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남자는 양고기를 좋아한다. 냄새나고 기름진 양고기를 한 점도 안 먹는 나는 바다처럼 넓은 마음과 산처럼 높은 이해심으로 그의 입맛을 맞춰준다. 양고기를 마트에서 발견하고 샀다고 하면 한국무용을 하듯 나풀거리는 걸음으로('아빠를 닮았다는 심한 말"을 읽고 오세요) 집으로 날아올 그를 생각하며 냄새나는 양고기를 올리브오일에 두르고 허브소금 둘러서 재웠다.
저녁을 차리기 전 35도의 폭염에도 무병장수 기대하며 나 혼자 만보 걷기를 하고 왔다.(만보는 못 채웠다. 너무 더워서) 그렇게 땀을 흘리고 양고기를 구워 저녁을 차리고 있는데 남편은 내게 이 더운 날도 걷느냐고 물었다. 나는 오래 살기 위해 걸었다고 했다. 생각보다 사람들 많다고 너는 얼마나 빨리 죽으려고 그렇게 안 걷느냐고 물었다.(남편은 삼보승차를 매일 실행한다. 세 걸음 걷고 차를 탄다) 방에서 가만히 우리 대화를 듣던 딸은 말했다.
"아빠, 첫째 딸 결혼할 때까지는 살아"
나는 양고기를 굽다 말고 걱정이 되었다. 고기만 먹다간 그가 딸 결혼 전에 생사가 위태로울지 모르니 다급하게 양송이를 꺼내서 구웠다. 쯔란만 내어줘도 잘 먹지만 어쨌든 딸의 결혼까지 살아 있어야 하니 깻잎과 오이도 준비했다.
저녁을 다 차리고 식탁에 앉으며 남편은 말했다.
"너 결혼 50살에 해라"
11살 딸이 50살에 결혼하면 남편은 86세가 된다. 본인의 장수를 위해 딸의 결혼을 50대로 미뤄버리는 비정한 부정 앞에 할 말을 잃었다. 큰 조각 아빠 먹고 작은 거 딸 먹으라 하려 했지만 마음을 바꿨다. 50살에 결혼해야 하는 딸이 불쌍해서 큰 거 먹으라고 했다. 고기를 뜯어먹으며 좋다고 웃는 딸은 50살에 결혼하래도 좋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