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를로비 바리에서의 하룻밤이 지났다. 체크아웃을 하고, 곧바로 호텔 뒤편에 있는 전망대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룸은 357호였구나! 호텔펍 (내 맘 속에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안녕~~!
Diana Lookout Tower
해발 562m 높이, 산속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카를로비 바리의 뷰를 조망하기 좋은 전망대
호텔 바로 뒤편 전망대 초입에 푸니쿨라(등산 열차)를 타는 곳이 있었다. 우리가 타러 갔을 때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다 구경하고 내려올 때 보니, 줄이 저~~뒤에까지 이어져있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일찍 다녀오길 잘했다!! 푸니쿨라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산기슭에 위치한 호텔에 올라가는 열차와 비슷하게 생겼다. 경사면 기울기대로 디자인되어 내부가 지붕 밑 다락방 같은 느낌도 들었다.
무언갈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시간은, 그냥 설레고 기분이 좋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절경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전망대에 올라서 내려다본 풍경은... 사실 기대보단 평범했다. (3년 전, 체코에서 3달 살이할 때, '체스키 크룸로프'를 다녀왔었는데, 풍경은 동화 속 마을 같았던 체스키가 훨~~씬 예뻤던 것 같다.)
전망대를 한 바퀴 돌고, 뒤편에 있는 공원으로 나가보니, '버터플라이 하우스'가 있었다. 우리는 바로 며칠 전, 프라하 시내에 있는 햄리스에서 이미 '버터플라이 하우스'를 방문했었다. 아이들은 나비를 좋아하면서도 징그러워했고, 결국 비싼 티켓값에 비해 오래 머물지 못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까를로비바리 전망대에도 나비하우스가 있었다니!! 체코 사람들은 나비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버터플라이 하우스 옆쪽에는 자그마한 놀이터가 있었다. 놀이터는 못 참지!!
시설이 많은 건 아니지만, 어느 놀이터에서든 신나게 잘 노는 아이들이다.. 놀이터에서 실컷 놀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 옆쪽으로는 동물들이 있었다. 그중에 한 마리 공작새가 우리 밖으로 나와, 유유히 우아하게 워킹을 선보이고 있었다. 놀이터보다 동물을 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은 한동안 공작새를 조심조심 졸졸졸 쫓아다녔다.
전망대, 미니 놀이터, 미니 동물원을 둘러보고, 아래로 내려가는 푸니쿨라를 타러 가는 길에, 까를로비바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즉석사진기가 있었다. 우리는 까를로비바리 여행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남기기로 했다.
우리 사진이 썩 맘에 들게 나오진 않았지만, 우리 가족만의 까를로비바리 엽서로 추억을 또 하나 남길 수 있었다.
까를로비바리에서의 둘째 날 아침을 이렇게 전망대에서 보내고 내려와, 이대로 떠나기 아쉬워, 다시 한번 메인 스트리트를 산책한 후, 이곳을 떠나 다시 프라하로 돌아갔다.
우리의 유럽여행 마지막 날이자, 체코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이날 오후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 검사!! 작년(2022년) 여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갈 때는 해당 국가에서 비행기 출국 시간 기준으로 24시간 내에 검사한 코로나 음성 결과지가 있어야 했다. 남편은 코로나 시국에 이미 여러 번 국내와 체코를 왔다 갔다 하면서 검사는 물론, 해외 입국자 2주 격리도 꽤 여러 번을 했던 터라, 이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도가 튼 사람이었다. 프라하 시내에 있는 코로나 검사소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 우리는 공포의 코로나 검사를 앞두고 급 두려웠다.
세상에...! 그런데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체코에서 코로나 검사해 주시는 분들은 우리가 국내에서 셀프로 자가 진단 키트 할 때보다도 코에 덜 넣고, 덜 휘저었다. 검사 면봉이 단 2cm도 안 들어간 느낌이었다. 덕분에 아이들도 쉽게 코로나 검사를 받아주었다.
그래도 어쨌든 결과가 걱정되는 건, 피할 수 없다.
유럽 여행 내내 마스크를 훌훌 벗어던지고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잘 다닌 우리다. 이제 와서 코로나 양성이 나오면 어쩌지? 비행기 예약은 어쩌고... 바로 코앞이 개학인데... ㄷ ㄷ ㄷ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 시점까지만 해도, 아빠만 체코에서 코로나가 2번 걸렸던 전적이 있고, 우리는 다행히 코로나를 한 번도 걸리지 않고 피해온 상황이었다. 나는 내심 생각했다. 우리는 슈퍼 울트라 면역자인가 보다고...
주변에서 한 번씩 다들 걸릴 때, 밀접 접촉이었을 때도 다 음성이었던 우리였고, 유럽 여행 내내 마스크 벗고 다녔는데, 음성이었다. 한껏 우리의 면역력을 자랑스러워(?) 했다!! (이 자부심은 그해 겨울, 2022년 12월,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게 다음 날, 우리나라로 돌아가기 위한, 서류 준비를 마치고, 프라하의 마지막 저녁은, 프라하성에서 보내기로 했다. 프라하성의 핫스폿은 다름 아닌 스타벅스!! 프라하성 스타벅스에 앉아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프라하 시내를 내려다보는 게 그렇게 낭만적이고 좋을 수 없다.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멍 때리고 있는 시간이.... 참 좋았다.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했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 내일이면 곧 헤어질 아빠와 아이들이 손 잡고 걷는 모습만 봐도 왠지 찡해서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사진이다.
이렇게 2022년 8월, 아이들과의 유럽 여행 기록이 모두 끝났다.
사실 마지막 기록을 남겨놓고, 계속 미루고 미뤘는데...
쓰다 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이날은.... 별다른 삽질과 우여곡절 없이, 무난하게 다니며 사진으로 기록을 많이 남긴 날이었고, 그 사진첩을 열어 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여행 기록이 충분했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