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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Jan 31. 2023

꽃보다 다나카

매력적인 다나카의 인기분석. 초난강과 여명을 중심으로.

꼬츠보다 다나카. 최근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2023.01.28 @TANAKA

꼬츠보다 다나카다. 오해마시라. 꼬츠는 다나카상이 ‘꽃’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표현이다. 시작은 레드벨벳이었다.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 (다나카식: 피루 마이 리듬)’에서 ‘꽃가루를 날려’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다나카상이 ‘꼬츠가루를 날려’라고 한 유튜브 영상이 밈(meme)화 되어 화제가 되었다. 이후 다나카는 각종 웹예능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1. 다나카의 세계관


아직도 다나카가 왜 인기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다. 왜색 짙은 말투와 헤어스타일, 그리고 ‘지명’ 타령과 호스트바 근무 콘셉트까지... 한국인, 20대 여성, 30대 남성, 그 어떤 타깃을 잡아도 딱히 환영받지 못할 것 같은 콘셉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인기가 있다. 이 부분을 좀 더 파헤쳐보겠다.

유니폼을 벗고 트렌디한 옷으로 무장한 다나카 디지털 화보 공개! @에스콰이어 코리아


1) 말투 

일본인이 한국어를 할 때 발음이 잘 되지 않아 분절한다. 앞서 말한 ‘꽃’에서 잘 드러난다. 다나카는 한국어를 고의적으로 분절하여 발음하는데, 이 부분이 웃음포인트다.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가능한 개그라는 점에서 일종의 ‘하이개그’라고 할 수도 있다. 일본어 단어도 꽤 자주 사용하는데 생각보다 고급 일본어 단어를 사용한다. 다나카 본체의 일본어 능력에 대해 관심의 댓글이 상당하다. 다시 말하면 알아야 변주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나카 본체 김경욱의 탄탄한 일본어 공부가 뒷받침 되었기에, 그렇게 숱한 애드립을 ‘한국어 반 일본어 반’으로 구사할 수 있겠다.


콘셉트가 뚜렷한 캐릭터의 웃음유발 포인트는 ‘정체가 들통날 위기’에 있다. 다나카가 연기를 하다가 이따금씩 한국인들만 알 수 있는 유행어나 90-00년대 대중문화 콘텐츠를 발설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다나카가 ’한국 드라마에서 봤다‘는 말로 상대방의 의구심을 막아버린다. 의구심을 가리기엔 역부족이라 웃음이 나게 된다.

다나카의 모국어(?)인 일본어 실력은 어디까지인가. @에스콰이어 코리아 (화보)


대중문화에서 일본어란 어떤 존재인가? 반일감정은 한일관계가 안 좋아질 때마다 언론에서 다루는 단골 주제이다. 지상파 TV와 라디오에서는 아직도 일본어로 된 음악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며, 과한 일본어 표현도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만 해도 전현무가 <나혼자산다>에서 가끔씩 일본어 억양으로 드립을 칠 때면 (ex. 쪽파고구마->족구파고구마) 픽하고 웃음이 터진다. 일본어를 들었을 때 반일감정이 떠오르기 보다는, 그저 이웃나라로써 친숙한 일본어에 대한 인식이 톡-하고 건드려져 터지는 웃음이다.

코드쿤스트의 '쪽파 고구마'를 '족구파 고구마'라고 다나카식(?)으로 살려 웃음 준 무든램지 전현무. @MBC


다나카의 일본어 말투가, 다나카를 연기한지 4년이 지난 2022년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대해 가졌던 불쾌감 혹은 거부감이 일정 부분 해소되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최근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대중문화의 부흥기였다. BTS를 필두로,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만큼은 아니라는 인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일본 시장 이상으로 성장하게 되자, 이제는 웃으며 소위 ‘왜색 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2) 호스트바 콘셉트

BDNS. 빠더너스 문당훈(문상훈)과 함께한 다나카. 신입 호스트 면접편. @나몰라패밀리 핫쇼 (Youtube)


다나카는 술을 파는 호스트바에서 일한다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다나카는 일하는 호스트바에서 손님의 지명을 받아야 활동을 할 수 있는데, 지명을 받지 못해 늘 설거지를 도맡아 해왔다는 설정이다. 조금은 어렵고 힘들었던 인고의 시절을 지나, 비로소 빛을 보는 ‘성장’의 캐릭터에 대중은 열광한다. 다나카의 서사를 영리하게 설정한 셈이다. 또, 호스트바라는 콘셉트 덕분에, 가수 크러쉬 등 유명 연예인들과의 콜라보도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다나카 콘셉트로 게스트를 초대해 ‘지명 받았다’며 일종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런데 우리가 호스트바라는 콘셉트에 대해 언제부터 긍정적이었던가? 사실 호스트바는 공공연하게 이야기되지 않는 음지 문화에 가까웠다.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에서도 좋지 않은 배경으로 다뤄질 때가 많았고, 사람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양지의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급기야 최근 히트작이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구씨의 배경으로 설정되었을 때도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다나카에서 또 한 번 받아들여졌다.

구씨 직업이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조폭이어야만 했냐는 논란이 잠깐 일었지만, 흥행에는 문제 없었다. @JTBC <나의 해방일지>


호스트바 배경을 콘셉트로 한 개그는 유튜브에 어울린다. 올해 부활한다는 <개그콘서트>에서 이 콘셉트를 소화할리 만무하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터부시하는 것을 과감하게 콘셉트로 채택하여 소화한 건 온전히 다나카의 능력이다. 콘셉트는 화려하고(?) 파격적이지만 소화하는 방식은 담백했고, 급기야 다나카가 일본에 실존하는 호스트바에 방문해 콘텐츠를 찍어도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캐릭터의 수위조절과 연출이 치밀했다.

진짜 일본 호스트바에 지명받아 가버린 다나카상. '나몰라패밀리 핫쇼' 유튜브에서 확인. @Youtube


3) 결과적으로, ‘일본’과 ‘호스트바’라는 과감한 세계관을 택해, ‘담백’하고 ‘순수’하게 캐릭터를 연기한 것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개그맨 김경욱(다나카 본체)은 ‘사람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하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가 모토라고 했는데, ‘일본’과 ‘호스트바’의 조합이 전자라면, ‘담백’하고 ‘순수’한 것은 후자라고 볼 수 있겠다. 이것이 대중의 감수성과 맞아떨어지면서, 성공의 삼박자를 갖추게 된 셈이다.



2. 다나카의 정서

다나카라는 캐릭터가 담고 있는 콘텐츠에는 어떤 정서가 담겨 있을까? 바로 ‘향수’다.

mnet과 MBC <무릎팍도사>까지 출연했던 초난강. <정말 사랑해요> 열창. 찐이다.

다나카 이전에 초난강이 있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Here we go)’로 시작되어 ‘아 아 아 살람해요~’라는 후렴구로 이어지는 노래를 기억하는가? 월드컵에 열광하던 2002년의 분위기를 타고 지상파에서 받아들여졌던 일본 가수 ‘초난강’은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정말 사랑해요>라는 노래를 냈다. 일본의 국민가수라고 할 수 있는 그룹 SMAP의 멤버인 초난강(쿠사나기 츠요시)은 우리나라에서 당시 히트하던 ‘이박사’의 음악을 듣게 되었고, 소위 ‘뽕끼’에 매료되어 이박사와 같은 콘셉트로 한국어 노래를 불렀다. <정말 사랑해요>는 당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빈번하게 선곡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요보세요? 왠니리야~ 이 늦은 시간에. 희대의 히트곡 '초난강 - <정말 사랑해요>(2002). @Youtube


여명 또한 마찬가지다. 홍콩 4대 천왕이라 일컬어지는 여명은 <사랑한 후에>(1998)라는 곡을 발표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실제로 다나카는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출연하여 여명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외국인(캐릭터)이 한국어 가사의 곡을 부르며 멋있게 어필하는 것을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래서 발매한 것이 다나카의 <와스레나이> (2022)라는 설명이었다.


다나카상이 언급한 여명 (여명808 아니고 홍콩 4대천왕) <사랑한 후에> (1998) 듣기. @Youtube


<와스레나이>를 들으면 놀란다. 다나카의 본체가 개그맨이다 보니 웃음기를 섞어 장난처럼 곡을 소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부순다. 폭넓은 음역대를 매력적인 음색으로 소화하며 메이저보다 마이너에 가까운 이 곡을 무게감 있게 소화해낸다. 다나카의 팬미팅에서 팬들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다나카상의 명곡 <와스레나이> (2022). '잊지 말아줘' 라는 뜻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Youtube


결국은 레트로였다. 과거 초난강, 여명에서 느꼈던 향수를 다나카 본체의 의도대로 재현해내는데 성공했다. 다나카의 팬들이 훗날 <와스레나이>를 들으며 지금을 추억하고, 그렇게 대중에게 즐겁고 매력있던 심볼로 기억되고자 노력해온 다나카는 과연 ‘꼬츠보다 다나카’라고 할 수 있다.

꼬ㅊ보다 다나카. 인스타그램 @tanaka_oishikunare


음악평론가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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