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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언니 Nov 17. 2019

눈물의 상견례

괜한 걱정으로 날을 지새웠다




    

  "너희 엄마가 떠났다는 사실이 네가 결혼할 때 너에게 마이너스가 될텐데..." 

  "응? 아빠, 무슨 소리야~ 에이 설마~ 요즘에 그런 사람이 어디있다고! 걱정하지마~ 괜찮아 괜찮아~"

  아빠는 가끔 이런 걱정을 했었다. 솔직히 그때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대학교 1학년이 되었다. 예쁜 옷에 구두도 신어보고 데이트라는 것이 뭔지도 경험해보면서 한창 부풀어있던 그 때,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일이 찾아왔다. 당시 사귀던 남자 친구가 길을 걷다가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문제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부모님이 했다는 말을 나에게 여과 없이 전달했다.

  "우리 부모님이 그러던데 말이야. 너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빠랑만 살아와서 애정결핍이 있을 거고, 그래서 너랑 만나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거래."

  "뭐.. 뭐라구...?"

   순간 믿기지가 않았다. 나의 귀부터 의심했다. 아빠가 말할 땐 '에이 설마'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실제로 밖에서 그 소리를 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 날의 충격은 그야말로 '백문이불여일피(당할 피)'라는 말이 적절했다. 

   '이게 실화인가...?' 

   그 날 내 기분은 마치 사회가 나에게 부정적 낙인을 '쾅'하고 찍어버린 듯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부모님의 생각이 정답도 아니거니와, 그런 말을 전달한 그 친구의 경솔함이 명명백백하게 잘못이지만 말이다. 마냥 어렸던 나는 '다들 진짜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결혼을 못하는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으로 마음이 괴로웠다.



   그 기억 때문일까.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점차 마음이 무거워졌다. 또다시 별안간 낙인이 '쾅'하고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만약 이번에도 그렇다면 나는 다르게 대처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너무도 괜한 걱정이었다. 시부모님은 내 부모님의 이혼 사실로 나에게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지 않으셨다. 나 자체를 보려고 하시는 분들이었다. 그렇게 양가가 비교적 원만하게 결혼 준비를 해나갈 수 있었고, 드디어 상견례 날이 왔다.



   



   결혼한 선배들에게 별의별 일이 다 생길 수 있다고 들은 얘기가 많아서 인지, 상견례 당일은 예상보다 훨씬 떨렸다.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자녀에 대한 칭찬들이 오고 갔다. '덜덜 덜덜'. 차려진 고급스러운 음식들이 돌처럼 입안에서 까끌했다.



   막바지로 다가오자 안 그래도 영화배우 같으신 시아버님께서 멋지게 한 말씀을 하셨다. 

   "사돈, 우리 며느리 저희가 한 가족으로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주겠습니다. 걱정 안 하시게 늘 따뜻하게 챙겨주겠습니다. 그동안 혼자서도 이렇게 곱고 선하게 키워주신다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감사합니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도 그랬고, 우리 아빠도 그랬다. 그 자리에 앉은 모든 식구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야말로 눈물의 상견례였다.






   진지한 연애나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 상대방이나 그 부모님이 이혼 가정에서 자란 사실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는 분들을 종종 보았다. 과거의 나 역시도 그랬고, 그 감정이 본인의 어떤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임을 알기에 더욱 마음이 좋지 않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가지다.


   그 이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든 없었든, 그것과 상관없이 이번은 다를 수 있다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프레임을 씌워 당신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가능하다면 소중한 당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아껴줄 수 있는 곳을 택하여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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