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by dalgang_jeju
“눈도 많이 녹은 것 같은데 점심 먹고 산책 가자.”
“보리, 어때?”
“컹!”
“보리도 좋대.”
우리 모두 화목한 웃음이 터졌다.
점심으로는 동백기름을 드레싱 한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어니언 베이글을 먹었다.
동백기름은 참기름 하곤 다른 고소함이었다.
리코타 치즈의 담백함과 어니언 베이글의 짭조름함이 좋은 궁합이었다.
점심상을 물리고 목줄을 한 보리와 그와 나는 산책을 나갔다.
보리는 산책을 좋아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의 산책을 하는데 산책 멤버는 늘 같았다.
그와 나와 보리.
“이렇게 쉬니까 너무 좋아.”
그는 서울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병을 얻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었기 때문인지, 의사는 그의 유전병이 다른 사례보다 빨리 발병한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갖지 말자.”
어느 날 둘이 산책을 하다 발병한 사실을 전하며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속이 상해 엉엉 울었었다.
아이를 누구보다 원했었다. 그의 아이를.
나는 재차 설득했다.
유전병은 확률의 문제라고.
우리 아이는 아닐 거라고.
만약 아픈 아이일지라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이도 사랑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완강했다.
그의 곁에서 병세의 경과를 지켜보며 나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7화에서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