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사람들은 가끔 착각한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비싼 옷을 입으면 사람이 고급스러워 보이고,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면 존재 자체가 달라지는 줄 안다. 착각이지만 일정 부분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겉은 번지르르 한데, 속이 빈 사람은 오히려 더 빠르게 들통난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검소한 옷차림을 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태도가 느껴진다. 절제, 균형, 그리고 겉보다 속을 더 가꾸는 사람이라는 신호. 그런데 한편으로는, 검소함도 또 하나의 과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겉으로 아무리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조차 때로는 또 다른 형태의 보여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장보다 내용이 먼저인가? 보여주는 것보다 드러나는 것이 더 많은가?
진짜는 소리 내지 않아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어 있다. 정말 괜찮은 사람은 자기가 괜찮다는 걸 말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화려한 옷, 갑비산 차, 다채로운 명함, SNS속 보여지는 모습 등 .... 그것은 결국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외부의 언어를 빌리는 방식인 경우도 많다. 진짜 자신을 아는 사람은, 그걸 굳이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여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내면에 충분히 쌓여 있는 사람이다.
자존감은 내가 얼마나 잘나 보이느냐가 아니라, 남 앞에 설 때 얼마나 편안한가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 편안함은 실려과 성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에서 온다.
운동선수들의 세계에는 유독,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에 민감하다. 기록, 등수, 메달, 언론의 관심등 그 안에서 선수들은 자기도 모르게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진짜 강한 선수는 보여주기보다 준비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다.
유니폼 위에 뭘 더 입지 않아도, 소속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자기 페이스로 훈련하고 묵묵히 실천하는 선수는 결국 경기장에서 드러나게 된다. 물론 애쓰는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을 수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준비가 과연 의미 있는 걸까 의심되는 순간들, 그럴 때는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진짜 노력은 결국 드러난다는 것. 다만 보여지는 시점은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거라고.
기록보다 '기반'을 쌓고, 주목받는 대신 '지속'을 준비하는 거라고.
결국 빛나는 순간은 단단한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삶의 결정적 순간에 드러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