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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조 Oct 31. 2024

사랑은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 것인가



1.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낀다고 글을 쓴 게 한 달전쯤인데, 어제는 제 배에 귀를 대고 태동을 느끼며 기뻐하고 신기해하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사랑은 또 얼마나 멀고 험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느낍니다. 멀게 느껴진다는 말을 하기에는 대상들이 너무 가까이 있지만... 그래도 이 추상적인 느낌은, 묘사하기에 참 멀게 다가오네요.




2.


어제는 직장 동료들과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누군가에 대해 절대로, 무엇이든 넘겨짚지 말자고. 속단하는 버릇을 키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자고. 그러나 누군가가 나의 진실한 행복에 훼방을 놓으려고 하면 어떻게든 맞서 싸우자고. 그러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존중해야 할 때가 오면 기꺼이 그렇게 하자고. 퇴근길에 이야기였는데, 아이를 속에 품고 있다 보니 가끔은 나쁜 생각을 하거나 몸이 지칠 때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라서... 참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참 힘들기도 합니다. 요즘은 참 많은 생각과... 또 다른 생각의 침범으로 건망증 비슷한 게 온 것 같아요. 뭔갈 하다가도 피곤해서 눕기 일쑤고, 이제는 진상 아닌 진상들을 보면 화보다는 가엾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사람도 누군가의 자식이잖아? 라거나 처음부터 저랬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로요. 얼마나 간사합니까. 입덧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세상을 판단하고 있다니. 껄껄.




3.


더불어 지금은 아이가 커서, 내일이면 정밀 초음파를 2차로 보러 갑니다. 발로 얼마나 엄마에게 자기 존재를 마구 알리려고 하는데, 그래봤자 발도 아직 손마디 정도일 녀석이 어찌나... :) 일을 있는 환경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버겁기도 요즘입니다. 몸이 날로 무거워지니... 그래도 존재가 이렇게나 제 안에서 커질수록 사랑의 무게 또한 안전하게, 또 진실되게 묵직해져가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내일은 표정을 보여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4.


아, 제목에 적어둔 '사랑은 얼마나...' 하는 것에는 오늘 아침에 우연히 끼니를 차리다가 남편이 해 준 말이 생각이 나서요. 연애 때는 얼마나 많은 증명을 거치면서 우리 둘이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 그렇지 않나요? 장카유설이라는 말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예쁜 여자 아이돌 멤버들을 모아놓은 4대 천왕 같은 느낌인데, 그 멤버들이 와도 너를 사랑할 거라는 그런 영양가 없고 믿기도 힘든 말을 하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참 안쓰럽기도 하고... 자긴 진짜라는데... 근데 그렇게 예쁜 여자들을 한 트럭 데려와도 너랑 안 바꾼다는 말은 듣기 좋긴 하던데요? 밖에 내색은 못 했는데 설레서 잠 못 잤어요, 그날. 연애가 다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결혼을 하고 나니 어느 부분은 초연해지고 많은 이해관계를 남편과 다시 쌓아간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일은 절대 내 인생에 없을 거야! 하던 일도 게릴라 콘서트처럼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나니까 참 아무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고요. 더더군다나 요즘은 모든 사랑의 줄기, 그 관심이 아기에게 가 있다 보니 이제 연애 때 하던 사랑의 증명 같은 건 참 아름다운 옛날 동화같기도 하고... 그런데 사랑이란 생각해 보면 얼마나 가성비가 제로(위험 발언)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성비가 진짜 별로인 게, 자기 팔 자기가 흔들고, 내 눈 내가 찌르고... 그런 느낌입니다. 근데 존재를 살게 하잖아요? 참 나. 지가 뭔데 날 살게 해? 하면서도 이제 없으면 안 될 것 같고요.


여러분도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분명히 사랑하는데, 표현은 결혼을 하고 나니 훨씬 더 농도가 짙어지고, 가끔은 조선왕조 때 담을 넘었다는 연인들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래, 저런 게 맥시멈의 역사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굳이 사람이라는 대상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들도 될 수 있겠죠? 햇볕이 비치든 비가 오는 날이든... 또 눈이 오는 날의 순간을 사랑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퇴근길도 마찬가지고. 사랑은 그 순간순간 취향과 때와 성향을 따라 모든 모습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5.


참, 출근 전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도 했네요. 이것 또한 사랑이라고 해 둘까요.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의 하루에 사랑의 순간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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