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결혼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해결되지 않는 한 가지는 바로 '결혼식 혼주석'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지만, 이혼 가정이라면 경우에 따라 당연한 선택지라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가 딱 그랬다.
집을 떠난 이후로 몇 번 만나긴 했지만 그 후로는 엄마이기를 포기했던 엄마. 그 사이 여러가지 해프닝이 있어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다시 연락해서 관계를 이어나가고 결혼식에 와달라고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나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이것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중에 후회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친척 어른을 모시자니 아빠가 외동아들이였던지라 적당한 분이 없었다. 그 사이 아빠는 한 가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주장하고 있었다. 지금 만나고 계신 분을 그 자리에 앉히자고.
'차라리 비워두면 될텐데... '
아빠의 의견을 받아 들이자니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했다. 시간은 가고 고민만 깊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게 됐다. 거기에는 여자주인공 '엠마'를 시집 보내기 전, '그녀의 아버지'가 딸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는 대목이 나온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나를 시집 보낼 때도 아빠가 저런 마음이겠지...'
그 날 일기를 쓰면서 아빠가 하는 주장의 이유를 이해해보기로 했다. 지금 만나고 계신 분을 혼주석에 앉히고 싶은 그 이유.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결혼을 치루었다. 남편과 시부모님께 미리 상의드렸더니 기꺼이 이해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정해진 규범이 아니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답이 없는 문제에 조금 튀는 결정을 했다고 해서 그게 오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 날 아빠가 덜 슬퍼하고 덜 작아지는 것이 더 중요했다.
굳이 밝히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생각보다 혼주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다.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타인의 시선에 휘둘릴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어제 오늘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고, 무엇이 맞는지 여기저기 물어보러 다니지만 정답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기준을 나와 내 가족으로 두고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 및 그 가족들과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하고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하나의 의견에 도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