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by miinzzi_2
내 목소리가 컸는지 집에서 자고 있던 강아지 보리가 컹컹 짖어댔다.
“야! 너 때문에 보리 깼잖아!”
내가 먼저 시작한 장난이지만 나의 처절한 패배로 끝나서 심통이 났다.
“이만하면 거의 다 치웠으니까 나는 차 시동 걸어서 눈 녹이고 들어갈게. 너 먼저 들어가서 보리하고 놀고 있어.”
그는 나를 살살 달래줬지만, 끝내 승리자의 기쁨을 만끽하며 자동차로 향했다.
나는 발을 여러 번 굴러 장화 밑창에 낀 눈을 털어내고 집으로 들어갔다.
“보리 잘 잤어? 언니 눈 맞았어. 보리도 눈 보러 나갈까?”
보리는 내가 키우는 리트리버다.
우리가 가족이 된지는 벌써 7년 차였었다.
보리는 ‘나갈까?’란 말에 꼬리를 프로펠러 돌리듯 팽글팽글 돌리며 기뻐했다.
나와 함께 7번의 겨울과 눈을 본 보리지만, 이렇게 눈이 많이 쌓인 것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보리야, 제주도 오길 잘했지? 이렇게 눈 쌓인 것도 보고.”
나는 현관문에서 보리를 놓아주었다.
보리는 겅중겅중 뛰며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보리를 보고 차의 시동을 끄고 내렸다.
“우리 보리, 잘 잤어?”
그는 다정하게 보리를 쓰다듬었다.
보리도 그 손길에 편안히 자신을 내맡겼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보리와 그와 나. 영원히 깨지지 않을 다정한 식구.
(6화에서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