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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Aug 18. 2016

엄마의 살내음

어느 날의 단상


그녀들의 당당한 몸에서 한결같이 정겹고 조금은 달짝지근한 냄새가 피어올라

시즈에는 도무지 안전부절 못한다.

사람을 거북하게 하면서도 결코 불쾌하지는 않은 냄새,

엄마의 살만이 풍길 수 있는 냄새.

-에쿠니 가오리의 <홀릭 가든> 중에서-  





엄마와 마루에서 함께 자던 때가 그리워졌다.

엄마의 등에 찰싹 붙어 익숙하고 다정한 엄마의 냄새를 킁킁대던 나도 그리워졌다.

나는 사람의 냄새 맡는 일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그 사람만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나긋나긋해지는 숨소리만큼이나 마음도 편안해진다.

바로 옆이 아니면 코를 들이대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그 냄새

억지로 뿌린 향수나, 씻지 않아 풍기는 악취와는 다른

그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라서 나는 그 사람만의 살내음. 


화장실에 앉아 집어 든 책에서

읽게 된 이 대목은

늦은 밤 시작되던 엄마의 기침소리와

그 기침소리에 깨 엄마 등 뒤로 파고들어 두 팔로 엄마를 꼭 끌어안던 나와

그런 내 손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던 엄마의 모습을

내 머릿속에서 쑥 꺼내 놓더라. 

그리운 엄마의 살 냄새와 함께  


2008. 4. 30





아직도 나는 엄마의 살 냄새가 그립다.

아직도 나는 사람의 냄새를 킁킁 맡는 버릇이 있다.


한 숨 가득 내 사람의 냄새로 채우고 나면

묘한 뿌듯함과 따스함이 차올라,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만다.


내 곁에 있지 않으면 절대 맡을 수 없는 그 생생함이

함께 있음을 증명해주니까


이제는 절대 맡을 수 없게 돼버린 엄마의 살 냄새가.... 난 지금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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