, 2는 시어머니가 준비하신 밥을 먹으며 대한민국 며느리답지 않은 명절을 보내고 있었다. 명절에도 아무 스트레스가 없는 며느리가 될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 정도면 내가 왜 스스로를 날라리며느리라고 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날라리며느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명절을 통해 그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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