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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언니 Nov 17. 2019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간처럼 해석도 흘러만 간다


 



   어릴 적 아빠의 방에는 올드팝이 밤새도록 잔잔하게 흘렀다. 그때는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지금도 고향집을 방문할 때면 늘 TV를 틀어놓고 주무신다. TV를 꺼드리면서 본 아빠의 잠든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외로움인 것이다.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고, 배우자가 생기고 나니 이제야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동반자가 있는 것이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아버렸으니까. 이것이 깨졌을 때 아빠가 느꼈을 상실감은 얼마나 컸을까? 지금까지 살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이제는 그 생각마저 지겨울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보는 일.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사람의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노력을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닐 테다. 노력이 성공적인 삶의 필요조건이되, 충분조건은 아닌 듯하다. 엄마 아빠도 좋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분명 노력을 했을 것이다. 잘 살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아주 어릴 때지만 화목하고 단란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온 가족이 학교 운동장에 가서 새벽 운동을 하던 일,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에서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던 일 등등.



   인생은 노력 몇 g, 사랑 몇 g, 인내 몇 g을 매뉴얼대로 섞었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값이 정확하게 도출되는 실험실이 아닌 것 같다. 실험실이라고 한다면 통제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은데, 인생이라는 실험에서 그 변수들을 통제 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도 이해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마지막까지 위로가 되어주고 편이 되어 주는 관계. 그것이 바로 가족이겠지. 그동안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흐르는 시간만큼 해석마저도 흘러가는 것 같다. 이제는 아빠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아직도 멀었겠지. 그렇다면 사랑한다는 표현이라도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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