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팬티는 5만 원에서 몇 백 원 빠지는 거 사 입어.
내가 오늘 죽어도,
교통사고로 죽든 강도 당해 죽든
병원에 실려가 빨개 벗겨놔도
절대로 기죽지 않게
비싼 팬티 사 입어.
형은 얼마짜리 사 입어?
이거는 되게 중요한 거야.
죽어서 쪽팔린 거 이거는 대책이 없어.
죽어서 팬티 못 갈아입어!
마지막은 팬티야~~~~~
수의는 다 똑같이 입는 거고
내 마지막은 내 팬티야~~~~~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막사는 거 같아도
오늘 죽어도 쪽팔리지 않게
매일매일 비싼 팬티 입고
그렇게 비장하게 산다는 거야!
내가
오늘은 못 죽어.
비싼 팬티가 아니야.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 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자도 아닌 죽은 자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심리학자 아들러에 의하면,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기본적인 동력은 우월성의 추구라고 한다. 인간의 삶은 우월에 대한 추구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모든 사람은 '위대한 향상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욕구는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아래에서 위로,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동기이다. 그 우월성의 목표는 사회적이며 모든 사람의 안녕에 두루 관심이 있고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인류의 운명을 향상할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한동일 고려대 교수 칼럼 참고, 글로벌 이코노믹, 2021-01-13]
한 번 상상해보자. 어느 날 안타깝게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게 된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여 의식이 없는 나는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지게 된다. 수술복으로 환의 하는 과정에서 나는 옷이 벗겨질 것이다. 그런데 그날 내가 입고 간 팬티 엉덩이에는 애기 주먹만 한 구멍이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는 것은 고귀한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고귀한 것은 예전의 당신보다 더 우월해지는 것이다.'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