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단상
그녀들의 당당한 몸에서 한결같이 정겹고 조금은 달짝지근한 냄새가 피어올라
시즈에는 도무지 안전부절 못한다.
사람을 거북하게 하면서도 결코 불쾌하지는 않은 냄새,
엄마의 살만이 풍길 수 있는 냄새.
-에쿠니 가오리의 <홀릭 가든> 중에서-
엄마와 마루에서 함께 자던 때가 그리워졌다.
엄마의 등에 찰싹 붙어 익숙하고 다정한 엄마의 냄새를 킁킁대던 나도 그리워졌다.
나는 사람의 냄새 맡는 일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그 사람만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나긋나긋해지는 숨소리만큼이나 마음도 편안해진다.
바로 옆이 아니면 코를 들이대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그 냄새
억지로 뿌린 향수나, 씻지 않아 풍기는 악취와는 다른
그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라서 나는 그 사람만의 살내음.
화장실에 앉아 집어 든 책에서
읽게 된 이 대목은
늦은 밤 시작되던 엄마의 기침소리와
그 기침소리에 깨 엄마 등 뒤로 파고들어 두 팔로 엄마를 꼭 끌어안던 나와
그런 내 손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던 엄마의 모습을
내 머릿속에서 쑥 꺼내 놓더라.
그리운 엄마의 살 냄새와 함께
2008. 4. 30
아직도 나는 엄마의 살 냄새가 그립다.
아직도 나는 사람의 냄새를 킁킁 맡는 버릇이 있다.
한 숨 가득 내 사람의 냄새로 채우고 나면
묘한 뿌듯함과 따스함이 차올라,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만다.
내 곁에 있지 않으면 절대 맡을 수 없는 그 생생함이
함께 있음을 증명해주니까
이제는 절대 맡을 수 없게 돼버린 엄마의 살 냄새가.... 난 지금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